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무’의 박유천.
‘해무’ 막내 선원 연기 박유천
어릴적 배 많이 타 촬영에 도움
전라도 사람 붙들고 사투리 익혀
어릴적 배 많이 타 촬영에 도움
전라도 사람 붙들고 사투리 익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큰 유조선의 요리사로 일하셔서 저도 배를 많이 탔어요. 유조선은 먼 거리를 운항하니까 아버지와 함께 한 번 타면 3개월 정도 배에서 살았죠. 그래서인지 배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촬영하면서 낯설진 않았어요. 힘은 많이 들었지만요.”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해무 가득한 망망대해에서 벌어지진 참혹한 실화를 담은 영화 <해무>로 스크린에 데뷔한 박유천(28)은 영화 속 분위기와 달리 말갛게 웃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아직 바다 생활에 익숙치 않은 막내 선원 ‘동식’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속에서는 귀하디 귀한 왕세자나 성균관의 매끈한 유생, 청와대를 지키는 경호원 등 멋드러진 역할만 했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에서 후줄근한 점퍼에 얼굴에 기름때를 뭍히고 ‘구수한’ 여수 사투리를 쏟아냈다.
“전 종로 한일관 옆에서 태어났어요. 사투리라곤 써 본 적이 없어 부감감이 너무 컸죠. 전라도 배경 영화는 다 찾아보고, 주변에서 전라도가 고향인 사람 붙들고 대화하고…. 영화 촬영 시작 전 한 달 동안 평상시에도 일부러 사투리를 썼어요.”그래서일까? 영화 속에서 해사한 얼굴로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가 영화를 위해 포기한 것은 또 있다. 몸을 쓰는 선원 역할이기에 5㎏ 넘게 살을 찌우며 체중관리를 포기한 것이다. “원래 먹는 걸 너무 좋아해 기분 좋게 먹고 마시며 살을 찌웠다”는 그. 이젠 빼야 할 차례인데, 나이가 들어 그런지 잘 안빠진다고 너스레를 떤다.
영화 속 ‘동식’은 자욱한 해무에 가린 바다처럼, 각자의 욕망에 눈 멀어 인간성을 저버리는 다른 선원들과 달리 끝까지 순수함을 지키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런 동식의 마음은 밀입국선에 올라탄 ‘홍매’를 향한 연정으로 표현된다. 수십만 명의 팬을 거느린 ‘아이돌’로서 첫 베드신 등에 부담감도 느꼈을 법 하다. 하지만 그는 “아이돌이라고 스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싶진 않다”며 “오히려 홍매에 대한 동식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데 온 힘을 다했다”고 대답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는 ‘대한민국 연예인’으로 사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늘 착해야 되고, 바르게 행동해야 되고, 깔끔해야 되고…. 너무 심심하잖아요? 해외 스타들처럼 스스로를 표현하는데 좀 더 자유로우면 안 될까요? 제가 하긴 용기가 없고 누군가 그런 스타트를 끊어줬으면 좋겠는데.”대중에게 비춰지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 에스엔에스(SNS)를 끊은지 3년이 넘었다며 그는 아쉬워했다. 최근에는 그룹 제이와이제이(JYJ)의 멤버로 새 음반을 내고, 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그. “바쁜 스케줄 탓에 새 시나리오는 읽어보지도 못하고 있지만, 모든 걸 제쳐두고 선택하고픈 ‘꽂히는’ 작품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작품은 “고된 영화, 고된 역할”이기를 바란단다. 첫 영화에 대한 좋은 평가로 자신감이 붙은 듯, 그는 벌써부터 새로운 모험과 도전을 꿈꾸고 있었다.
글 유선희 기자,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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