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찰리와 초콜릿 공장, 화면 가득 사탕발림 ‘꿈을 녹인 판타지’

등록 2005-09-07 17:03수정 2005-09-08 13:59

화면 가득 사탕발림 ‘꿈을 녹인 판타지’-찰리와 초콜릿 공장
화면 가득 사탕발림 ‘꿈을 녹인 판타지’-찰리와 초콜릿 공장
베스트셀러 원작소설
팀 버튼식 비틀린 해석
씁쓸한 끝맛 다소 서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팀 버튼 감독의 ‘귀환’처럼 보이는 영화다. 〈혹성탈출〉과 〈빅 피쉬〉를 맥빠지게 봤던 관객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초콜릿 공장〉에는 〈가위손〉의 환상적인 비주얼과 〈배트맨〉의 기괴하면서 매력적인 캐릭터, 〈화성침공〉의 뾰족한 유머 감각이 골고루 버무려져 ‘웰컴 투 팀 버튼 월드’로 손짓한다.

〈…초콜릿 공장〉은 1964년 출간돼 전세계에서 1300만부 이상 팔린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가난한 집에서 살지만 마음씨 착한 소년 찰리 프레디 하이모어는 매일 초콜릿 공장을 지나다니면서 달콤한 냄새에 빠져든다. 문을 굳게 닫은 채 초콜릿만 부지런히 생산하던 공장 주인 웡카(조니 뎁)는 어느날 초콜릿 포장지에서 황금 티켓을 찾은 5명의 어린이를 공장으로 초대하겠다는 광고를 낸다. 초콜릿 사 먹을 돈도 궁했던 찰리는 기적처럼 마지막 티켓을 찾아 네명의 다른 친구들과 굳게 닫혔던 공장 문 안으로 들어간다.

영화의 맨 처음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공정이 리드미컬하면서도 화려하게 펼쳐지면 마치 빵을 먹으며 그 크기가 줄어드는 걸 한탄하는 어린아이가 되는 기분이 든다. 두시간 뒤에는 이 놀라운 화면의 행렬이 끝날 거라는 게 벌써부터 섭섭한 지경이 되는 것이다. 너무나 가난해서 건물 전체가 엿가락처럼 휘어진 찰리의 집과 웅대한 성처럼 버티고 서 있는 초콜릿 공장, 그 안으로 들어가면 팀 버튼의 결벽증으로 정교하게 세공한 초콜릿 폭포와 갖가지 사탕을 열매처럼 달고 있는 나무 등이 펼쳐지면서 저절로 가벼운 한숨이 나온다.

화면 가득 사탕발림 ‘꿈을 녹인 판타지’-찰리와 초콜릿 공장
화면 가득 사탕발림 ‘꿈을 녹인 판타지’-찰리와 초콜릿 공장
그러나 ‘꿈’같은 팀 버튼의 세계는 ‘스위트 드림’이 아니다. 찰리 등 다섯 아이들이 공장에 들어갔을 때 춤추고 노래하며 환영행렬을 벌이던 인형들은 불이 나서 타버린다. 화면은 마치 악마주의 메탈 밴드 뮤직비디오에나 나올 법한, 인형들이 불에 타고 녹는 장면을 태연하게 클로즈업하고 그 옆에서는 웡카가 낄낄거리며 즐거워한다.

웡카의 초콜릿 공장은 녹지 않는 사탕, 단물이 빠지지 않는 껌 등 아이들의 꿈이 이뤄지는 곳이지만 또한 욕심 많은 아이들에게는 가혹한 징벌을 내리는 곳이다. 발리우드 뮤지컬 스타일에서 록 음악까지 그들의 연주와 춤은 너무나 신나고 웃기지만 노래 가사는 “바퀴가 천천히 돌아가며 녀석의 몸을 분해하네, 욕심쟁이의 주둥이는 쓰레기통에선 더 인기!” 따위로 험악하기 짝이 없다.

먹는 걸 밝히거나, 맹목적인 경쟁심에 불타거나, 자기가 원하는 건 무조건 가져야 하는 못된 아이들은 결국 벌을 받고 찰리만이 끝까지 남는다. 잘나가던 영화는 여기서 잠시 기우뚱한다. 웡카가 치과의사인 아버지의 지나친 억압으로 불행한 시절을 겪고 그 반작용으로 초콜릿 공장을 세우게 됐다는 사연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착하디착한 찰리의 인도로 아버지에게 가서 어색한 화해를 청하는 장면은 마치 억지로 갖다 놓은 사족처럼 보인다. 물론 이 장면 하나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너무나 황홀한 시각적 즐거움과 오랜만에 만나는 팀 버튼의 유쾌하게 비틀린 감성을 깎아내릴 정도는 아니다. 16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