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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동전 던지기로 바뀐 운명

등록 2014-03-17 10:57

폴 포츠. 씨네21
폴 포츠. 씨네21
2007년 6월9일 영국 에서 <브리튼스 갓 탤런트>(&t;BGT<)라는 이름의 전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이 첫방송됐다. 재주꾼과 괴짜들 사이에서 평범하고 소심해 보이는 한 휴대폰 판매원이 오페라를 준비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아무도 몇초 뒤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첫 음절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고, 그가 높은 음에 도달했을 때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후 그는 우승을 거머쥐었고,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 기적의 사나이 폴 포츠가 됐다. 그는 그 뒤 석장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7년이 지난 지금도 전세계를 돌며 오페라 가수로서 활동 중이다. <원챈스>는 폴 포츠의 첫 앨범의 이름이자 그의 자서전 제목이며, 그의 삶을 모델로 한 영화 제목이다. 영화 <원챈스>의 개봉에 맞춰 11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폴 포츠를 만났다.

-오디션 우승 뒤 전세계 투어 중이다.

=에서 우승한 2007년에는 집에서 머문 날이 20여일밖에 안 됐다. 시간이 갈수록 그보다 많은 시간을 영국에서 보내지만, 지난 6년간 500여개 쇼에 참여할 정도로 바빴다. 집이 그립긴 해도 여행 자체를 즐긴다.

-영화 <원챈스>와 실제 삶은 얼마나 닮았나. 동명의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서로 어느 정도 관련이 있지만, 자서전과 영화는 별도의 작업이다. 자서전은 지난해에 석달가량 작업한 결과물이고 시나리오는 그전에 완성됐다. 영화와 실제 삶과는 유사한 부분이 있는 반면, 다른 부분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삶과 영화가 공유하고 있는 메시지다. 노래하는 것을 사랑하나 그것으로 성공할 수 없었던 사람이 어려움을 극복해가면서 성공하는 스토리 말이다.

-영화에 당신과 파바로티와의 일화가 등장한다. 오디션 출연 이후 파바로티와의 만남은 없었나.

=영국의 주간지에서 나와 파바로티의 만남을 계획한 적이 있었으나 당시 스케줄이 빡빡한 상태라 도저히 만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 9월 6일, 그는 사망했고 그를 영영 만나지 못하게 돼 애석하다. 그런데 영화 속 장면은 실제와는 조금 다르다. 영화에서는 파바로티가 나를 비난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 오디션은 호의적으로 진행됐다. 물론 결과는 같았다. 그 뒤 내가 오페라 가수로 경력을 쌓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영화 를 보면서 오페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존 윌리엄스의 O.S.T를 들으면서 클래식 음악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점차 많은 오페라를 찾아들었는데 그중에서도 호세 카레라스가 부른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호세 카레라스는 여전히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가 백혈병 항암치료 뒤 무대에 섰을 때 많은 감동을 받았다. 는 주인공 엘리엇이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스토리에도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어릴 적 나는 왕따에,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아이였다. 그런 내게 처음으로 소속감을 준 것이 음악이었다. 음악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첫 오디션날을 어떻게 회상하나.

=오디션 출연 여부를 동전 던지기로 결정했다. 운명에 맡긴 셈이다. 10센트 동전이었는데 다음날 점심식사 하는 데 써버렸다. (웃음) 오디션 당일, 내 앞 순서에서 남자의 새소리에 맞춰 여자가 퍼포먼스를 벌였는데 관객으로부터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겁이 나 도망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올랐다. 그때 부른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이후에도 대략 수천번은 불렀을 거다. 그 아리아는 매우 어려운 편에 속해, 감정에 몰입하지 않으면 관객에게 바로 들킨다. 노래를 아무리 불러도 질리지 않는 이유는 그 곡을 처음 부른다고 상상하며, 매번 다르게 부르기 때문이다.

-늘 휴대폰 판매원 출신, 오디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데.

=그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것은 내게 시작을 만들어줬으며, 자신의 출발점이 어딘지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감사하는 마음이 없어진다.

-남은 꿈은 무엇인가.

=나의 꿈은 이미 실행됐고 여기에서 더 바란다면 욕심이다. 내가 하고 있는 오페라를 계속하고 싶고 한국처럼 아름다운 곳을 방문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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