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태치먼트'. 사진 프레인 제공
현직 교사 유은희씨가 본 ‘디태치먼트’
시종일관 우울한 느낌의 이 영화는 미국 공교육의 현실을 다큐 형식과 주인공 헨리의 내레이션이나 시선을 빌려 이야기한다. 주인공 헨리는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아픈 기억과 이를 함께 공유하는 치매 할아버지까지 돌보며 살아가는 기간제 교사다. 그의 체념적이고 비관적인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나쁜 일이 펼쳐질 것 같은 불길함이 느껴져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가 임시로 가게 된 미국의 한 공립 고등학교. 문제 아이들이 가득한 이 학교는 그야말로 욕과 조롱과 폭력이 난무하는 지옥이다. 교사들은 전화기의 음성메시지로 사직 혹은 전근을 알리고, 그 이유는 남아 있는 교사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의 상상을 초월하는 만행은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다. 이 학교에서 헨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간을 아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자 애쓰며 보낸다. 그에게 욕을 하는 학생,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는 학생, 그리고 몸을 팔며 거리를 떠도는 소녀는 모두 치명적인 상처투성이의 인간군상이다. 그가 가진 시선은 무언가 특별히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바라봐주고 들어주고 내버려두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또다른 치료법이 되어 서서히 주변 학생과 거리의 소녀를 변화시킨다. 에리카라는 거리의 소녀가 그의 ‘무심한 관심’ 속에서, 빰에 난 상처가 사라지듯 변화하는 모습은 영화의 엔딩이 되며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
영화 속 미국 공교육과 현실의 한국 공교육은 불행히도 너무나 닮아 있다. 교실에 자욱하게 깔려 있는 무기력이 닮았고 학업도, 꿈도, 심지어 내일에 대한 희망도 가지지 못한 많은 학생들의 방황이 닮았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왕따, 조롱, 특히 언어폭력은 실제 우리 학교 모습의 확대판이다.
제도적 모순 역시 너무 적나라해 보는 내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성취도 평가=실적’이라는 비유나 교사 평가에 대한 부분은 교육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모적인 발상으로,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도 동일하게 존재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교육 현실과 비교해 가장 와 닿는 부분은 사진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던 메러디스의 자살 부분이다. 꿈이 있으나 늘 조롱만 받고 마지막까지 사진을 전시하며 자신의 죽음을 암시했지만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아 자살에 이르는 그 모습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을 장식하는 수많은 우리 중고생들의 얼굴이다. 이를 지켜본 헨리는 “자신은 없으며 비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사의 입장에서는 이 대목에 이르러 ‘절대 아이들을 향한 관심과 희망은 없어서도 비어서도 안 된다’는 독백을 하게 된다. <디태치먼트>는 우리 교실과 너무나 닮았기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는 소망도 품게 만드는 영화다. 8일 개봉.
경기도 여주시 세종중학교 유은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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