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볼거리는 단연 남자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의 향연이다. 마약중독자이자 에이즈 환자들을 실제 데려다 놓은 듯한 매슈 매코너헤이와 재러드 레토의 연기가 압권이다. 루믹스미디어 제공
1980년대 미국서 벌어진 실화 바탕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6일 개봉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6일 개봉
영화상 수상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줄 때도 있다. 특히 1944년 시작된 ‘골든글로브’처럼 비교적 괜찮은 신뢰도를 보이는 상이라면 더 그렇다.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장마크 발레 감독의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매슈 매코너헤이와 재러드 레토가 남자주연·조연상을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다. 골든글로브에서 한 영화의 남자배우들이 두 상을 동시에 받은 게 2004년 숀 펜, 팀 로빈스의 <미스틱 리버> 이후 처음인데다, 특히 배우로서는 ‘평범해 보였던’ 재러드 레토가 이론의 여지 없는 조연상 수상자로 결정돼 더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그는 배우보다 ‘서티 세컨즈 투 마스’라는 밴드의 보컬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주연을 맡은 매슈 매코너헤이는 이번 수상으로 <머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통해 ‘할리우드 대세남’으로서 입지를 더 단단하게 했다.
골든글로브가 해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늠자 구실을 해온 만큼, 이들은 남우주연·조연상 부문 오스카상 주인이 될 강력한 후보로도 떠오르고 있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3월6일 개봉)을 보면 이들이 선택받은 이유를 수긍할 만하다.
1985년 미국 텍사스에서 방탕하게 살던 론 우드루프(매슈 매코너헤이)는 병원에서 느닷없는 에이즈 양성 판정과 30일 시한부 삶을 통보받는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허용한 약이 오히려 환자한테 독이 된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고, 미국 내 유통금지 약물을 국외에서 가져와 삶을 연장한다. 또 영업수완 좋은 트랜스젠더이자 에이즈 환자인 레이언(재러드 레토)을 영입해 아예 약을 대량 밀수해 판매한다. 이들은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한테 정액제로 약을 공급하는 회원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든다.
영화는 1980년대 에이즈 환자로 30일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정부가 허용하지 않은 약을 구해 7년을 더 살다 사망한 우드루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는 식약청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판매하는 약품의 유통을 막은 뒤 에이즈로 레이언이 숨지자 정부가 허용한 에이즈 치료제 지도부딘(AZT)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거대 제약회사와 식약청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인다. 법원은 식약청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없게 만든 식약청에 불쾌감을 느낀다. 때로 법이 상식에서 벗어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후 우드루프가 제안한 ‘저용량 지도부딘’은 수백만명의 에이즈 환자들이 삶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코너헤이는 말기 에이즈 환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훤칠한 키에 근육질 몸매였던 그가 61㎏까지 몸무게를 줄였다고 한다. 레토의 연기는 기대를 완전히 뛰어넘는 것이어서 더 놀랍다. 여성으로 정체성을 바꾼 남성, 몸과 정신이 모두 피폐해진 약물 중독자이자 에이즈 환자, 동료인 우드루프한테 사랑과 연대의식을 함께 느끼는 다중적인 인물을 놀라울 만큼 열정적으로 연기한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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