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새론
영화 ‘맨홀’의 열네살 배우 김새론 인터뷰
모니터링 못해 아쉽지만 제 소신
어두운 작품? 제안 많고 와닿기도
자연스런 청각 장애 연기 힘들어
모니터링 못해 아쉽지만 제 소신
어두운 작품? 제안 많고 와닿기도
자연스런 청각 장애 연기 힘들어
<아저씨>, <나는 아빠다>, <이웃사람>, <도희야>, 그리고 <맨홀>까지.
배우 김새론(14·사진)은 ‘청소년관람불가(19금)’ 영화를 가장 많이 찍은 미성년 배우다. 다소 어둡고 색깔 짙은 작품에 출연해 어린 나이임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지난 6년 동안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김새론이 이번엔 공포영화 <맨홀>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소녀 ‘수정’ 역할로 출연해 살인마(정경호)와 쫓고 쫓기는 연기 대결을 펼쳤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새론을 만났다.
“사람들이 (제가 찍은) 19금 영화들을 브이오디(VOD)나 디브이디(DVD)로도 정말 안 봤냐고 자꾸 물어요. 진짜 안 봤어요. 전 영화는 꼭 대형 스크린이 걸린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새론은 첫 질문부터 ‘똑 부러진’ 대답을 내놨다. 미셩년자라 영화관에서도 자기 영화를 볼 수 없고, 당연히 사후 모니터링도 못하는 게 아쉽지만 스크린 관람 ‘소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단다.
자꾸 어두운 작품에 출연하는데 것에도 또렷한 주관을 밝혔다. “<아저씨>가 워낙 잘 돼서 그런지 그런 류의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긴 했어요. 하지만 전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딱 와닿는 부분이 있는 작품을 선택해요. 반한다고나 할까요?” 요즘 출연하는 드라마 <하이스쿨: 러브 온>처럼 밝은 작품도 꽤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어두운 작품만 기억하는 듯 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김새론은 8살에 영화 <여행자>로 데뷔했다. 당시 10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진희’역에 낙점됐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단번에 영화계는 물론 대중을 사로잡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탓에 ‘평범한 학창생활’을 못해 아쉽지 않은지 물었다. “친구들과 분식집 가고 수다 떠는 걸 자주 못해 아쉽긴해요. 좋은 점도 있어요. 제 또래가 좋아하는, 구하기 힘든 아이돌 콘서트 초대권 같은 걸 아는 분들께 받기도 하거든요. 아, 공짜는 아니죠? 다 제가 연기하며 쌓은 인연에서 비롯된 거니까. 고생의 산물이죠. 헤헤.”
김새론은 영화를 찍을 때마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고 했다. <맨홀>에서는 청각장애가 있는 배역을 맡아 한 달 동안 수화를 배웠다. “한 달 배워서 자연스럽게 수화 연기를 할 순 없었어요. 촬영장에서도 수화 선생님이 청각장애인이 우는 소리, 행동 등에 대한 조언을 해주셨죠. 수화 배우는 건 힘들기보단 재밌었어요.” 맨홀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말 한 마디 없이 표정이나 몸짓으로 연기하는 것이 힘들었을 법도 하다. “제가 맡은 배역은 안 들리는 역할인데 실제 저는 다 들리니까, 그 차이를 무시하고 연기하는 게 힘들었어요. 등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지만, 못 듣고 있다가 이상한 느낌에 뒤돌아 깜짝 놀라는 연기. 이걸 어색하지 않도록 연기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평소에 웹툰을 광적으로 좋아하는데, 강풀 작가의 공포 웹툰을 많이 봐 둔 것이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어른스러운 대답을 하던 김새론이 ‘어린 티’를 낸 건 메뉴를 고르는 순간이었다. “매니저 언니가 인터뷰 한 개 당 먹을 거 한 개씩 시켜도 된다고 했다”며 우유빙수, 홍시스무디, 허니 자몽티 등을 놓고 고민하는 얼굴에서 비로소 14살다운 미소가 번진다.
지금까지는 연기를 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는 김새론. 하지만 아역 출신 배우들이 나이가 들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젠 어렴풋하게 알 듯 하단다. “<여행자>에서 설경구 선생님을 ‘아빠’로 만났어요. 그 때 ‘딸 같아서 하는 말인데, 연기 시작하지 마라’고 장난처럼 말씀하셨죠. 지금 생각하니 여러 의미가 담겨있더라고요. 아역 출신들이 힘든 점이 많죠. 성장기라 많이 자라고 얼굴도 변하는데, 조금만 외모가 변해도 성형논란에 시달리고…. 그래도 배우는 좋은 소리든 나쁜 소리든 남들 평가를 듣는 만큼 자라는 거 같아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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