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영화 거장’ 안토니오니 특별전
대학로 하이퍼텍나다, 10월 5일부터 15편
최근 옴니버스 영화 <에로스>로 건재를 과시했던 이탈리아의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1912~) 특별전이 10월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열린다. 40년대 네오리얼리즘 감독인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조감독을 거치며 영화적 이력을 쌓은 안토니오니 감독은 영화의 이야기를 기승전결의 닫힌 구조에서 해방시킨 모더니즘 감독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60년 칸 영화제 때 섬에 놀러갔다가 사라진 여자를 찾는 남자의 여정을 그린 <정사>(사진)에서 모호한 결말에 대해 쏟아지던 관객들의 질문에 안토니오니 감독이 “여주인공이 어떻게 됐는지 나도 모른다”고 대답했다가 격렬한 항의를 받았던 에피소드는 현대영화의 서막을 알린 사건으로 자주 회고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안토니오니의 장편 데뷔작인 <사랑의 연대기>(1950)를 비롯해 총 15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95년작으로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구름 저편에>를 제외한 안토니오니의 전작 상영회다. 이 가운데 <욕망>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개봉했던 <확대>(1966), <정사>(1960)나 지난해 광주국제영화제 안토니오니 특별전에서 상영했던 몇편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국내에서 처음으로 필름 상영되는 작품들이다. 특히 첫 장편영화인 <사랑의 연대기>와 초기 대표작 <여자친구들>(1955), 그리고 70년대 이후 안토니오니의 영화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브리스키 포인트>(1970), <중국>(1972), <여인의 정체>(1982) 등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구름 저편에>로 재기할 때까지 10여년동안 그의 영화 이력 가운데 마지막 줄을 차지하던 <여인의 정체>는 사라진 여배우를 찾는 감독의 이야기로 안개와 텅빈 풍경의 이미지, 자기정체성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고립 등 안토니오니의 영화적 스타일과 주제가 집대성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사랑의 연대기> <여자친구들>과 함께 50년대 삼부작인 <동백꽃 없는 여인>(1953), 60년대 소외 삼부작 <정사>와 <밤>(1961), <일식>(1962)을 상영한다. 카메라에 우연히 찍힌 살인사건을 통해 관음증적 욕망과 인간 소외의 문제를 초현실주의적으로 그려내 격찬을 받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확대>를 상영함은 물론이다. (02)766-3390.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동숭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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