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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고독한 그를 위해 하고픈 말 “문성근 애인 구함”

등록 2014-07-23 16:37수정 2014-07-23 18:15

오동진의 크랭크인
오동진의 크랭크인
[오동진의 크랭크인 시즌 2 - 문성근 편]
봉준호 감독 제작 ‘해무’에서 비루한 역
악역 잘 어울려 이젠 ‘원로 깡패’같은 배우
“예전엔 여기서 저기로 잘도 변신했는데
요즘 연기와 정치 자꾸 충돌…늙었나봐”
요즘 같으면 문성근은 백프로 배우다. 정치인이라고 하기가 좀 애매해진다. 그는 알게 모르게 잇달라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친구 이창동 감독이 제작을 맡았던 영화 <도희야>에서 그는 지방의 경찰서장 역으로 잠깐 나온다. 두 씬 정도에 불과하지만 늘 그렇듯이 강렬하다. 문성근은 극중에서 위압적이고 권력지향적이지만, 발톱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로 나온다. “나도 종종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실종>을 찍은 이후 자꾸 악역 섭외가 들어 온다.” 나 역시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문성근에게는 그런 역이 더 잘 어울린다. 그는 원래가 악역 전문배우를 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1-1>에서 정재영의 상대역인 조폭 보스 같은 역. 그는 그때 정말 눈 그림자 밑으로 살기를 감추며 살아가는, 산전수전 다 겪은 원로 깡패처럼 보였다.

각설하고, 그는 최근 그의 표현대로라면 ‘오랜만에 선배 연기자다운’ 영화 한편을 찍었다. 신인 심성보 감독의 작품이지만, 봉준호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고 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해무>다. 어떤 영화일까? 그는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

“영화 내용? 음…바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까딱하면 갖고 있는 배까지 몽땅 넘어가게 될 처지의 선장과 그가 데리고 있는 선원들이 세상의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직전의 이야기? 그 정도? 나는 뭐…뭐겠어? 가장 비루하고 한심한 인간으로 나오지. 분명한 것 하나는 나로부터 사건이 시작된다는 거야. 중요한 역할이지. 역시 씬은 그리 많지 않지만. 내가 제일 먼저 죽어.(웃음)”

그는 이번에 다시 한번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했다. “애들이 너무 잘한다”고 칭찬했다. “봉준호는 천재”라고도 했다. 그는 “지들끼리 얘기하는데 나는 잘 못 알아 먹겠는 얘기도 좀 있더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윤석이 잘 하고 이희준이 특히 잘했고, 후배 연기자들에 대한 칭찬에 침이 말랐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사람들 칭찬을 하면서도 다소 외로워 보였다. 지쳐 보이기도 했고,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실은, 특이하게도, 그에게서는 늘 고독이 느껴진다. 혼자 산 지 너무 오래돼서이기도 할 것이다. 인터뷰라는 공식 대화말고 사석에서는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었다. “문성근 애인 구함.”

그러나 그건 꼭 생활의 외로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늘 머리와 가슴에서 공허함을 느낀다. 문성근은 이 시대가 늘 모자라고 목마르며 배고프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는 배우지만, 한편으로는 활동가이고 한편으로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문성근, 누가 뭐래도, 이 세상이 두쪽이 난다 해도 이른바 ‘노빠’이며 그런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배우인 문성근은 정치인이 될 때면 늘 적과 아가 뚜렷이 갈린다. 문성근은 2012년 총선 당시 부산에서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득표율은 좋았다. 그러나 졌다. 그리고 낭인이 됐으며 그때의 분전을 곱씹으며 사는 것처럼 보인다.

“총선 패배 때문이 아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국민의 명령’이란 운동이 더 중요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과 이 부분에 대한 얘기가 잘 안됐다. 모든 민주 세력의 대오를 하나로 만드는 일. 그게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을 나온 거고. 난 이 ‘국민의 명령’이 다시 한번 올바로 작동되기를 원할 뿐이다.”

그는 다시 정치를 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에게 정치는 특권이 아니니까. 그냥 일상이고 생활이니까. 마치 배우가 연기를 하듯이 사람은 정치라는 행동을 하며 살아가게 마련이니까. 그래서 문성근 본인은, 자신이 배우인지 아니면 정치인인지 구별을 안하고 산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라고 말한다. “다만 정치인이기 때문에 너무 반듯하게만 있다가 연기를 하는 현장에 와서 그게 좀 어색해질 때가 생겨서 고민이긴 해. 연기자는 풀어져야 하거든. 똑바르고 정직하기만 하면 안되거든. 그 두 가지가 요즘 자꾸 충돌해. 옛날에는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잘도 변신하곤 했는데…늙었나 봐.”

영화인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듣는 프로그램인  ‘크랭크인(人) 시즌 2’가 배우 겸 정치인 문성근을 만났다.
영화인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듣는 프로그램인 ‘크랭크인(人) 시즌 2’가 배우 겸 정치인 문성근을 만났다.

늙었지 그러면 안 늙었나. 그는 이제 환갑을 넘겼다. 세상에 ‘아름다운 청년 문성근’이, 언제까지나 청년 이미지를 갖고 있을 법한 문성근이 이제 이순의 나이가 됐다. 그래서인지 그는 조금 조급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에 대해서도, 영화에 대해서도. 세상의 변화는 늘 그가 꿈꿔 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바람은 쉬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6~7년간의 간난하고 지난했던 모습을 반추해 보면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상은 잘 바뀌지 않는 법이다.

그렇다면 영화에 대한 그의 꿈은 곧 이루어질까. 그건 그럴 것이다. 영화 쪽에서 여전히 문성근을 원하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문성근 스스로가 영화와 제대로 한판 붙고 싶어 하니까. 아 근데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꼭 정치판이 아니더라도, 영화판에서 문성근을 계속 만났으면 좋겠다. 배우 문성근이 그렇게 영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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