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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20대 덕수의 식스팩요? 아, 그거 CG예요”

등록 2014-12-14 19:20수정 2014-12-14 19:45

<국제시장>에서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는 덕수 역을 연기한 배우 황정민은 “관객이 많이 들거나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나이를 잘 먹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제시장>에서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는 덕수 역을 연기한 배우 황정민은 “관객이 많이 들거나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나이를 잘 먹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제시장’ 주연배우 황정민 인터뷰

격동의 현대사 온몸으로 관통하는
강인한 아버지의 한평생 고스란히

“70대는 겪어보지 않아 어려웠지만
분장보다 걸음걸이 등 연기에 집중
동작만 봐도 할아버지로 느껴지길”
지난해 초 일이다. 윤제균 감독이 배우 황정민에게 전화를 걸어 “대본이 하나 있는데, 아버지에 대한 얘기다”라고 했다. 황정민은 대본을 읽어보지도 않고 대뜸 “하겠다”고 답했다.

“아버지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영화에 엄마 얘기는 많은데, 왜 아버지 얘기는 없을까?’ 하고 늘 생각했거든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지만, 나이 드신 모습을 보면 짠하고 먹먹한 감정이 들어요. 제게도 자식이 생기고 아빠라는 얘길 들으니 그 마음을 좀 알 것도 같고요. 대본을 처음 읽고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국제시장>(17일 개봉)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주인공 ‘덕수’ 역을 맡아 1950년대부터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해온 파란만장한 삶을 응축해 보여준다. 평범하지만 위대한 우리네 아버지를 상징하는 한 인물의 혈기왕성한 20대 청년 시절부터 완고한 70대 노인의 모습까지 각 연령대를 두루 연기했다.

그는 “70대 연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20대, 30대, 40대는 이미 거쳤거나 지금 겪고 있는 중이라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70대는 아직 안 겪어봤으니까요. 70대의 모습이 결론에 해당하는데, 그 결론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20대, 30대, 40대를 자연스럽게 관통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70대 덕수의 캐릭터를 잡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황정민은 먹고사는 게 흡사 전쟁터와도 같은 부산 국제시장통 안에서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고 일평생을 버텨온 덕수의 강인하고 완고한 성격을 구축해나갔다. 또 할아버지의 걸음걸이, 손동작, 굽은 등 같은 세밀한 연기를 최대한 살리고자 애썼다. “분장으로는 한계가 있잖아요. 아무리 감쪽같아도 황정민이 분장했다는 걸 다 알 텐데요. 분장보다는 동작과 분위기만 봐도 할아버지 같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에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노인 역을 맡았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노인 연기를 위해 많은 자료를 모으고 연구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 탑골공원에 가서 캠코더로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찍고, 직접 인터뷰도 했다고 한다. “걸을 때 어디가 불편하신지, 하루에 식사는 몇 번 하시는지, 속옷은 어떤 걸 입으시는지, 걷기 편한 신발은 어떤 것인지 등을 하나하나 여쭤봤어요. 당시 수집한 자료를 보고 이번 영화에서 70대 덕수가 입을 점퍼와 신발 등을 제안했죠.”

20대 연기는 오히려 쉬웠다고 했다. 군대 제대하고 나서 혈기왕성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한다. “제작진이 20대 시절의 제 사진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기본으로 작업하겠다면서요. 사진을 보더니 다들 빵 터졌어요. 지금 모습이랑 너무 똑같다면서요. 제가 봐도 달라진 게 별로 없어요. 영화에서는 너무 이쁘게 ‘뽀샵질’을 해놔서 이질감도 있지만, 그래도 잘 나오니 기분은 좋더라고요.(웃음)”

20대 시절의 덕수는 단단한 근육질 청년으로 나온다. 배에 ‘식스팩’도 있다. 언제 그렇게 운동을 했냐는 질문에 황정민답게 소탈한 답이 돌아온다. “아, 그거 시지(CG·컴퓨터그래픽)예요. 전에 영화 <전설의 주먹>을 할 때 몸 만드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매일 운동하느라 정작 연기 준비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기니 스트레스 받더라고요.”

그는 무엇보다도 연기에 집중하는 걸 가장 중시한다고 했다. 그래서 분장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드는 것도 꺼렸단다. 노인 분장을 제대로 하려면 7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분장에 진을 빼느라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면 안 된다. 분장은 무조건 제일 빨리 하는 곳으로 선택하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3시간 만에 분장을 끝내는 팀과 일을 하게 됐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확실히 하고, 안 되는 건 일찍 포기하는 편”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지금 촬영중인 차기작 <히말라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모티브로 한 실화 영화인데, “내가 어차피 엄 대장이 아니니까 진짜 산악인이 되려 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산을 대하는 정신만 확실하게 배우자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제 지론이 ‘아쉬울 거면 하지 말자’예요. 지금까지 영화 하면서 아쉬운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아쉬울 것 같으면 아예 안 하든가, 아쉽지 않으려면 미친 듯이 하는 거죠. 그래도 잘 안되면 ‘내 그릇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걸 어쩌나’ 해요.”

영화 흥행에 대한 생각도 다르지 않다.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 동원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는데, 관객이 얼마나 들지는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촬영 끝나고 나면 ‘안녕~’ 해요. 내 몫이 끝난 거죠. 이후로는 관객의 몫이에요. ‘1000만 배우’라는 타이틀도 부러워한 적 없어요. 그러거나 말거나죠.”

요즘 여러 영화를 잇따라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다. 이렇게 바쁘다 어느 날 갑자기 영화가 줄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은 없을까? “그런 걱정 안 해요. 작품이 잘 안 들어오면 조연하면 되는 거고, 더 안 들어오면 안 하면 돼요. 그보다도 저는 나이가 잘 들었으면 좋겠어요.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에서 나이 들어 배 나온 하비 카이텔의 베드신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나이 든 역을 잘 연기하려면 잘 살아야 하는데, 돈이 아니라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얼마나 잘 살았느냐는 눈이 말해주거든요. 나이 들어도 눈이 초롱초롱 빛나야 해요.”

이 말을 하는 순간, 그의 눈이 번뜩이는 것 같았다. 식스팩은 시지였을지언정 그 눈빛은 시지가 아니라 진짜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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