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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토록 편안하고 아름다운 폼잡기

등록 2014-06-19 19:11

듀나의 영화 불평
‘그레이트 뷰티’의 토니 세르빌로
파올로 소렌티노의 영화 <그레이트 뷰티>를 보면서 내가 가장 감탄했던 건 영화의 주인공 제프를 연기하는 토니 세르빌로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쿨하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줄리오 안드레오티를 연기했던 <일 디보>를 전에 보았기 때문에 그가 훌륭한 배우이고 코미디언이었다는 걸 이미 알았다. 하지만 <그레이트 뷰티>를 보고 나서 그가 ‘무비스타’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고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필립스가 던진 ‘이 행성에서 가장 쿨한 배우’라는 선언에 은근슬쩍 동조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심술궂게 그를 <우는 남자>의 장동건과 비교했다. 왜 별로 잘생기지도 않고 나이도 잔뜩 먹은 이 코미디언 할아버지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미남배우라는 장동건보다 남자로서 더 멋있게 보일까. 그건 자연스러움과 자신감에서 우러나온 스타일에 있었다. 영화 속의 그는 멋있어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었다. 원래 멋있었고 그걸 자신이 알고 그 멋이 말투, 동작, 패션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으며 그것이 그의 캐릭터가 살고 있는 도시 로마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어떤 것도 강요되지 않았고 어떤 것도 조작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장엄한 폼잡기라고 할 수 있는 <그레이트 뷰티>의 성공도 여기에 있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아름답게 폼을 잡을 수 있다면 그건 그 자체로 내용이 된다.

이렇게 되면 반대쪽에서 질문하게 된다. 평생을 미남으로 살아왔고 앞으로 한동안은 몇십년은 그렇게 살 장동건은 왜 지금도 노력파 미남처럼 보일까? 그는 경력 내내 단 한번도 자기 외모에 편안한 적이 없어 보였다. 늘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언제나 미남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장동건도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거친 역들을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미남을 연기해왔다. 마티니 아이돌과 같은 미남이 아니라 터프하고 남성적인 미남을 연기했을 뿐이다. 이 경향이 <친구>부터 시작되어왔으니 10년이 넘어간다. 이 정도면 거의 전문분야라고 해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이 역들을 연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듀나 칼럼니스트
듀나 칼럼니스트
그렇다면 그 노력이 빠지면 무엇이 남는 걸까? 생각해보니 나는 이와 비슷한 질문들을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계속 던져왔다. 엄격하게 이미지가 관리되는 한류 스타들. 그러니까 장동건, 이영애, 배용준, 원빈처럼 자신의 이미지를 철통방어하는 배우들 말이다. 이들 중 몇 명은 훌륭한 작품에 출연했다. 예를 들어 이영애는 <봄날은 간다>와 <친절한 금자씨>의 주연이었기 때문에 난 이 배우의 경력에 시비를 걸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애라는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려 하면 텅 빈 백지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연인 이영애의 대외 이미지가 가진 심심함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여전히 아름답지만. 연예인이란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파는 직업이다. 배우는 특히 더 그렇다. 아무리 연기는 연기라고 주장하고 싶어도 그럴 수는 없다. 테크닉과 노력 뒤에는 자기 자신이 있고 결국 그것이 가장 중요한 밑천이 된다. 관리된 이미지만을 전시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듀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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