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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눈물에도 색깔이 있는 배우, 천우희

등록 2014-07-06 16:37수정 2014-07-06 16:58

<써니>, <마더>, <26년>,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까지
기민하고 순발력 좋은 ‘똘똘한 배우’ 천우희를 만나다
[오동진의 크랭크인 시즌 2 - 천우희 편]

화제의 영화인들을 만나는 ‘오동진의 크랭크인(人) 시즌 1’이 끝난 지 1년 반. 오랜만에 ‘크랭크인(人) 시즌 2’가 ‘한겨레 TV’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다. ‘크랭크인 시즌 2’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롭다는 것. 스튜디오를 떠나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또 마음속 이야기를 듣기 위해 칵테일을 마시며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또 편집도 고정된 형식을 떠나 자유롭다.

첫 초대손님은 영화 <한공주>의 주연 천우희씨. 영화 <써니>에서 본드걸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배우 천우희는 <한공주>에서 내면속의 깊은 연기를 펼치며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크랭크인(人) 시즌 2’, 천우희편에서는 천우희가 보는 영화와 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영화평론가 오동진씨가 던진 돌직구에 천우희씨는 어떻게 맞서는가? 여배우들 중 주당 1위는 누구? 이런 소소한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다. 영화인들과 나누는 영화와 삶의 이야기. ‘크랭크인(人) 시즌 2’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천우희는 원래 조금 더 일찍 만날 사람이었다. <오동진의 크랭크人>이 워낙은 4월 말에 오픈할 예정이었으니까. 천우희는 일찌감치 첫 방송 출연자로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4월16일이 모든 걸 중단시켰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죄책감과 분노로. 부득불 녹화와 촬영 일정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때 몰랐던 건 이렇게 두 달여가 지나야 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아직도 상처는 깊다.

뒤늦게 천우희를 만났지만 역설적으로 어쩌면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우희가 주연을 맡은,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 가운데 하나인 <한공주>는 궁극적으로 ‘국가적 범죄’에 대한 얘기를 담는다. 단순히 ‘그’ 범행의 가학성과 극악무도함을 표현하는 데만 그치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을 넘어 기성세대의 철면피적 뻔뻔함과 구세대가 갖고 있는 구제불능의 작태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가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의 끝에 서있으며 결국 그렇게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동의 성찰을 해나가야 함을 강조한다. 이 보다 더, 작금의 ‘세월호 사태’에 대한 답을 주는 작품도 없을 듯 싶었다. 비록 우회로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그래서 뒤늦었더라도 천우희를 1회 출연자로 선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어쨌든 천우희가 늘 궁금했었다. 똘망똘망하고 큰 눈동자를 데루룩 굴리면서 어떻게나 눈물을 잘 흘리던지, 그런데 그 눈물은 분하고 억울하고 슬퍼서 흘리는 것이 아닌 듯이 보였다. 그보다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얘기를 털어낼 수 없는, 답답함 그리고 좌절감의 표시 같은 것이었다. 사람이 울고 있을 때, 그 울음의 형태와 소리, 맛과 느낌은 다 다른 것이다. 눈물에 색깔이 있다면 그건 여러가지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걸 연기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천우희는 그걸 해낼 줄 아는 배우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자신이 어떤 눈물을 흘려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당연히, <한공주>의 한공주 역을 맡아 연기하면서 그 속내의 생각이 어땠을까가 궁금했었다. 영화 속에서 공주는 참혹한 일을 겪었다. 수십 명의 남자 아이들에게 윤간을 당했다. 저 아이의 갈가리 찢어진 마음을 천우희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표현해 낼 수 있었을까.

자칫 분위기가 너무 우울해질까 봐 짐짓 유쾌한 척, 농을 많이 건넸다. 어울리지도 않게 남자 친구 얘기도 물었다. 그런 우문에 천우희는 연애를 안하는 게 배우에게는 일장일단이 있다는 식으로 답했다. 연애를 많이 못해 봐서 오히려 그것에 대한 상상력이 아주 풍부해질 수 있다는 것과 한편으로는 디테일한 감성을 살려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결국 세상의 모든 일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현답을 건넸다. 천우희는 똘똘한 배우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할 줄 아는 연기자다.

엉뚱하게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파격적인 작품 <님포매니악>을 두고도 얘기를 꺼내 봤다. 당신이라면 아무리 감독이 시킨다 한들, 저렇게 표현 수위가 높은 연기를 해낼 수 있겠어 라는 식의 질문이었던 셈인데 천우희는 그걸 살짝 피해가는 지혜까지 선보였다. 배우라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주변에서나마 자신이 그런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문회식으로 기묘한 답변을 한 셈인데, 천우희가 기민하면서도 순발력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천우희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출연작 <써니>를 얘기하곤 한다. 그 영화에서 천우희는 불량기 가득한 여고생 역을 맡았다. 그러나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어린 동생을 보호하려는 모성애 가득한 언니 역을 척척 해내는 모습이다. <마더>와 <26년>에서도 그녀의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앞으로 개봉될 부지영 감독의 <카트>와 지금 한창 촬영중인 김광태 감독의 스릴러 <손님>에서도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짧은 필모그래피지만 천우희가 곧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 소리를 듣게 될 인물임을 감지케 한다.

그녀와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오동진의 크랭크人> 두 번째 시즌의 첫회 ‘천우희 편’의 많은 시청을 바란다.


[오동진의 크랭크人#2E1] '한공주'의 천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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