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정 런던한국영화제 집행위원장
한국 찾은 전혜정 집행위원장
2006년 1회부터 기획 도맡아
해마다 6천~8천명 넘게 관람
올해는 정우성·안성기 등 찾아
“영화 넘어 한국문화 알리고파”
2006년 1회부터 기획 도맡아
해마다 6천~8천명 넘게 관람
올해는 정우성·안성기 등 찾아
“영화 넘어 한국문화 알리고파”
영국 런던에서 ‘영화의 광장’으로 불리는 레스터 스퀘어에서 해마다 한국영화축제가 열리고 있다면 믿기는가? 그것도 올해로 벌써 9회째를 맞았으며, 대부분 매진된 가운데 6000~8000명(80%가 현지인)이 찾는다면 말이다.
런던한국영화제 얘기다. 11월 6~15일(현지시각) 열리는 9회 영화제에선 개막작 <군도>(감독 윤종빈), 폐막작 <화장>(감독 임권택)을 비롯해 60편의 한국영화가 800석·500석·250석 규모의 3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올해 마련되는 ‘정우성 배우전’의 주인공 정우성은 물론, 윤종빈 감독, 배우 안성기·강동원·한혜진 등이 영화제를 직접 찾는다. 슈퍼쥬니어의 동해·은혁은 개막 공연에 나선다. 런던에서 영화제를 마치고 나면 11월16~21일 다른 3개 도시를 돌며 상영회를 연다.
영화제의 전혜정(사진) 집행위원장을 지난주 만났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부산에서 여러 영화인들을 만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낸 그는 영화제 폐막 이후 강릉 선교장과 해남 땅끝마을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어쩌다 런던 한복판에서 한국영화제를 열게 된 걸까? 전 위원장은 애초 무용가였다. 8살 때 춤을 시작해 이화여대 무용과(한국무용 전공)에 진학했다. 단과대 문화부장을 지내며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는 훗날 영화제를 기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학교를 마치고 공연을 하다가 무대에 몰입하지 못하고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용을 그만둘 때가 됐다고 판단한 그는 2005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문화정책을 공부했다.
유학생 시절 주영 한국대사관 일을 돕게 됐다. 한국문화원 개설을 위해 대사관이 그에게 자문을 구한 것이다. 2006년부터 아예 대사관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화원 개설을 앞두고 먼저 런던한국영화제를 기획했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한국영화, 한국요리 순으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2006년 영화제를 열어 <친절한 금자씨> <월컴 투 동막골> <태풍> 등 11편을 상영했다. 1500명이 찾았는데, 현지인이 절반이나 됐다. 박찬욱·봉준호·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줄줄이 꿴 마니아들도 많았다.
첫 영화제에서 가능성을 본 전 위원장은 매년 정례화하기로 했다. 또 매달 둘째 넷째 목요일을 ‘한국영화의 밤’으로 정해 소규모 상영회를 열었다. 영화와 다른 문화를 접목하는 시도도 했다. 영화 <낮술>을 상영할 때 소주 칵테일 시음회를 열거나 사극을 상영할 때 한복 체험 행사를 하는 식이다. “영화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영화를 통해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게 근본 목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더 많은 영국 대중들에게 한국영화와 문화를 알리고자 상영작의 범주를 넓혔다. 초창기 작가주의 영화 중심에서 상업영화 전반으로 확장했다. 박찬욱, 봉준호, 임권택, 김지운, 최동훈, 류승완, 이명세, 이준익, 강우석 등 25명의 감독과 이병헌, 류승룡, 윤제문, 윤여정 등 10여명의 배우가 영화제에 다녀갔다. 촬영감독, 음악감독, 미술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스태프를 조명하는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한국 스태프와 영국 영화산업계를 연결해 인력수출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도에서다.
전 위원장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열린 ‘영화인의 밤’ 행사에서 해외 부문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표창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상도 받았지만, 영화인들이 직접 선정해준 상이라 더 의미있고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도 그는 영화인들 사이에서 인기 스타였다.
내년 10회 때는 영화제 성장에 도움을 준 감독 10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이들이 영국 여러 도시를 돌도록 하고 그 과정을 ‘로드무비’로 제작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전 위원장은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최동훈 감독 등을 모시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향후 10년간 영화제에 한국 패션, 공연, 음악 등을 접목해 런던한국축제(가칭)가 현지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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