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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대한민국 언론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등록 2014-05-01 19:28수정 2014-05-02 10:19

영화 <슬기로운 해법> 속 언론 기사들. 사진 시네마달 제공
영화 <슬기로운 해법> 속 언론 기사들. 사진 시네마달 제공
태준식 감독 다큐 ‘슬기로운 해법’
인터뷰 통해 조·중·동 행태 고발
“어떻게 해야 하나”는 관객몫으로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서 수많은 시민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리라. 선진국 문턱까지 갔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백주대낮에 벌어질 수 있느냐고 묻고 또 묻는다. 영화 <슬기로운 해법>의 태준식 감독도 작품을 만들면서 이 질문과 함께 1년을 살았다고 했다. 대한민국 언론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냐고.

영화는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여론 독과점과 왜곡보도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다큐멘터리물이다. 주제도 딱딱하고 무거울 뿐 아니라, 신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문이라는 놈이 자리에 앉아 종이를 넘겨가면서 읽는 인쇄매체인데 영상으로 표현할 길이 막막했을 터다.

영화는 이런 어려움을 ‘좋은 인터뷰’를 통해 돌파하고자 했다. 사례 분석과 통계 자료를 씨줄로, 진실로 언론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의 통찰력 있는 발언을 날줄로 삼았다. 김성재 전 청와대 행정관의 저서 <야만의 언론>(2010년)에 바탕을 뒀지만, 그 뒤 종편(종합편성채널) 출범 등 언론환경의 변화를 추가로 담았다.

영화는 2009년 철도노조 파업 등에서 보여준 조중동의 여러 오보 행태에서 시작한다. <중앙일보>는 열차가 멈춰 고교생이 대입 시험을 못 봤다고 1면 머리로 보도했지만, 2년 뒤 반론 보도 형식으로 이런 일이 없다고 전했다. 노동자의 파업은 여론전에 밀려 깨진 지 한참 지나서였다. 영화는 이어 몇 꼭지로 나눠 조중동의 실태를 짚어간다.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보도를 통해 세금폭탄이라는 ‘거짓말’을 만들어 어떻게 실태를 왜곡했는지 살폈다. 조중동의 광고 의존도가 높고, 특히 건설사 광고 비중이 높은 상황을 근본적 원인으로 진단한다.

영화 <슬기로운 해법> 속 언론 기사들. 사진 시네마달 제공
영화 <슬기로운 해법> 속 언론 기사들. 사진 시네마달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중동의 ‘적개심’에 이르러선 영화는 긴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영화 제작에 참여정부 인사들이 다수 관여한 덕분인지 글자를 꾹꾹 눌러쓰는 느낌이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2009년 3월 자신의 칼럼에서 “노씨 등이 너무 까불었다”고 썼던 대목에선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한 연설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 발전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대목과 겹친다. 영화는 삼성그룹과 조중동의 관계를 다루는 부분에서 한국 사회의 기득권 구조와 마주하게 된다. 삼성그룹 오너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한테 매일 올라가는 신문 스크랩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인한 부분은 일종의 특종 보도인 셈이다. 실제 태 감독도 삼성 부분이 제작 때 가장 어려웠다고 전했다.

문제는 영화의 결론이다. 화제의 사건이나 인물이 없이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다루는 ‘해설성’ 다큐멘터리로서 ‘사태는 이러합니다’라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는 또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태 감독도 “영화를 본 시민들이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토론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법을 만드는 데 이 작품이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끝부분에 <와이티엔> 해직기자인 조승호는 말한다. “언론의 사회 감시 기능이 중요하다지만 동시에 시민들의 언론 감시 기능이 중요합니다.” 제작비 가운데 3000여만원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마련했다. 15일 개봉. 1일 현재 개봉관으로 20여곳을 확정됐고, 배급사는 40여곳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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