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가 함께 노래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 사진 영화사 ‘하늘’ 제공
누적 관객수 277만명…이르면 오늘 밤 기록 세울 듯
20~30대 젊은층 “이런 사랑 하고 싶다” 열광적 반응
20~30대 젊은층 “이런 사랑 하고 싶다” 열광적 반응
76년을 함께한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역대 한국 독립영화 최고 관객 기록을 코앞에 뒀다.
<님아…>는 24일 15만588명의 관객을 보태 누적관객수 277만 7523명을 기록했다. 빠르면 25일 밤, 늦어도 26일엔 기존 <워낭소리>의 기록 293만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님아…>는 <워낭소리>보다 23일 빠른 속도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기록 경신을 예고했다. 개봉 3주차 주말보다 4주차 주말 스코어가 더 상승하는 ‘역주행 신드롬’을 보여주기도 했다. 3주차 주말인 12~14일 63만7303명을 모은 이후 4주차 주말인 19~21일 76만6147명을 모은 것이다.
이는 <님아…> 제작진이 다른 독립·예술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씨지브이(CGV) 아트하우스 상영관 편성을 축소하는 대신, 일반 상영관 중심으로 편성할 것을 제안한 이후 나온 기록이라 더욱 의미있다는 평가다.
80대 할머니와 90대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이 영화의 주 관객층은 의외로 20~30대다. 실제 배급사인 씨지브이가 개봉일부터 지난 23일까지 <님아…>를 예매한 관객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대가 41.50%, 30대가 22.50%에 달했다. 젊은층 관객들이 영화 관람 뒤 부모님들에게 영화를 예매해드렸다는 경우도 많았다.
20~30대 젊은층은 왜 노부부의 사랑이야기에 이토록 환호를 보낸 것일까? 영화 속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는 항상 커플 한복을 맞춰 입고 손을 꼭 잡은 채 마실을 다닌다. “참 곱네요”, “너무 예뻐요” 처럼 서로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며 늘 존대말을 사용한다. 적잖은 젊은층 관객들은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만남과 헤어짐이 빠른 ‘인스턴트식 관계’에 질린 젊은층이 노부부의 진실한 사랑에 감동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죽음’에 대해 다루면서도 부부의 ‘사랑’에 보다 초점을 맞춰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위트 넘치게 그려낸 점도 흥행 비결이다. 가슴 아픈 일이 유난히 많았던 2014년, 위로와 치유를 원하는 관객들의 요구에 딱 맞아떨어진 기획이란 평가도 나온다.
배급사의 힘도 크게 작용했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을 소유한 씨지브이의 안정적 배급망이 없었다면 <님아…>의 흥행돌풍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씨지브이 다양성영화 브랜드 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맡은 <님아…>는 개봉 당시 186개관에서 시작해 2주차 200개관, 3주차에 400개관 등 한 때 최대 800개관까지 상영관 수를 늘렸다. 김영진 명지대 교수는 “아무리 에스엔에스와 입소문이 대단하다 해도 씨지브의 힘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돌풍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서정민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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