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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하루키 동명 단편소설 영화화 ‘토니 타키타니’

등록 2005-09-21 17:44수정 2005-09-21 17:44

일상을 지배하는 ‘고독’ 토니 다키타니
일상을 지배하는 ‘고독’ 토니 다키타니
일상을 지배하는 ‘고독’
22일 시네코아에서 단독개봉하는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로 옮긴 소설이다. 토니 타키타니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 그 이름을 발음할 때의 느낌은 스타카토처럼 경쾌하게 끊기지만 영화의 느낌은 무채색의 정물 사진을 보는 듯 고요하다. 푸르스름하게 톤다운을 한 화면에서 마치 세상이 탄생하기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듯 우두커니 앉아있는 토니(잇세 오가타)의 모습은 ‘상실’ ‘고독’ 등 하루키 소설에 자주 등장해온 주제의 표상처럼 느껴진다.

전쟁 때 가족을 잃고 아내마저 아들을 낳은 지 사흘 만에 죽은 트롬본 연주자 쇼지부로는 아들 토니에게 타키타니라는 성과 함께 고독을 물려준다. 마흔살이 넘을 때까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적 삶 이외의 모든 것을 차단한 채 그야말로 ‘미니멀리즘’적으로 살아온 토니는 에이코(미야자와 리에)를 만나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에이코에 대한 사랑은 토니에게 그동안의 삶이 얼마나 외로웠는지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에이코와의 결혼생활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파국을 맞으면서 토니는 더 깊고 깊은 껍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토니 타키타니>는 화면 분할과 색깔, 음악 같은 요소 뿐 아니라 인물의 활용에 있어서도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한다. 주인공 외에 다른 인물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잇세 오가타는 토니와 아버지 쇼지부로를, 미야자와 리에는 에이코와 나중에 에이코가 남기고 떠난 옷을 입는 가정부 히사코 역할을 함께 연기한다. 이렇게 독특한 인물의 배치와 모노톤의 화면, 그리고 화면 위에 흐르는 3인칭 시점의 나레이션 일부를 토니가 받아 말하는 특이한 대사처리는 관객을 몰입시키기 보다 밀어낸다. 이치가와 준 감독은 토니의, 그리고 삶의 고독을 설득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나 이야기 자체를 관객의 이해나 감정이입으로부터 고립시킨다. 그 과정을 통해 전해지는 것은 고독의 내용이 아니라 서늘한 블루톤의 그 질감이다. 91년 누드화보집 <산타페>의 주인공 미야자와 리에를 기억했던 사람은 연기적으로 원숙해졌으면서 여전히 아름다운 리에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영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스폰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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