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소재로 한 다큐 3편 눈길
10대 이야기 다룬 한국영화 주목
10대 이야기 다룬 한국영화 주목
지난 2일 10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는 초반부터 불꽃 튀는 예매경쟁이 펼쳐졌다. 개막작 <군중낙원>이 2분23초, 폐막작 <갱스터의 월급날>이 5분58초 만에 매진됐다. 또 새 신부 탕웨이와 쉬안화(허안화) 감독이 만난 <황금시대>와 공리와 장이머우 감독이 7년 만에 손잡은 <5일의 마중> 등도 매진을 기록했다.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의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부국제 초청작 중에는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영화들이 있다.
올해는 참신한 다큐 영화들이 눈에 띈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영화’를 소재로 한 다큐 3편을 추천한다. 먼저 <가루다 파워>는 1920~30년대 생성기에서 70년대 전성기, 90년대 쇠퇴기, 98년 민주화 이후 새로운 세대의 부상에 이르기까지 인도네시아 액션영화사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다. 김 프로그래머는 “식민지, 독재정권, 민주화 등을 경험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일본·홍콩·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을 받은 한국 영화사와 비교하며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이페이의 꽃>은 대만 뉴웨이브 영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다큐다. 구로사와 기요시, 자장커 등 유명 감독들의 인터뷰를 통해 대만 뉴웨이브 영화가 급부상하게 된 과정과 세계 영화계에 미친 영향 등을 외부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아빠의 영화학교>는 부부와 3남매, 강아지 트위기까지 6명의 가족이 모두 영화인인 이란의 저명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가족에 대한 다큐다. 가난과 혁명에 대한 열정 때문에 학교를 중퇴한 마흐말바프가 세운 영화 학교와 그 학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관, 그리고 성과들을 담았다.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소개되는 김태용 감독의 <거인>, 박석영 감독의 <들꽃>도 주목할 만하다. <거인>은 아버지와 동생이 있지만 가족의 품이 아닌 ‘이삭의 집’이라는 시설에서 머물고 싶어하는 10대 소년의 이야기를, <들꽃>은 성매매와 폭력 등이 난무하는 위험한 거리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치는 10대 가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가족, 학교, 종교 등 다양한 사회적 틀에 속하지 못하는 10대 소년의 갈등을 담아낸 <거인>과 사회보호망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살아내는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들꽃>은 상업영화가 다루지 않는 10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라트비아 애니메이션 <내 주머니 속의 돌들>, 독특한 소재와 표현이 돋보이는 <튀니지의 샬라>도 놓쳐서는 안 될 영화다. <내 주머니…>는 우울증을 유전병으로 가진 감독과 가족의 이야기를 섬세한 유머로 그려낸다.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우울증·광기와 싸우는 감독 자신의 투쟁사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튀니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여성의 엉덩이를 면도칼로 그어대는 상징적인 인물 ‘샬라’를 통해 아랍 남성들의 심리를 조명하는 일종의 여성주의 영화다. 변화하는 현실을 거부하는 아랍 남성들의 시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사회, 심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많은 영화가 매진을 기록했지만, 표를 구할 방법은 아직 남아 있다. 취소한 예매표의 경우, 인터넷에서 실시간 구입이 가능하다. ‘집요한 관심’과 ‘빠른 손’만 있다면 이런 표를 노려볼 만하다. 현장 판매 티켓도 모든 영화마다 20% 정도 확보돼 있다. 상대적으로 좌석에 여유가 있는 야외극장도 좋은 선택일 수 있겠다.
유선희 기자,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가루다 파워>
<거인>
<내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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