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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600만분의 1 확률’ 사랑 담긴 런치박스

등록 2014-03-20 19:51

영화 <런치박스>는 ‘600만분의 1’ 확률의 도시락 배달 사고가 특별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인도 영화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줄 수 있다”는 주인공들의 대사가 알싸한 감동을 준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런치박스>는 ‘600만분의 1’ 확률의 도시락 배달 사고가 특별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인도 영화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줄 수 있다”는 주인공들의 대사가 알싸한 감동을 준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인도 도시락 배달원 ‘다바왈라’ 소재
배달 착오로 연결된 남녀 사랑 그려
‘다바왈라’는 인도 뭄바이에서만 볼 수 있는 가정 도시락 배달원이다. ‘도시락통(다바)을 배달하는 사람(왈라)’이라는 뜻으로, 다바왈라 4000여명이 하루 30~40여개씩 매일 15만개 가까운 도시락을 배달한다고 한다.

20명으로 한 그룹을 이루는 다바왈라는 매일 오전 7~9시 가정에서 도시락을 수거한 뒤, 기차를 통해 도시락들을 각 지역으로 이동시킨다. 종착역에서 또다른 다바왈라들이 40개 안팎의 도시락을 이동식 나무틀 안에 담아 실제 도시락 주인들한테 전달하는 것이다.

얼핏 허술한 시스템으로 보일 수 있지만, 모든 도시락통에 색깔과 숫자 등으로 도시락 주인과 행선지를 코드화해 글을 읽지 못하는 다바왈라도 한 치의 실수 없이 배달을 완료한다. 1890년 시작돼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다바왈라의 완벽한 팀제와 정교한 일정관리 체계는 전세계 언론과 현대 경영학에서 연구 대상이 됐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다바왈라들의 도시락 배달 정확도가 ‘99.999999%’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다.

인도 영화 <런치박스>는 다바왈라한테서 잘못 배달될 확률이 600만분의 1일에 불과하다는 ‘도시락 배달 착오’가 기적 같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뭄바이에서 은퇴를 앞둔 회계사 사잔(이르판 칸)한테 어느날 낯선 도시락이 도착한다. 무뚝뚝한 남편한테 관심을 얻기 위해 일라(님라트 카우르)가 정성스레 싼 도시락이 사잔에게 잘못 배달된 것이다. 아내와 사별한 뒤 뚜렷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사잔과 사랑에 목마른 일라는 우연히 시작된 ‘도시락 편지’를 주고받으며 깊은 신뢰를 쌓게 된다. 어느 날 일라는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이야기가 담긴 도시락을 보내고, 사잔은 “내가 당신과 함께 부탄에 가면 어떻겠소?”라는 쪽지로 답한다.

중년을 넘긴 사잔이 아름다운 일라를 본 뒤 두려움으로 뒷걸음질 칠 때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줄 수 있다”며 기차를 타고 먼저 부탄으로 떠나는 일라의 모습에서 기계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이라면 알싸한 향기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인도 영화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도, 특유의 춤과 노래가 가미된 형식 탓인지 유독 국내에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런치박스>는 아련한 사랑의 흔적을 찾는 일본 영화 <쉘 위 댄스>나 <러브레터> 같은 동화적 느낌을 담아 국내 관객들로서도 친근감을 느낄 만하다.

영화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 관객상을 비롯해 8개 국제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탔다. 특히 2011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 제작 전 공개된 시나리오만으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인도의 ‘국민배우’ 이르판 칸이 아내와 사별한 뒤, 뒤늦은 사랑의 감정에 설레어하면서도 한편으로 두려워하는 중년 남성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칸은 할리우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라이프 오브 파이> 등에 출연해 국내 관객들한테도 낯익은 얼굴이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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