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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삼성 반도체 피해 다큐 ‘탐욕의 제국’ 개봉

등록 2014-03-04 19:25수정 2014-03-04 22:21

<탐욕의 제국>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들의 실제 사연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에 나오는 고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모습. 시네마달 제공
<탐욕의 제국>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들의 실제 사연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에 나오는 고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모습. 시네마달 제공
노동자 200명 투병생활 담아
‘또 하나의 약속’과 함께 주목
“회사 후배가 아이를 낳았는데 발가락이 없었어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피해를 말하는 송창호씨의 말투는 뜻밖에 덤덤했다. 시간이 안정제 구실을 했을까? 가장으로서 큰 액수의 상여금까지 주는 회사를 그만둘 수 없어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을까?

하지만 이 회사를 다녔던 200명 가까운 반도체 피해 의심 환자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특별한 사건 없이 일상적인 근무 환경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어서 더 공포스럽다. 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탐욕의 제국>에서는 이런 반도체 노동자들의 심각한 피해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을 얻어 수술 후유증을 겪는 한혜경씨는 말하는 것과 걸음걸이가 온전치 못하다. 이런 상황이 억울해도 눈물조차 정상적으로 흘러나오지 않는 몸이 됐다. 그의 어머니는 “혜경이가 ‘엄마, 우리 작업장은 창문도 없다. 기숙사에서 잠을 자고 나와도 납냄새가 코에 배어 있다’고 하더라”며 오열한다. 반도체 작업장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정애정씨는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아기 아빠의 죽음을 반드시 규명할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실제 주인공이었던 고 황유미씨의 목소리도 등장한다. “몸에 멍이 자주 들고, 먹으면 토했어요. 큰 병원에 갔더니 백혈병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엄청 울었어요.”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삼성전자, 근로복지공단과 법정 안팎에서 맞서는 실제 모습도 그려진다.

<탐욕의 제국>은 황유미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최근 개봉해 48만 관객을 모은 <또 하나의 약속>에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여서 또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는 투박하지만, 사실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만의 힘을 보여준다. 특히 열악한 근무 환경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위해 유독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사연은, 이 땅의 여성 노동자들의 현주소를 생생히 드러낸다. 지난 2012년 서울국제영화제에서 <탐욕의 제국>이 ‘옥랑문화상’을 수상한 뒤, 당시 이 영화제를 지원하던 삼성전자가 지원금을 철회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영화는 국내 여러 인권·여성 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스위스 비젼 뒤릴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홍리경 감독이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 지킴이 반올림’에서 직접 활동하며 촬영과 연출, 편집까지 1인 4역을 맡았고, 통일·노동·여성 문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다큐멘터리 제작집단 ‘푸른영상’이 제작했다.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4000여만원을 후원받아 개봉이 가능해졌다. 백혈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황유미씨의 7주기이기도 한 6일, 20여개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개봉한다. 서울국제여성제는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인디스페이스를 대관하는 특별상영회를 열며 홍 감독과 <두개의 문>의 김일란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가족’이라 부르지 못한 <또 하나의 약속> [잉여싸롱#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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