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 5일 개봉하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한다. 제콘플러스·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문화‘랑’]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스틸라이프’
죽은이 발자취 쫓으며 이야기 전개
결말은 다르지만 울림은 서로 통해
리스본·런던, 매혹과 고독의 도시로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스틸라이프’
죽은이 발자취 쫓으며 이야기 전개
결말은 다르지만 울림은 서로 통해
리스본·런던, 매혹과 고독의 도시로
지난 26일 언론시사회에서 두 영화를 연이어 본 것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공교롭게도 개봉 또한 같은 날(6월5일) 하는, 닮은 듯 다른 두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스틸라이프>는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독일에서만 200만부 넘게 팔린 파스칼 메르시어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정복자 펠레> <최선의 의도>로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차례 받은 빌레 아우구스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중량감 있는 배우 제러미 아이언스가 주연을 맡았다.
<스틸라이프>는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에서 오리존티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영화제에서 2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다. 이달 초 열린 전주영화제에서도 관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풀 몬티> 제작자로 먼저 이름을 알린 우베르토 파솔리니의 두번째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죽은 이의 발자취를 쫓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얼개가 닮았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 그레고리우스(제러미 아이언스)는 스위스 베른의 고등학교에서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며 마치 칸트처럼 규칙적인 삶을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여자를 구하게 되고, 여자가 남긴 책과 그 안에 껴 있던 기차표를 손에 쥐게 되면서 난생처음 충동적 선택을 한다. 야간열차를 타고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간 그레고리우스는 책의 지은이 아마데우 프라두(잭 휴스턴)의 삶을 퍼즐 조각 맞추듯 추적해 나간다.
<스틸라이프>의 주인공 존 메이(에디 마산)는 영국 런던 케닝턴 구청 소속 22년차 공무원이다. 그의 업무는 홀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장례를 치르는 일이다. 유품을 단서 삼아 고인의 삶을 녹인 추도문을 쓰고 지인을 초대하지만, 그 혼자 장례식을 지켜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일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그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집 맞은편에 살던 노인이 홀로 숨진 채 발견된 것. 같은 날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존 메이는 자신의 마지막 의뢰인을 위해 처음으로 사무실에서 벗어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고인의 삶을 뒤쫓기 시작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그레고리우스가 리스본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퍼즐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그 퍼즐 조각이 조금씩 맞춰지면서 완성돼가는 아마데우 프라두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된다. 의사인 아마데우 프라두가 살라자르 독재정권에 맞서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하면서 휘말리는 소용돌이의 비밀이 조금씩 벗겨지는데, 우리나라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도 한다. 아마데우 프라두의 삶을 풀어내며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지막엔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아마데우 프라두의 이야기를 구체적 영상으로 재현하는 데 반해 <스틸라이프>에선 고인을 몇 장의 빛바랜 사진으로만 보여줄 뿐이다.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보다 주변인들이 그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또 그걸 추적하는 존 메이의 심경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카메라는 담담한 시선으로 좇는다.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인 우리나라 또한 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독사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영화 속 이야기를 남의 일로만 여기지 않게 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성찰하게 하는 영화라면, <스틸라이프>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하지만 삶은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이고, 죽음은 삶을 투영하는 결정체라는 점에서 둘을 굳이 구분하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다시 말해 둘 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곱씹게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재미로 해보는 소소한 비교.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그레고리우스는 망설이다 리스본행 열차에 오름으로써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 <스틸라이프>에서 존 메이는 런던으로 돌아가는 열차에 오를까 말까 망설이다 돌아섬으로써 다른 길로 들어선다. 영화에서 리스본은 당장 가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인 도시로 표현되지만, 런던은 현대인의 고독함을 상징하듯 무겁고 우중충하게 묘사된다.
이번엔 소소하지만은 않은 결말에 대한 비교. 두 영화는 비슷한 결말로 치닫는 듯하다가 갑작스럽게 정반대로 갈린다. 하지만 크게 보면, 뭐가 됐든 새로운 출발과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의 결말은 결코 다르지 않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닮은 듯 다른 영화 <스틸라이프>는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한다. 제콘플러스·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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