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고양이 우당탕탕 알바전선
<알바고양이 유키뽕>
카즈히로 아즈마 글·그림
가난을 등에 업은 청춘에게, 시급 200원, 300원에 희색하며 아르바이트를 옮겨다니는 빈곤한 젊음을 위한 귀여운 웃음폭탄.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는 여주인 아케미를 부양하는 고양이 유키뽕은 방년 3살의 수컷고양이. “낮에 하는 알바만으로는 입에 풀칠하기가 힘들어져서 밤에도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라며 파란만장 알바전선에 뛰어드는 고양이 유키뽕과 유키뽕이 기껏 벌어온 돈을 술마시는데 탕진하거나 허무한 쇼핑에 써버리는 주인 아케미의 동거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독자들이 보내온 고양이 하이쿠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엽기소녀, 킹카와 바람났소
<노다메 칸타빌레>
토모코 니노야마 글, 그림
순정만화의 탈을 쓰고 명랑만화를 지향하는 <노다메 칸타빌레>는 엘리트 음대생 치아키와 치아키를 좋아하는 불가사의한 소녀 노다메의 연애담이다. 치아키는 생긴 것도, 피아노나 지휘 실력도 발군인 그야말로 엘리트지만, 노다메는 악보도 잘 못 읽고 당황하면 사투리부터 튀어나오는 엽기소녀다. 두 사람은 연애감정을 키워가면서 음악적으로도 성숙해 간다. 명 지휘자는 알고 보니 색골이었고, 클래식 공연을 하는 학생들은 후카시가 잔뜩 들어 잊기 힘든 콘서트를 연출한다는 식의 풍성한 주변 인물 묘사 역시 볼만하다.
둘이 보다 하나가 죽어도 모름 <생활의 참견>
김양수 글·그림
‘삶이 그대를 속일 때마다 슬퍼하고 노여워하는 그대’에게 권하는 한 권의 만병통치약. 그림체도 조악하고 내용도 체험담이 대부분이라 딱히 새로울 건 없지만, 둘이 읽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지경으로 웃긴다. 학창시절, 웃기는 얘기 잘 하는 급우가 쉬는 시간 짬짬이 해 주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만화. 주차를 잘 못해 임신한 아내를 들이받아 병원에 데려갔는데, 그곳에서도 주차를 못해 결국 아내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주차를 하고 병원 검진을 받았다는 이야기 등 일상의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웃음이 일품이다.
살이 빠질 정도로 울어봤니?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우스타 쿄스케 글·그림
대학도 취직도 포기하고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몰린 고교 3학년 키요히코와 그를 피리의 세계로 인도하려는 정체불명의 피리리스트 재규어 이야기. <멋지다 마사루>를 그린 우스타 쿄스케의 작품으로, 지구의 것이라 볼 수 없는 해괴망측한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널 보고 있으면 두근거린단 말야, 이 귀여운 계집애!”라는 건달의 어처구니없는 사랑고백이나, 절규하는 장면 위에 “말 그대로 살이 빠질 정도로 울었다”는 장난스런 캡션을 다는 정도의 센스는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에서는 기본이다.
주인공 없다, 꽃미남 있다
<츄리닝>
이상신 글, 국중록 그림
밤 12시에 식사를 주문 하는 전화를 받은 어느 아저씨. “너는 잠도 없냐! 잠이나 자!” 하고 욕을 하며 윽박지른 뒤 전화를 끊고 나서 보여주는 집 밖 간판에는 ‘24시간 야식주문’ 이라고 적혀 있다. 신문 만화의 묘미를 십분 살린 연재물 <츄리닝>은 단행본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천재 주인공은 없다. 꽃미남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단순한 유머에서 시작된 생활 패러디와 사회 풍자가 은은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한국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서만 터져나올 수 있는 웃음이 살아 있다.
글/이다혜(자유기고가)
산책만 나가면 1달러즐 줍네 <대단한 유혹>
감독/장 프랑소와 풀리오 출연/레이몽 부샤르, 다비드 부탱
천국이란 어떤 곳일까? 몬트리올에서 잘나가가던 성형의사 크리스토퍼는 한적한 섬 ‘생 마리’에서 천국을 발견한다. 산책만 나가면 1달러를 줍고, 낚시만 하면 월척이다.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생 마리’에 푹 빠진 크리스토퍼. 하지만 천국은, 15년간 섬에 없었던 의사를 모셔오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의 결과였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대단한 유혹>은 포근한 즐거움과 익살 그리고 감동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명절영화다.
삼순이 원조? 아니 김선아 원조!
<위대한 유산>
감독/오상훈 출연/임창정, 김선아
삼순이의 모든 것은 <위대한 유산>에서 시작되었다, 고 해도 좋다. 이전에는 꽤 섹시했던 김선아에게 짜장면을 입에 가득 넣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온갖 궁상을 다 떨게 만들었던 <위대한 유산>은 삼순이를 만난 지금 보면 더욱 재미있다. 오랜 백수생활에 지치기도 하고, 익숙해지기도 한 창식과 미영은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늘 부딪치고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교통사고의 목격자가 된 창식과 미영에게 거대한 재난이 닥쳐오고, 그들은 공동운명체가 된다. 임창정과 김선아의 코믹 연기만으로도 한없이 즐겁다.
너희가 정말, 팝송을 모르느뇨?
<스쿨 오브 락>
감독/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잭 블랙
젊은 날에 팝송을 좋아했다면, 아이들과 함께 실컷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감동적인 영화. 위대한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듀이는,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록 밴드에서 쫓겨난다. 친구를 사칭하여 사립 초등학교의 임시교사가 된 듀이는, 비틀즈도 레드 제플린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분개한다. 클래식 말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아이들에게 기타와 드럼, 키보드를 가르친 듀이는 학생들과 함께 록 밴드 경연대회에 참가한다. <비포 선라이즈>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선사하는 록 음악과 유머, 그리고 추억의 만물상자 같은 영화다.
스릴러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피구의 제왕>
감독 로슨 마샬 더버 출연 빈스 본, 벤 스틸러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주랜더> <미트 페어런츠> <로열 테넨바움> 등 벤 스틸러가 나온 코미디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개성적인 연기파 배우 빈스 본은 <올드 스쿨> <미세스 앤 미스터 스미스> <웨딩 크래셔>에서 기발한 코믹 연기를 보이고 있다. 벤 스틸러와 빈스 본이 만난 <피구의 제왕>은 사회의 낙오자들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걸고 피구시합에서 맞붙는다는 코믹 스포츠 영화다. 황당하고 저속하면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서민적인 웃음을 만날 수 있다.
포르노스타, 옆집에 이사왔네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감독/루크 그린필드 출연/에밀 허쉬, 알리샤 쿠스버트
명문대 입학을 눈앞에 둔 모범생 매튜의 옆집에 아름다운 다니엘이 이사온다.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도 없는 매튜를 적극적으로 리드하며 일탈의 길로 이끄는 다니엘. 황홀한 사랑에 빠진 매튜이지만, 다니엘이 포르노 스타임을 알게 되면서 난국에 빠진다. 80년대 최고의 청춘영화 <톰 크루즈의 위험한 청춘>을 변주한 듯한 <내게 너무 아찔한 그녀>는, 세련된 웃음과 감동으로 진정한 사랑과 섹스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더불어 성교육에 도움이 되는 내용도 많이 있다.
글/김봉석(영화평론가)
둘이 보다 하나가 죽어도 모름 <생활의 참견>
산책만 나가면 1달러즐 줍네 <대단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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