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님아 그 강을’ 개봉 12일만에 27만
워낭소리보다 흥행속도 빨라
20대 연인·노년 부부가 주 관객층
행복 찾아나선 ‘꾸뻬씨…’도 선전
워낭소리보다 흥행속도 빨라
20대 연인·노년 부부가 주 관객층
행복 찾아나선 ‘꾸뻬씨…’도 선전
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 돌풍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몇몇 작은 영화들도 의미있는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76년째 함께한 노부부의 사랑을 담은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꾸뻬씨의 행복여행>이 주인공이다. 두 영화 모두 사랑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님아…>는 전날 2만9000여명을 모으며 일일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1위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7만여명), 2위는 <인터스텔라>(5만3000여명)다. <님아…>의 스크린 수가 <엑소더스>(797개), <인터스텔라>(675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3개인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선전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님아…>의 누적 관객수는 27만여명이다. 개봉 12일 만의 성적으로, 300만명 가까이 모으며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고 관객수를 기록한 <워낭소리>보다 20일 빠른 속도다. 한국영화 중 예매율(6%)이 가장 높은데다, 9일부터 스크린 수가 더 늘어 흥행 속도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극장에 가보면 의외로 20대 관객이 많다고 한다. 진모영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40~50대를 주관객으로 예상했는데, 관객 인사를 다녀보니 젊은 층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진 감독이 한 20대 관객에게 물었더니 “우리 세대는 연애 주기가 짧다. ‘밀당의 시대’가 너무 힘들다. 우리도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맞벌이 시대에 조부모 손에서 자란 경우가 많은 지금의 20대가 영화를 보며 할머니·할아버지를 그리워한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70대 이상 노년층 관객과 가족 단위 관객도 많다고 한다. “젊은 층도 대부분 커플로 오는데, 노년층도 거의 부부가 같이 온다. 또 영화를 한 번 본 관객들이 부모나 자녀를 데리고 가족 단위로 또 다시 극장을 찾는 사례도 많다”고 진 감독은 전했다. 그는 “시대가 각박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든데, 가족들끼리 서로 사랑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반영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님아…>와 같은 날인 지난달 27일 개봉한 <꾸뻬씨…>도 개봉 12일 만에 1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선전하고 있다. 불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날마다 만나는 정신과 의사 헥터(사이먼 페그)가 문득 ‘진정한 행복은 뭘까’라는 질문을 품고 훌쩍 세계 여행을 떠난다는 얘기다. 돈과 지위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중국 상하이의 은행가,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아프리카의 마약 밀매상,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난 말기암 환자, 가슴 깊이 품어둔 첫사랑까지, 많은 인연을 만나며 자신만의 행복 리스트를 완성해간다.
<꾸뻬씨…>를 수입·배급한 그린나래미디어의 유현택 대표는 “사랑과 행복은 보편적이고 통속적인 주제이면서도 늘 감동을 준다. 특히 요즘처럼 팍팍하고 추운 연말이면 더 많은 분들이 이런 따뜻한 영화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아거스필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잉여싸롱]‘카트’, ‘거인’, ‘님아’... 강추 한국영화 3인방
영화 <꾸뻬 씨의 행복여행>의 한 장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