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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미스터 주부퀴즈왕’ 서 아줌마로 변신한 한석규

등록 2005-09-15 19:53수정 2005-09-15 19:53

“쓸! 여기 피 한장씩” 능청맞은 연기 물만났네

<주홍글씨> 이후 분주한 발걸음으로 활동을 재개한 배우 한석규(41)가 새 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으로 돌아왔다. 그의 영화이력에서 열두번째 줄에 기입될 <…주부퀴즈왕>(29일 개봉)은 스크린 데뷔작인 <닥터 봉>과 <넘버 3>에 이은 세번째 코미디영화다. 그보다 이채로운 건 그의 첫 ‘가족 영화’라는 점이다.

명문대 출신·멀쩡한 허우대로 아내가 구직 닥달 하건말건 6년째 ‘전업주부’ 에 빠져
“아들에게 아빠 출연 영화 보여주고 싶어 선택”
늘 새로워지려는 마음에…대부분 데뷔감독과 작업

“그 사이 직접 가정을 꾸렸다는 게 이번 영화를 선택한 몇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촬영 쉴 때는 아이들과 조카들을 데리고 극장에 자주 가요.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자주 체크하면서 내 작품 중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었구나 새삼 깨닫게 됐죠. 제가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영화 한편 보는 게 꽤 큰 정서적 충격이었는데, 영화 일 하는 사람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부퀴즈왕>에서 그는 명문대 출신에 ‘멀쩡한’ 허우대로 6년째 전업주부를 하면서 집안 식구들을 근심시키는 남자로 출연한다. 그러나 아내가 새 직장을 구하라고 닥달을 하건말건 이웃 주부들과 친하게 어울리면서 주부일에 만족하며 산다. 날카로운 눈초리로 주변을 살피는 그의 눈빛을 잡던 카메라가 점점 뒤로 빠지면 화투 한 장을 박력있게 던지면서 “쓸! 여기 피 한장씩”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은 근래 그의 역할에서 보기 힘들던 편안한 웃음을 던진다. 장르의 특성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보여줘온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즉물적 생동감이 있다. “이런 게 꼭 좋은 연기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근에 나의 바이오리듬에 맞는 연기 방식인 것같다”라는 게 그의 답변이다. 설명을 보태면서 그는 ‘리듬’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리듬인 것같아요. 10년 가까이 작품을 하면서 리듬이 좋았을 때도 있었지만 리듬감을 잃어 당혹스럽고 두려웠던 적도 있었죠. 쉬는 기간이 리듬감을 회복하는 과정이었고 <그때 그 사람들>과 <…주부퀴즈왕>을 하면서 제 리듬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작품에서 그는 전작들과 달리 감독에게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은 한도에서 내 마음껏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부탁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에 임했고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계속 이 방식을 고수할 생각은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말이다.

한씨는 출연작의 대부분을 데뷔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지금은 인정받는 이창동, 허진호 감독도 그와 데뷔작(<초록물고기> <8월의 크리스마스>)을 만들었고 이번 영화 역시 유선동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했던 유영길 촬영감독님이 신인 감독과 많이 작업을 하셨어요. 원한다면 당대의 최고 감독들과 할 수 있는 위치였는데 말이죠. 늘 새로워지려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요. 저도 늘 새롭고 싶거든요.” <…주부퀴즈왕>을 끝내고 쉴 짬도 없이 촬영에 들어간 <음란서생> 역시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진 김대우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사극을 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시나리오가 요즘 이야기같아서 흥미로웠다”는 게 선택의 이유. 그 다음 작품(<미열>)까지 벌써 머릿 속으로 그리고 있을 만큼 그는 요즘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뛰고 있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들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베스트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지금이 그럴 때인 것 같고, 언제까지 이 상태가 이어질지 모르니까 그때까지는 배우로 욕심을 많이 내면서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글·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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