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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보아 “영화속 인생 나와 닮았다”

등록 2014-04-30 08:30

보아. 씨네21
보아. 씨네21
<메이크 유어 무브>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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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기자 보아’에 대한 칭찬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아마도 연기자 데뷔의 순간이라 불러야 할 KBS 2부작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2013)를 본 사람들은 물론, 현재 출연 중인 최호 감독의 <빅매치>(가제)에 대한 얘기를 이래저래 전해들은 사람들 모두 ‘배우로서의 끼가 엿보인다’고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댄싱영화 버전이라 할 만한 <메이크 유어 무브>를 보면서 그런 말들이 이해됐다. 오빠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클럽의 댄서 도니(데릭 허프)와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아야 역을 맡은 보아는 춤 실력을 뽐내는 것 이상으로 ‘준비된 연기자’의 향기를 풍겼다. 하반기에 관객과 만날 <빅매치>의 ‘포커페이스 미스터리 우먼’ 수경 역할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역할에 대한 힌트를 달라고 했더니 ‘욕 잘하는 여자’란다. 어쨌건 뭔가 기분 좋은 ‘발견’의 순간이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춤 실력이 대단하다.

=할리우드의 다른 댄스영화들은 대역도 꽤 쓴다는데, <메이크 유어 무브>는 상대역 데릭 허프와 함께 대역 없이 100% 다 해냈다. 게다가 듀언 에들러 감독이 “다들 춤을 잘 추는데 굳이 편집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원 신 원 테이크 촬영 위주로 갔다. 정말 힘들었다.(웃음)

-그동안 춤을 추면서 상대역이 있던 경우가 드물었기에, 데릭 허프와의 호흡이 가장 힘들지 않았을까.

=원래 <스텝업>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것은 드라마의 진행이 ‘댄스 배틀’ 형식이다. 하지만 <메이크 유어 무브>는 두 남녀가 서로의 벽을 허물고 춤으로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영화라 아무래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 잘 춘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심지어 시나리오 지문에는 “두 사람이 사랑하듯 춤을 춘다” 그렇게만 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웃음)

-동시에 고난도의 춤 장면이 많아서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춤을 춰왔고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춤을 추는 것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테이크가 반복되면서 적당히 지쳐가지만, 반대로 감정은 더 올라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스킨십이 많은 안무가 대부분이라. (웃음) 그래서 체력적으로 가장 왕성한 때 촬영한 첫 번째 테이크와 조금 지쳤어도 감정이 잘 묻어나는 서너 번째 테이크 중 무엇이 더 나은가, 라고 물으면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 고민을 하는 시간들이 다 연기 공부라고 생각한다.

-데릭 허프와의 호흡은 어땠나? 무척 자연스럽고 긴 시간 훈련한 느낌을 줬다.

=춤 연기로만 두달 넘게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신도 바뀌고 안무가 추가되기도 했고, 어쨌건 그 모든 과정 동안 함께 붙어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남자 파트너와 춤을 춰본 경우가 드물었기에 해외 배우와 한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이었다. 전에도 파트너와 춤을 추게 될 때 “꺅 만지지 마!” 하고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수준을 완전히 넘어서는 안무다 보니. (웃음) 그래서 긴 시간 소통하고 맞춰보면서 화학작용이 극대화된 것 같다.

-원래 댄스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었나.

=<플래시댄스>(1983)나 <더티 댄싱>(1987)은 워낙 좋아하는 영화들이다. 듀언 에들러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쓴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2001)도 좋아한다. <스텝업> 시리즈 중에서는 존 추 감독의 <스텝업2: 더 스트리트>(2008)를 가장 좋아한다. 듀언 에들러 감독님이 <스텝업> 시리즈 1, 2편의 시나리오도 썼다. 개인적으로 댄스영화에서 처음으로 힙합 베이스의 배틀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발레에 기반을 둔 <플래시댄스>나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도 좋았지만 <스텝업2: 더 스트리트>가 좀더 내 스타일이었다고나 할까. 게다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브리아나 에비건이 <메이크 유어 무브> 시사회장에 와서 잘 봤다고 얘기해줘서 굉장히 들떴던 기억이 난다.(웃음)

-영화에서 연기한 ‘아야’는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라는 설정이다. 그래서 가끔씩 한국어, 일본어를 섞어서 얘기하기도 한다. 그런 설정들이 흥미로웠다.

=게다가 상대역 도니의 형은 흑인이고, 내 친구 중에도 일본인을 비롯해 흑인과 백인이 다 섞여 있다. 듀언 에들러 감독님이 애초에 그런 설정 얘기를 하면서 자신은 ‘경계 없는’(borderless) 영화를 꿈꾼다고 했다. 그것이 오히려 지금은 더 리얼한 설정이라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다. 어쨌건 감독님에 대해 물어보는 주변 사람들이 많은데, 수많은 댄스영화들의 시나리오를 쓰고 또한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춤을 못 추는 ‘몸치’다. (웃음)

-어쩌면 그런 아야를 마음에 들어 하고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었던 데는, 거기서 혹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봤기 때문 아닐까.

