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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황정민 “가슴에서 우러나는 연기 믿는다”

등록 2005-09-15 15:59수정 2005-09-15 15:59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 씨네21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 씨네21
'너는 내 운명'서 전도연과 호흡

"카메라나 영사기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지만 그 안에 진심만 우러나면 돼요. 다른 것들이 뭐가 필요하겠어요."

서른이 한참 넘도록 사랑 한 번 제대로 못해 본 남자. 이 남자가 읍내 다방에서 일하는 천사같은 아가씨와 사랑에 빠진다. 꿈같이 흘러가는 행복한 시간들. 하지만 여자는 에이즈(AIDS)에 걸렸고 사람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23일부터 관객들을 만나는 멜로 영화 '너는 내 운명'(감독 박진표)과 주연 남자 배우 황정민(35),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석중을 관통하는 한가지 공통점은 바로 '진심'이라는 단어에 있다.

결국 '통속 멜로물'이라는 꼬리표를 당당하게 드러내며 영화가 그리려했던 것도 두 남녀의 진심이며 이들 사이의 사랑이 지켜지는 것 역시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석중의 마음 덕이다. 그리고 배우간의 호흡과 감정의 흐름이 어떤 장르보다 중요한 멜로 영화에서 배우 황정민이 가슴에 담아 둔 한가지도 바로 진심이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종로의 한 공원에서 만난 그는 "눈에 하트가 생기도록 노력했고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느껴가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믿는다


에이즈가 걸린 여자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느냐고? 스스로의 말처럼 동성애를 다룬 영화 '로드무비'를 통해 그는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듯하다. 황정민은 "영화 속 은하와 한동안 열애에 빠져있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멜로는 테크닉의 문제가 절대 아니더라고요. 은하를 사랑하려고 하다 보니까 어느새 제 눈에 하트가 생겨났고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연기가 됐어요. 손끝이 찌릿찌릿해지니 말투나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연스러워지더군요."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와 이들에게 닥치는 위기, 그리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사랑이라는 흔한 이야기이지만 영화는 이런 흔함을 굳이 바꾸려하지 않는다. 박진표 감독, 그리고 함께 호흡을 맞춘 전도연과 함께 그가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뜻을 모은 것은 바로 진심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믿어요. '오바'하더라도 진심이 묻어있으면 되거든요. 사람은 다 똑같고 진심은 통하니까요."

▲아내와의 사랑이 멜로 연기의 힘

영화 속 사랑의 한결같음은 황정민 자신의 연애담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그는 지난해 9월 10년간이나 열애하던 뮤지컬 배우 김미혜씨와 결혼한 1년차 새신랑이다.

"스스로의 연애 경험이 영화 속 멜로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그는 사랑에 대해서도 "끝까지 믿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우직함이라는 단어는 사랑에 대한 그의 생각 뿐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자세에도 잘 들어맞는다.

일찍부터 영화 연기에 뜻을 둬왔고 연극판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배우였지만 서른이 넘어서야 영화에 데뷔('와이키키 브라더스')한 것은 연기의 내공을 쌓고 싶었기 때문. 대학로 배우들이 감초 연기자 되는 게 너무 싫었고 스스로 그렇게 하면서까지 데뷔를 서두르지 않았다. "가벼운 역할은 있지만 배우 스스로가 가벼워서는 안된다"는 믿음을 우직하게 따랐기 때문이다.

'씨팔' 한마디를 던지며 아이스링크에서 허우적대는 '달콤한 인생'의 건달 백사장에서 '바람난 가족'의 속물 변호사 영작, 그리고 '너는 내 운명'의 순박한 총각까지 스크린에서 그가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들은 그때 쌓여진 오래된 내공의 결과다.

▲관객과의 약속 지키기 위해 15㎏ 체중 불려

영화 속 황정민이 연기하는 석중은 덩치가 큰 시골 총각이지만 후반 은하와 헤어진 뒤에는 핼쑥하게 야윈 모습을 보여준다. 행복했던 시절 넉넉해보이던 그의 모습은 마음고생을 거친 뒤 점점 사라져간다.

영화 속 인물의 모습을 위해 그가 늘였다가 뺀 체중은 15㎏. 특히 살이 빠진 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보름 뿐이었다. "살찌는 건 쉬운데 빼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살이 안찔까봐 걱정했는데 술마시고 튀김에 만두에 닥치는 대로 먹다 보니까 생각보다 살은 쉽게 붙더군요. 문제는 살을 빼야하는 시간이 보름밖에 안됐던 데다 얼굴살은 잘 안 빠지는 거에요. 그래도 즐겁게 뺐어요. 관객들과의 약속이었으니까요"

야윈 석중이 면회소에서 교도소의 은하와 만나는 영화의 크라이맥스 장면은 이렇게 체중을 감량한 뒤 촬영됐다.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이 장면은 꼬박 반나절 동안 카메라에 담겼다.

"감독님이 이 장면 연기는 전적으로 배우들에게 맡겼거든요. 촬영이 끝난 뒤에는 완전히 진이 빠지더라고요. 좁은 장소에서 연기 동선을 맞추느라 고생도 많이 했고, 계속 소리지르고 눈물 흘리고…. 제가 또 꼴에 배우라고 가짜 눈물을 쓰는 것은 싫어하거든요."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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