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의 영화 불평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가보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가보니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라면 다들 부산국제영화제를 뽑겠지만, 내가 늘 1순위로 올려놓는 것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다. 근처 동네에서 하는 행사라 가깝기도 하지만 일단 성격이 분명하다. 나는 아직도 부산이나 전주에 무슨 영화를 기대하고 가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부천에서는 목표와 기대치가 분명하다. 여러가지 이유로 나에게 이 영화제는 ‘우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제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영 신경 쓰인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2014년 18회 부천은 최악이었다.
이 ‘최악’이란 말은 어느 정도 상황을 고려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더 초라한 시설 속에서 더 초라한 영화들로 더 덜컹거리며 진행되었던 때는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초창기였고 개선의 기대가 있었다. 지금 영화제에도 같은 기대를 해야 하는지 확신을 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상영관이다. 이번 영화제는 씨지브이(CGV)부천, 씨지브이소풍, 한국만화박물관, 부천시청에서 진행되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영화제에 포함되었던 롯데시네마 중동이 떨어져 나가는 통에, 2.35:1의 와이드스크린 화면을 제대로 지원하는 상영관이 단 하나도 없었다. 씨지브이 체인점과 한국만화박물관의 상영관은 제대로 마스킹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어두운 장면이 많은 와이드스크린 호러 영화의 암부는 엉망이었다. 심지어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부천시청도 양쪽 커튼을 제대로 치지 않아, 화면이 뻥 뚫려 보였다. 영화 상영에서 우선순위 맨 위에 두어야 하는 것은 상영 조건이고, 이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거나 심지어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국제영화제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 씨지브이는 체인점이라 간섭이 어렵다고 해도 한국만화박물관의 상영관이 그 꼴인 것은 어떻게 설명하려고 하는가. 당신들 눈엔 그 뿌연 화면이 정상으로 보이나. (비슷하게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는 부산 영화의전당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영화의전당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상영 시작 뒤 20분까지 입장을 허용하도록 바꾼 것도 형편없는 결정이다. 아무리 일반 상영관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늦게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그런 소동과 문제점을 상영관 안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올해 상영 작품들이 이전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본 영화만 가지고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실제로 떨어졌다고 해도 올해 장르 영화의 일반적인 경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에 무시할 수 없는 안이함이 존재하고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게스트 행사도 마찬가지로 초라했는데, 판타지아페스트나 코믹콘과 같은 쟁쟁한 장르축제가 벌어지고 장마와도 겹치는 이 기간을 굳이 고집했던 이유를 알 수 없다. 나 같아도 이런 행사들이 겹치면 부천엔 안 간다.
덜컹거렸던 개막식과 폐막식의 진행, 엉터리 자막, 자막기의 문제점,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 부족…. 지적할 건 끝도 한도 없다. 이번 행사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면서 영화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형편없는 대우에 대한 주제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건 부천만의 문제점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언젠가부터 영화제가 18년의 경험을 다 까먹고 영화와 장르에 대한 애정도 지식도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 의해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피드백 없이 관성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어떤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듀나 칼럼니스트
듀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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