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
김태용-탕웨이 결혼에 부쳐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결국 김태용 감독과 연기자 탕웨이가 결혼을 발표했다. 한국 연기자와 해외 연기자가 연인 관계임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활동했던 유명 영화 감독이 해외에서 태어나 주로 해외에서 활동한 국제적 여성 연기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감독과 연기자가 결혼하는 것은 사실상 영화계의 수많은 비공식적 로망 중 하나다. 장 뤽 고다르는 안나 카리나와 결혼했었고 페데리코 펠리니는 줄리에타 마시나와 평생을 함께 하며 수많은 걸작을 만들었다. 코엔 형제 중 조엘 코엔은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함께 살며 함께 영화를 만들어 왔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고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그리고 장준환과 문소리 커플도 있다.
감독과 여배우 커플은 영화계에 아름다운 영감을 끊임 없이 공급해 왔다. 영화 <길>과 같은 걸작은 펠리니와 마시나의 관계가 없었다면 아예 탄생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다르가 안나 카리나를 스크린에 투영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부부 관계와는 사뭇 거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미치광이 피에로>나 <비브르 사 비> 같은 위대한 작품들은 고다르와 카리나의 사랑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
이제 와서 뒤를 돌아보면 영화 <만추>는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게 된 계기였다. 촬영 전, 캐릭터의 깊은 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모니터 속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며 그 사람이 원하는 연기를 해냈을 때의 짜릿함을 느끼며 서서히 빠져드는 사랑. 물론 제대로 영화도 안 찍고 이 부분에만 몰두하는 감독이 있을 수도 있고, 직업적인 상하관계를 이용해 여성 연기자에게 부당한 제안을 던지는 감독도 존재한다면 그건 권장할만한 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영화 감독이 여배우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나 존재할 법한 로맨스가 현실에 존재하게 된다는 것은 더욱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선사한다. 더욱 기대되는 부분은 결혼 후 두 사람의 행보다. 그들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일부 대중과 매체도 등장하겠지만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낼 영화는 과연 어떤 작품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증이 밀려온다.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부분은 그동안 수입이 불안정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며 전업으로 하기 힘든 일임이 이미 세상에 많이 알려져 인기 없는 직업이 되어 버린 ‘영화 감독’을 꿈꾸는 인재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김태용 감독처럼 실력 있는 감독이 된다면 탕웨이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배우와 결혼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장래 희망이란 단순히 직업적인 성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국 영화계가 김태용 탕웨이 커플 덕분에 더욱 윤택해질 것을 설레발 쳐 본다.
조원희/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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