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문화‘랑’] 영화
데이비드 핀처의 ‘나를 찾아줘’
유명인 실종사건 안과 밖 파헤쳐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 거듭
데이비드 핀처의 ‘나를 찾아줘’
유명인 실종사건 안과 밖 파헤쳐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 거듭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완벽한’ 커플이다. 잘나가는 잡지사 기자였던 둘은 어느 파티장에서 첫눈에 반하고는 결혼에 골인한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나날의 연속이 한순간에 깨진 건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닉이 잠깐 바깥에 나갔다 오니 에이미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거실에는 산산조각난 유리탁자뿐.
경찰 수사와 함께 실종자 찾기 캠페인이 시작된다. 에이미의 부모가 쓴 유명 동화 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유명인의 실종사건에 세상이 떠들썩해진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발견되는 단서들이 닉을 몰아세운다. 닉의 사무실에서 누구 것인지 모를 여자 속옷이 나오는가 하면, 벽난로에서 타다 남은 에이미의 일기장에선 “이제야 깨달았다. 난 내 남편이 너무 무섭다는 걸. 내가 꿈꿨던 이상형. 그런 남자가 날 죽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발견된다. 경찰은 닉을 용의자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닉은 아내의 행방을 쫓는 동시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나를 찾아줘>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영화다. <파이트 클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 네트워크> 등 내놓는 영화마다 작품성과 흥행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온 명장 감독이다. 1995년 <세븐>으로 범죄 스릴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은 그는 다시 스릴러물을 택했다.
2시간반 가까운 상영시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뒤로 갈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그 강도가 세지는 대목에선 스릴러 장인다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더 대단한 건 단순 스릴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밀이 파헤쳐질수록 닉과 에이미 사이의 심각한 균열이 낱낱이 드러난다. 속은 곪아터져도 겉은 더없이 평온해 보이는 ‘쇼윈도 부부’의 문제를 건드린다.
영화의 진가는 실제가 어떻든 미디어에 어떻게 비쳐지는지가 더 중요해진 세상에 대한 통찰과 풍자에 있다. 닉의 집 앞에 진을 친 미디어는 일거수일투족을 쫓는다. 방송은 사건을 흥미 위주의 선정적 추측 보도로 일관한다. 닉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어느 앵커의 뉴스쇼는 닉을 향한 대중의 공분을 불러온다. 하지만 변호사의 도움으로 미디어 전략을 짠 닉이 다른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치자 대중은 닉에게 우호적으로 돌변한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무엇을 상상하든 영화의 결말은 더 세다. 극장을 나설 때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무거워질 수도 있다. 이 영화가 스릴러를 넘어선 스릴러인 이유다. 영화의 원작인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의 작가 길리언 플린이 각본에 참여했다. 북미 개봉 즉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23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