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런웨이를 이탈한 ‘패션왕’

등록 2014-11-04 19:18

영화 <패션왕>은 동명의 네이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과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폭발적 관심을 모았던 일부 장면은 그대로 차용하기도 했다. 뉴(NEW) 제공
영화 <패션왕>은 동명의 네이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과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폭발적 관심을 모았던 일부 장면은 그대로 차용하기도 했다. 뉴(NEW) 제공
원작 웹툰과 차별화 꾀하다
‘병맛 코드’ 뒤 세태풍자 잃어
후반엔 무리한 감동 짜내기도
영화 <패션왕>은 여러모로 지난해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은위)를 떠올리게 한다. 두 영화 모두 동명의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위>는 열혈독자 100만명을 거느렸으며 누적 조회수 4000만건을 기록한 최종훈의 웹툰을, <패션왕>은 회당 조회수 440만건에 누적 조회수 5억건을 기록한 ‘기안84’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두 웹툰 모두 인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은위>는 누리꾼들이 꼽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웹툰’ 1위에 올랐고, <패션왕>은 2011년 네이버 연재 당시 26주간 1위를 수성하며 각종 패러디와 신조어를 양산하는 등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두 작품은 그 만듦새가 완전히 다르다. <은위>는 원작의 틀에서 한치의 벗어남 없이 웹툰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겼다.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욕심보다는 웹툰의 열혈독자를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을 쓴 셈이다. 등장인물의 복장, 머리모양, 주요 대사, 화면의 구도까지 ‘싱크로율(유사성) 100%’를 자랑했다. 그리고 이 안전성 추구 전략은 완벽히 맞아떨어져 영화는 690여만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박스오피스 순위 6위에 올랐다. 반면 6일 개봉하는 <패션왕>은 <은위>와 달리 ‘원작과의 거리두기’ 전략을 택했다. 웹툰의 기본설정을 차용하되, 캐릭터의 성격과 이야기의 줄거리 등에서는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패션왕>은 주인공 우기명(주원)이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가면서 우연한 기회에 김남정(김성오)를 만나 ‘절대 간지’에 눈을 뜨고 패션 배틀 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는다. 같은 학교 친구인 원호(안재현), 혜진(박세영), 창주(신주환), 은진(설리)도 등장한다. 원작과 등장 인물은 같은 셈이다. 미모의 혜진을 사이에 두고 우기명과 김원호가 삼각관계와 비슷한 신경전을 벌이는 부분도 원작을 그대로 따랐다.

웹툰 속 ‘우기명의 시선포기 패션’과 이를 영화화한 장면. 뉴(NEW) 제공
웹툰 속 ‘우기명의 시선포기 패션’과 이를 영화화한 장면. 뉴(NEW) 제공
원작의 유명 컷을 그대로 따오거나 오글거리는 10대 유행어를 차용한 부분도 있다. 좌중을 압도했던 우기명의 ‘시각포기 패션’, 운동회 계주 트랙 위의 런웨이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차이점도 많다. 웹툰에서 우기명의 절친이자 라이벌이었던 원호는 기명을 괴롭히는 못된 인물로만 설정된다. 또 원작에서 평범남이었던 우기명은 극적인 재미를 위해 찌질한 ‘빵셔틀’로 그려진다. 외모 싱크로율도 크게 떨어진다. 쇄골이 보일 정도로 마른 몸매였던 원작 속 기명과 달리 영화 속 기명은 엉덩이가 투실하고 어깨가 우직한 몸으로 재탄생했다. 그나마 머리에 띠를 두르고 스모키 메이크업을 선보였던 요상한 외모의 창주가 원작과의 유사성이 제일 높은 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원작 웹툰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병맛 코드’(맥락 없고 이상함) 뒤에 감춰진 깊이감이다. 원작이 황당하고 과장된 상황과 언어를 통해 ‘~척’하는 패션 세태를 꼬집는다거나 고교생의 각종 문화와 현실을 담아내는 것과 달리 영화는 그냥 모든 것을 우스꽝스러운 유머의 소재로 전락시킨다. 병맛 코드로 시작한 영화가 중반 이후 갑자기 ‘찌질남 우기명의 성장담’으로 변하며 감동을 짜내려 하는 것도 문제다. 전반과 후반이 서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랄까? 웹툰과 차별성이 전혀 없는 <은위>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거둔 데는 ‘대세 김수현’의 힘이 컸다. <은위>와 다른, 원작과의 차별화 전략을 택한 <패션왕>의 무기는 과연 무엇일까?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유선희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