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는 할리우드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구축해온 명장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이다. <인셉션>에서 꿈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친 독특하고 무한한 상상력은 이번에 우주로 뻗어간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크리스토퍼 놀런 ‘인터스텔라’
그리 멀지 않은 미래, 병충해로 곡물이라곤 옥수수밖에 남지 않은 지구에서 인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한때 우주선 조종사였다가 지금은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 쿠퍼(매튜 매커너히)는 딸과 함께 미지의 신호가 가리킨 장소를 찾아간다. 그곳에선 이미 폐쇄된 줄 알았던 나사(미국항공우주국) 요원들이 인류가 이주할 새로운 행성을 찾는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수행하고 있었다. 쿠퍼는 가지 말라는 딸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멜리아(앤 해서웨이) 등과 함께 우주선에 오른다.
혹한과 고요…사실적 우주 묘사
중력 따라 시공 넘나드는 상상
‘시간여행’ 이론물리학자도 참여
감독 동생은 시나리오 작업 위해
대학에서 상대성 이론 4년 공부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다. <메멘토> <다크 나이트> <인셉션> 등 할리우드 장르영화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구축해온 명장 감독이다. <인셉션>에서 꿈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친 독특하고 무한한 상상력은 이번에 우주로 뻗어간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웜홀을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 쿠퍼가 탄 우주선은 토성 부근에 생긴 웜홀을 통해 엄청나게 먼 우주공간으로 이동한다. 영화에서 그린 우주는 여느 에스에프(SF) 영화의 우주와 다르다. 화려하고 웅장한 액션이 펼쳐지는 배경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 맞닥뜨릴 법한 사실적 공간으로 그려냈다. <스타워즈>의 우주보다 <그래비티>의 우주에 더 가깝다. 우주선의 굉음 같은 비현실적 효과음을 쓰는 대신 완벽한 침묵을 고수함으로써 우주 본연의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우주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물리학자 킵 손이 제작에 참여했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우주는 그래서 더 신비롭고 아름답다. 과학적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웜홀과 블랙홀은 압도적이다. 수사적 표현이 아닌 진짜 산처럼 높은 파도가 밀려드는 물의 행성이나 구름마저 얼려버리는 혹한의 행성 장면은 자연재해 영화를 보는 듯하다. 놀란 감독은 디지털이 아니라 그의 전매특허가 된 35㎜ 필름을 고수하면서 중간중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 결과 할리우드 장편영화 중 아이맥스 촬영 장면 분량이 가장 긴 영화가 됐다. 국내에선 35㎜ 필름, 아이맥스, 2D 디지털, 4D 등 다양한 상영방식으로 개봉한다.
영화에선 시공간을 넘나드는 대서사가 펼쳐진다. 중력의 차이에 따라 시간의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행성에서의 1시간은 지구의 7년과 같다. 나중에는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시공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기도 한다. 우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서사인데, 과학을 토대로 이런 이야기를 상상해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놀란 감독과 함께 각본을 쓴 친동생 조나단 놀란은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4년간 대학에서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고 한다. 놀라운 놀란 형제다.
우주라는 공간 자체가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지만, 핵심 메시지는 따로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내밀한 이야기가 놀란 감독이 진짜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주에서도 인간은 외로워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본성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고, 거짓으로 남을 속이기도 한다.
영화에서 가장 비중을 두는 건 부성애다. 아들과 딸의 미래를 위해 우주선에 올랐지만, 아들과 딸을 만날 수 없게 된 현실에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는 쿠퍼의 모습은 가슴을 울린다. 결국 사태를 풀어나가도록 이끄는 원동력도 부성애다.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는 인간은 누구이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같은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영화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아버지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부성애나 가족애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주제다. 식상할 법도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뻔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영화 상영시간은 무려 169분이다. 거의 3시간이다. 화려한 액션이나 극적인 설정 없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런데도 3시간이 마치 30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 천체물리학의 마법에 비견되는 놀란의 마법이라 할 만하다. 다만 화려한 우주 액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3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11월6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중력 따라 시공 넘나드는 상상
‘시간여행’ 이론물리학자도 참여
감독 동생은 시나리오 작업 위해
대학에서 상대성 이론 4년 공부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다. <메멘토> <다크 나이트> <인셉션> 등 할리우드 장르영화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구축해온 명장 감독이다. <인셉션>에서 꿈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친 독특하고 무한한 상상력은 이번에 우주로 뻗어간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웜홀을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 쿠퍼가 탄 우주선은 토성 부근에 생긴 웜홀을 통해 엄청나게 먼 우주공간으로 이동한다. 영화에서 그린 우주는 여느 에스에프(SF) 영화의 우주와 다르다. 화려하고 웅장한 액션이 펼쳐지는 배경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 맞닥뜨릴 법한 사실적 공간으로 그려냈다. <스타워즈>의 우주보다 <그래비티>의 우주에 더 가깝다. 우주선의 굉음 같은 비현실적 효과음을 쓰는 대신 완벽한 침묵을 고수함으로써 우주 본연의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우주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물리학자 킵 손이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할리우드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구축해온 명장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이다. <인셉션>에서 꿈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친 독특하고 무한한 상상력은 이번에 우주로 뻗어간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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