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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제야 아역에서 성인 연기로 넘어간 느낌”

등록 2014-07-03 19:13

[문화‘랑’] 영화
‘좋은 친구들’ 열연 주지훈
<좋은 친구들>(10일 개봉)은 죽마고우 세 친구의 얘기를 담은 영화다. 묵묵하고 사려 깊은 소방관 현태(지성), 껄렁대고 속물근성을 지닌 보험사 직원 인철(주지훈), 우유부단하고 마음 여린 영세 자영업자 민수(이광수)가 그들이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뒤 셋 중 주지훈을 인터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의 대표작을 갈아치울 만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생각에서다. 다들 비슷한 생각인가 보다. 주지훈 인터뷰 요청이 가장 많다고 한다. 지난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주지훈은 “제 인터뷰가 가장 많이 잡힌지 몰랐어요. 너무 감사하죠”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연기때 욕 한번 해본 적 없었는데
이번엔 나름대로 갈 데까지 갔죠
‘다섯 손가락’ 막장 연기도 도움
전환점 삼아 캐릭터 더욱 확장

인철은 불법 성인 오락실을 운영하는 현태 어머니와 짜고 오락실에 불을 지르기로 한다. 화재보험 보상금을 챙기고 오락실을 정리하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합리화하며 탐탁지 않아하는 민수까지 끌어들인다. 하지만 일을 꾸미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현태 어머니가 숨지고 만다. 현태는 직접 범인을 찾아나서고, 인철과 민수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자신이 범인임을 숨긴 채 범인 잡기를 도와야 하는 인철과 민수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인철은 주지훈이 이전에 연기해온 캐릭터와 많이 다르다. 드라마 <궁>(2006)의 황태자로 상징되는 말쑥하고 세련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가볍고 나대기 좋아하는 인철은 센 척하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불안감에 쩔쩔매는 약하디약한 존재다. 주지훈은 인철을 연기하면서 “아역에서 성인 연기로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나이 서른둘. 이제야 성인이 된 것 같다는 게 무슨 얘기일까?

“지금까지 연기하며 욕 한번 해본 적이 없어요. 아무도 저에게 그런 걸 시키지 않았죠. 주지훈에게 시키면 안 되는 연기가 정해져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런 게 다 깨졌어요. 저 나름대로 갈 데까지 갔어요. 18살 친구들은 대학생 연기를 못해요. 그런데 24~25살 되면 고등학생도 연기했다가 성인도 연기하고 그래요. 저 역시 이번 영화를 계기로 더욱 확장되는 것 같아요. 제겐 무척 소중한 전환점이죠.”

주지훈은 <좋은 친구들> 시나리오를 읽고 ‘이건 무조건 해야 해’라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도윤 감독과 상의해 자기가 먼저 살을 찌우겠다고 했다.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려고 10㎏가량 불렸어요. 옷도 맞춤복이 아니라 기성복을 입었고요. ‘슈트발’ 받으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촬영본을 보니 제가 키가 커서 그런지 확실히 튀더라고요. 속상해서 술 많이 먹었어요.”

영화 <좋은 친구들>의 한 장면.
영화 <좋은 친구들>의 한 장면.
187㎝의 훤칠한 키를 가진 그는 모델 일을 먼저 시작했다. 그러다 연기에 발을 들였다. “연기자가 꼭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모델도 어차피 연기의 하나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모델도 어쩌다 보니 하게 된 거였지만요.” 2005년 단막극에 출연한 것이 전부인 그에게 황인뢰 감독이 <궁>의 주연을 제안했다. 그는 고사했다. “겁이 났어요. 능력도 안 되는데, 그렇게 큰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니. 2주 동안 버티다가 감독님께 혼나고 결국 하게 됐죠.”

<궁>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지만 “연기력이 안 좋다”는 비판은 그를 분하게 만들었다. “창피한 게 싫어요. 잘하진 못해도 진짜 열심히 했다는 얘기라도 들어야 안 부끄럽잖아요.” 그는 드라마 <마왕>(2007) 제작진을 쫓아다니며 매달린 끝에 배역을 따냈다. “박찬홍 감독님께 혼나면서 배웠어요.” <마왕>으로 그는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키친>(2009)으로 영역을 넓혀가던 중 마약투약 혐의로 물의를 빚고 군입대를 했다. 제대 뒤 복귀한 그는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결혼전야>, 드라마 <다섯 손가락> <메디컬 탑팀> 등으로 활동의 폭을 더욱 넓혔다. 그러다 이번 영화 <좋은 친구들>로 ‘연기자’ 주지훈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솔직히 ‘막장 드라마’라는 얘기를 듣는 <다섯 손가락> 출연이 썩 내키진 않았어요. 그 드라마에서 말이 안 되는 걸 말이 되게 연기하려고 애 많이 썼거든요. 돌이켜보면 그게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드라마 끝나고 밥집에 가니 이모님들이 제 손을 잡고 눈물을 그렁거리며 공감해주시더라고요. 제 연기를 보는 팬들은 20~30대라고만 생각했는데, 50~70대 분들도 봐주신다는 점을, 그분들도 대중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 뭔가 편안해진 것 같아요.”

이런 말을 하는 주지훈에게서 ‘꽃미남’이 아닌 ‘성인 연기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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