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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잘빠진 조선판 ‘서부영화’…윤종빈 어디에?

등록 2014-07-17 19:04

영화 <군도>.
영화 <군도>.
화려한 액션·멀티캐스팅 돋보여
자신만의 스타일 안보여 아쉬움
하정우·강동원 주연으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군도: 민란의 시대>는 한마디로 ‘조선판 웨스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 앵글이 붉은 먼지가 뿌옇게 흩날리는 황야를 비추는 시작부터가 그렇고,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말 달리는 장면도 그렇다. 과연 다소 낯선 포장을 두른 이 160억짜리 블록버스터는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인가.

영화 <군도>의 배경은 백성을 수탈하는 탐관오리들의 악행이 극에 달했던 철종 10년. 지리산 의적단 ‘추설’은 부패한 나주 목사를 잡아 처단하고, 창고에 쌓아둔 식량을 백성들에게 나눠준다. 죽은 나주 목사를 대신한 신임 목사가 부임하지만, 지역의 대부호 조 대감의 서자인 ‘조윤’(강동원)과 손잡고 아예 땅을 통째로 빼앗는 극악무도한 수법으로 백성들을 수탈한다. 불가촉 천민으로 여겨지는 백정 ‘돌무치’(하정우)는 조윤의 계략에 순박하게 걸려들어 어머니와 누이를 잃게 된다. 죽음 직전에 살아난 돌무치는 의적단 추설에 들어가 조직의 ‘에이스’로 거듭나 복수의 칼을 간다.

영화 <군도>.
영화 <군도>.
공분을 살 수밖에 없는 탐관오리의 악행, 잔인하게 살해된 가족과 이에 격분해 복수에 나서는 주인공은 익숙하다 못해 구태의연한 구도다. 여기에 하정우와 강동원뿐 아니라 추설의 일원인 이성민, 이경영, 조진웅, 마동석 등 멀티캐스팅을 앞세운 것 역시 낯익은 영화 문법이다.

하지만 의적단에 합류하게 된 각각의 사연과 각 캐릭터의 주특기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설명하며 속도감을 붙인 것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어느 한 캐릭터도 겉돌지 않게 잘 반죽해 영화 속에 녹여낸 것도 큰 장점이다. 특히 순박하다 못해 바보 같은 ‘돌무치’에서 정의롭고 우직한 ‘도치’로 변신하는 하정우, 악독하지만 관객들의 묘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강동원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조선 사극이면서도 쌍권총을 연상시키는 쌍칼을 휘두르는 등 웨스턴 무비를 묘하게 결합시킨 방식, 화려한 액션과 코믹한 유머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변화무쌍한 전개 등도 눈길을 끈다.

다만,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려내며 자신만의 세계를 각인시켰던 윤종빈 감독은 이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민란이 빈번했던 당시 역사를 깊이감 있게 그려내기보단 화려한 액션과 하정우-강동원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너무 지쳐 있었다. 세상의 변화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렸다는 느낌도 많았다. 이런 것들을 치유해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윤 감독의 부연설명도 아쉬움을 전부 달래진 못할 듯하다.

유선희 기자,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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