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무도>
상영작 1분여만에 연일 매진
‘엘 무도’ 등 중남미 영화 주목
한국 독립영화도 공략할 만
‘엘 무도’ 등 중남미 영화 주목
한국 독립영화도 공략할 만
다음달 1일 개막하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작이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인터넷 예매를 시작한지 5시간 만에 개막작인 <신촌좀비만화>를 비롯해 26편의 영화가 매진됐다. <신촌좀비만화>는 22초 만에, <레디 액션 청춘>은 1분19초, <마녀>는 1분41초 만에 동이 났다고 하니, 가히 치열한 ‘예매 전쟁’이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아직 매진되지 않은, 숨은 보석같은 영화들이 얼마든지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뽑은 추천작들을 소개한다.
노르웨이의 한스 페테르 몰란 감독의 <사라짐의 순서>는 스릴러와 블랙유머 사이에서 절묘한 긴장을 이루는 복수극이다. 근면성실의 대명사 주인공 닐스는 눈 덮인 시골 마을에 길을 내는 제설차 운전사다. 그는 ‘올해의 시민상’을 받던 시간, 아들이 약물과용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얄궂은 운명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던 닐슨는 아들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사건의 배후에 놓은 믿기 힘든 진실에 접근해간다. 끝없이 이어지는 백색의 이미지가 압도적인 <사라짐의 순서>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포함된 유일한 액션장르의 영화다. ‘북유럽으로 이식된 타란티노 스타일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는 중남미 영화가 많다는 것. 다니엘 베가·디에고 베가 형제의 <엘 무도>(사진 위)가 주목할만 하다. 베가 형제는 첫번째 장편인 <10월>(2010)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어느날 파손된 자동차를 살피던 콘스탄티노 판사가 총탄에 맞아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재판 결과에 불만을 지닌 사람의 도를 넘은 보복행위라 여긴다. 하지만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사법부도 그의 자리를 빼버린다. 가족 역시 그에게 무심하다. 영화는 법의 논리가 무력화되면서 인간적인 감정이 앞서게 되는 현대인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실험적인 독립영화들도 눈길을 끈다. 문승옥 감독의 <망대>(아래)는 2030년 타임머신이 개발되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추억과 사랑을 찾아 과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정부는 과거로 떠난 사람들을 불법 체류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쫓기 위해 시간 감시자들을 과거로 파견한다. 시간 감시자들은 2013년 춘천에 존재했던 ‘망대’라는 건물이 불법 체류자들의 은신처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파괴하려한다. 시간여행이라는 맥거핀(미끼)을 내걸고 미래시점에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형식을 취한다. 극영화와 다큐를 섞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인 점도 독특하다. 이밖에도 체코 프라하의 봄이 펼쳐지는 과정을 그린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타오르는 불씨>, 압축성장으로 인한 풍요, 비인간화에 대한‘숭배’와 ‘증오’라는 양가 감정을 ‘철’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려낸 박경근 감독의 <철의 꿈>도 관심을 끈다.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숨어 있는 좋은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 서두르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각으로 균열된 가족과 사회를 그려내는 중남미 영화들과 한국의 신작 독립영화들을 공략하라”고 조언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또 “온라인에서 매진된 일반 상영작들도 전체 좌석의 10%는 현장 판매를 하기 때문에, 상영 당일 티켓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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