=물론이다. 내가 왜 이 영화를 한다고 했을까, 아야의 심정이 왜 이렇게 이해가 될까, 생각해보니 그 삶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감독님도 나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해외를 이곳저곳 돌아다녔고, 여러 문화를 경험했으며, 춤에만 빠져 지냈다. 게다가 아야처럼 나 또한 오빠에 대한 애틋함이 남다르다. 실제로도 무척 친하고. 그렇게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깨지기 쉬운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고 나와 닮은 것 같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크루를 리드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연약함을 동시에 가졌다.

-오랫동안 춤을 췄고 가수로서 살아왔는데, 혹시 춤이 싫어졌던 때도 있었나.

=일단 나는 지금껏 쉬어본 적이 없다. 춤을 배우고 익히고 무대에 오르고, 그렇게 전혀 딴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온 게 어언 14년이다. 반복에 또 반복, 그러다보니 음악에 대한 감동도 줄어들었고 뭘 더 해야겠다는 열정도 줄어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게 바로 이 영화였다. 연기라는 새로운 세계가 두렵기도 했지만, 춤이 중요하게 담기는 영화라 도전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춤이 싫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깨달은 건 있다. 전에는 나 혼자 새로운 동작들을 익히고 완벽하게 해내면서 기량을 뽐내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춤이 왜 ‘보디랭귀지’인지 알게 됐다. 춤은 스스로 즐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원래 남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렇게 <메이크 유어 무브>는 연기의 맛도 알려줬지만 춤의 새로운 재미도 깨우쳐줬다. 그래서 이 작품을 끝낸 다음 내놓은 앨범 ≪Only One≫에는 뭔가 좀 심오한 가사도 많이 넣었고, 커플 댄스의 비중도 높였다. (웃음)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멋진 경험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나선 느낌이다. 연기자의 꿈은 언제부터였나.

=사실 한번도 연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제의는 꽤 많았지만 언제나 가수 활동으로 바빴다. 게다가 뭐든 대충 하는 성격이 아니다. 한다고 마음먹으면 진짜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그러다 연기라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됐을 즈음 <메이크 유어 무브>와 만났다. 무엇보다 가수로 있을 때는 좀 외로운 면이 있었는데,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좋았다. 게다가 TV드라마 <연애를 기대해>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빅매치>로도 이어졌다.

-<빅매치>는 어떤가, 주변에서 듣기로 칭찬이 자자하더라. (웃음)

=아무래도 액션도 많이 하고 욕도 잘해서 그렇게 얘기해준 게 아닐까? (웃음) 특히 영화에서 운전을 많이 하는데, 굉장히 터프하게 잘한다. 장면 촬영 끝나고 주차까지 내가 다 한다. (웃음) <메이크 유어 무브>와 비교하면 정극 연기라, 나로서는 그냥 열심히 한다는 생각뿐이다. 며칠 전에 회식을 하는데 최호 감독님이 불쑥 그런 얘기를 하긴 했다. “넌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그런 표정이 나오냐”고. 정말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러운데(웃음), 하여간 영화는 길게 촬영하면서 그 배우 개인의 감정이 담길 수밖에 없기에 캐릭터와 별개로 그를 연기하는 사람의 삶이 보이는데, 넌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아무튼 <빅매치>는 나로서도 빨리 보고 싶은 영화다. 최호 감독님이 굉장히 까다로운 분인데, 나도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하는 타입이라 현장에서 티격태격할 때도 많았다. 그런 게 참 재밌었다. (웃음)

-혹시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내털리 포트먼과 레이첼 맥애덤스를 좋아한다. 키가 비슷해서 애정이 가는지 몰라도(웃음) 영화를 보고 있으면 키가 작다는 그런 생각을 잊게 된다. <클로저>(2004)에서 내털리 포트먼이 거구의 상남자 클라이브 오언과 함께할 때, <노트북>(2004)에서 레이첼 맥애덤스가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할 때, 아우라 넘치는 캐릭터만 오롯이 보인다. 그런 모습을 닮고 싶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당신과 함께했던 ‘아시아의 별’이라는 얘기를 지금 들으면 어떤가.

=정말 오래됐다. (웃음) 그래도 지겹지는 않다. 그냥 내 트레이드마크라고 생각하고, 늘 그렇게 기억해주시면 고마울 뿐이다. 난 좀 욕심이 많다. 거기서 더 뻗어나가 이제 태평양도 건너야지. (웃음)

보아가 얘기한 2012년 앨범 ≪Only One≫에는 <네모난 바퀴>라는 노래가 실려 있는데, 당시 보아는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르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마치 그 가사가 자신의 얘기 같다는 것이었는데, 아야의 삶에 공감했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가사를 살짝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번도 사뿐히 가본 적 없지, 그저 웅크려 멈춰 섰지 매일. 또 날 보고 손가락질하며 웃네, 다르게 생겨서 무시했지 여전히. 바람 불어 먼지 덮이고 빗물에 찌들어 아직은 초라해도, 항상 굴러가려 힘을 내, 한 걸음 갈 때마다 흔적은 더 깊고 선명해. 뾰족해 못난 네모난 바퀴, 역경은 깎아내면 둥글겠지. 내 부러진 날개 펼치는 날엔 언덕 끝까지 힘차게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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