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감독의 창작물이고, 그래서 감독과 닮은 꼴이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너는 내 운명'을 보고 나서 영화를 만든 박진표(39) 감독과 만난다면 아마도 손뼉을 치면서 이 말에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제가 원래 그래요. 결론부터 얘기하거든요. 호불호가 뚜렷한 편인데다 감정을 숨기지도 못해요."
쿨하게 툭툭 말을 내뱉으면서도 입에서 나오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얘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식의 쑥스러운 소리다. "30%가 실제 이야기와 비슷하다", "95%는 애드립 없이 대본 그대로 했다", "동생(박진오 감독)이 나보다 100배는 더 진지하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내세우는 것을 즐겨하면서도 전도연과 황정민의 캐스팅 이유를 묻자 '러블리(Lovely)하다', '우직해 보인다'는 식으로 판단 보다는 느낌을 앞세우는 말이 튀어나온다.
전도연과 황정민이 호흡을 맞춘 '너는 내 운명'은 순수한 시골 총각 석중과 이곳 시골까지 흘러들어온 다방 레지 은하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이 위기에 처하는 것은 은하의 에이즈 감염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영화에는 현란한 스타일도, 강한 자극도 없지만 차분히 쌓아올려진 감정은 어느새 뭉클한 감동으로 폭발한다. 수년전 '에이즈 여성, 성관계 복수극'이라는 식의 제목을 달고 알려졌던 한 여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박진표 감독은 "영화 잘 봤다"라고 말을 건네는 기자에게 "그래도 처음에는 투자자를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처음에는 어느 것 하나 통속적이지 않은 게 없고 또 어디 하나 전형적이지 않은 것 없는 시나리오에 선뜻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에이즈(AIDS)라는 소재에 대한 부담도 컸을 듯. "전형성 속에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것"이라는 게 감독의 의도였지만 이 뜻에 공감하는 제작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두 남녀를 축복해주고 싶었다. 뻔한 이야기지만 치사하게 에두르지 말고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게 의도였다"고 말하는 감독은 이 영화를 '통속 애정극'이라고 표현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는다. 애초에 "뻔뻔하게 만들었으니 감안하고 봐라"는 게 의도였다는 말이다.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에 진심이 담겨있다면 이야기를 담을 그릇이 뭐가 중요하느냐"는 설명이 뒤따른다. "영화는 세상에 대한 감독의 발언"이라고 정의하는 그에게 '에이즈에 걸린 여자'를 둘러싼 세상의 편견은 깨져야할 어떤 것들이었고 영화는 이런 그가 세상과 통하는 통로였다. 영화를 통해 진실이 사람들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난다면 진심은 두 인물의 감정을 통해 쌓여가는 사땀서 나온다. 이들의 사랑이 관객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감독의 차분하면서도 힘있는 연출력과 연기잘하는 두 배우의 연기력이 빚어진 결과다. "죽어서도 계속 사랑할 것"이라는 '닭살스러운' 대사는 전도연과 황정민의 연기를 통해 자연스러움과 생명력을 얻어낸다. "배우들과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술도 먹고, 산책도 하고, 또 탁구도 함께 치면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놀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또 현장에서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음악 틀어놓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이러다보니 두 사람이 어느새 진짜 은하가 돼 있고 진짜 석중이 돼 있더군요." TV 다큐멘터리 PD로 10여년을 활동했던 박 감독의 데뷔작은 70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죽어도 좋아'다. 전작에 이어 다시 사랑이야기를 그렸다는 얘기에 느리지만 힘있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랑보다는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 이야기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랑이고요. 사랑 영화의 감독이라면 철학도 없어보이고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사회의 여러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기 보다 자연스럽게 사랑 이야기 속에 묻어있으면 좋겠어요."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 (서울=연합뉴스)
"두 남녀를 축복해주고 싶었다. 뻔한 이야기지만 치사하게 에두르지 말고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게 의도였다"고 말하는 감독은 이 영화를 '통속 애정극'이라고 표현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는다. 애초에 "뻔뻔하게 만들었으니 감안하고 봐라"는 게 의도였다는 말이다.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에 진심이 담겨있다면 이야기를 담을 그릇이 뭐가 중요하느냐"는 설명이 뒤따른다. "영화는 세상에 대한 감독의 발언"이라고 정의하는 그에게 '에이즈에 걸린 여자'를 둘러싼 세상의 편견은 깨져야할 어떤 것들이었고 영화는 이런 그가 세상과 통하는 통로였다. 영화를 통해 진실이 사람들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난다면 진심은 두 인물의 감정을 통해 쌓여가는 사땀서 나온다. 이들의 사랑이 관객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감독의 차분하면서도 힘있는 연출력과 연기잘하는 두 배우의 연기력이 빚어진 결과다. "죽어서도 계속 사랑할 것"이라는 '닭살스러운' 대사는 전도연과 황정민의 연기를 통해 자연스러움과 생명력을 얻어낸다. "배우들과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술도 먹고, 산책도 하고, 또 탁구도 함께 치면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놀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또 현장에서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음악 틀어놓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이러다보니 두 사람이 어느새 진짜 은하가 돼 있고 진짜 석중이 돼 있더군요." TV 다큐멘터리 PD로 10여년을 활동했던 박 감독의 데뷔작은 70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죽어도 좋아'다. 전작에 이어 다시 사랑이야기를 그렸다는 얘기에 느리지만 힘있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랑보다는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 이야기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랑이고요. 사랑 영화의 감독이라면 철학도 없어보이고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사회의 여러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기 보다 자연스럽게 사랑 이야기 속에 묻어있으면 좋겠어요."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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