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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10회 부산국제영화제 뭘볼까

등록 2005-09-28 18:22수정 2005-09-29 14:03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거장감독들 ‘묵직한 성찬’ 신인감독들 ‘톡톡 디저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부산 영화제가 상영편수와 상영관을 대폭 늘렸다고 여유부렸다가는 후회할 일이다. 지난 23일 예매를 시작한지 나흘만에 개·폐막작을 비롯해 38편이 이미 매진됐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을 되새기며 부지런히 상영 프로그램을 뒤져보자.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들을 소개한다.

거장 감독과의 악수는 영화제 방문의 기본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가 부산에 온다. <로제타>에서 고단한 소녀의 현실을 직시했던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는 희망없이 살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된 소년을 따라가는 영화로 감독 특유의 관찰자적 시선이 빛나는 작품이다. 스탠리 콴 감독의 <장한가>는 평범한 집안에서 미녀로 태어난 여성의 수십년에 걸친 삶을 조망하는 영화로 <완령옥>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의 회고적 정서가 40년대 상하이의 고혹적인 분위기에 고즈넉하게 깔린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켄 로치, 에르마노 올미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티켓>은 기차 티켓을 매개로 하나의 기차 안에서 서로 연결되는 세편의 이야기가 일관되게 특권과 배타성에 대해 문제를 던지는 독창적 영화. 카메라에 혹독한 아시아의 현실을 담아온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놀랍게도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섹스와 철학>으로 부산에 돌아온다. 자신의 생일 파티에 네명의 애인을 나란히 불러놓고 진실한 사랑에 대해 역설하던 마흔 살의 남자가 그 중의 한 애인으로부터 초대받고 똑같은 상황을 당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사랑의 기적이란 현실에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 밖에 스즈키 세이준의 황당 뮤지컬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짐 자무시의 <브로큰 플라워>, 라스 폰 트리에의 <만덜레이>나 시간을 초월해 아시아 각국의 걸작 30편을 한데 모은 ‘아시아 걸작선’ 등 거장들이 차린 성찬이 푸짐하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섹스와 철학> <미 앤 유 에브리원> <청소부 시인> <다서은 너무 많아> <장한가>
위에서부터 차례로, <섹스와 철학> <미 앤 유 에브리원> <청소부 시인> <다서은 너무 많아> <장한가>
숨은 보석 찾기, 주목할 신인감독들

칸과 선댄스영화제가 주목한 올해 영화계의 최고 대어는 <미 앤 유 에브리원>이다. 미국 여성감독 미란다 줄라이가 주연까지 맡은 이 영화는 외로운 두 사람과 두 주변 사람들을 엮으며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를 통찰력 있게 짚어낸다. 마약에 취한 젊은이들이 <트레인스포팅>을 연상시키는 영국 영화 <로버트 카마이클의 엑스터시>는 이번 부산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충격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다. 얌전한 고등학생 카마이클이 마약중독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파괴돼가는 과정을 그리며 마지막 30분동안 영화가 보여주는 폭력은 경악할 만하다.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시나리오를 쓰고 모하마드 아흐마디 감독이 연출한 <청소부 시인>은 시인을 꿈꾸는 젊은 청소부가 우연히 쓰레기통에서 편지다발을 발견해 읽다가 편지의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로 낭만성과 비관적 현실이 절묘하게 하모니를 이룬다. 중국계 미국인 감독 마이클 강의 <모텔>은 엄마를 도와 모텔의 잡일을 하던 소년이 한국계 미국인 투숙객과 친해지면서 세상의 잔인함을 알게 된다는 잔잔하면서도 쓸쓸한 성장담이다.

물좋은 한국영화, 부산에서 먼저 본다

젊고 재능있는 한국감독들의 영화를 가장 먼저볼 수 있는 곳은 부산이다. 올해도 ‘새로운 물결’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 초대된 한국의 젊은 영화들이 예사롭지 않다. 조창호 감독의 <피터팬의 공식>은 자살미수한 어머니 옆에서 삶의 의욕을 잃은 고3 소년 앞에 두 여자가 나타나면서 이 내성적인 소년이 겪는 성장통을 서정적이면서도 냉정하게 묘사한 수작. 실제 군대 안에서 찍은 <용서받지 못한 자>는 윤종빈 감독의 중대 영화과 졸업작품이다.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군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주인공이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미스터리식으로 재구성한 연출력이 탁월한 작품이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안슬기 감독의 <다섯은 너무 많아>는 사회의 변두리로 몰린 사람들이 형성하는 유사가족 이야기로 인물 묘사와 아웃사이더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좋은 느낌을 준다. 이밖에 지난해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수상한 이윤기 감독 차기작 <러브 토크>와 <질투는 나의 힘>의 박찬옥 감독의 두번째 영화 <잠복>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밤샘파티, 배우랑 영화보기…맘껏 골라!

열돌을 맞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어느 해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부대 행사들을 즐길 수 있다.

부산영화제가 야심차게 준비한 10주년 기념 최대 이벤트는 올 나이트 레이브 파티인 ‘씨네마틱 러브’다. 10월8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부산 해운대 요트경기장 내 계측실에서 벌이게 될 이 파티에서는 정상급 브이제이들이 만든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수퍼스타 디제이들이 꾸미는 최신 일렉트로닉 음악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무대를 즐길 수 있다. 디라이트의 멤버로 유명한 한국계 일본인 3세 도와테이를 비롯해 국내 대표 디제이 지누와 쿠마, 클래지콰이, 더블유 등의 가수들이 출연한다.

또 야외상영장에서 영화 상영 전 30분씩 공연하는 오픈콘서트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이벤트다. 올해는 특히 정재형의 피아노 연주, 노영심과 전재덕의 하모니, 비 더 보이스와 자자밴드, 뮤지컬 헤드윅 공연 등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공연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감독과 영화보기’를 확대한 ‘감독·배우와 영화보기’ 이벤트도 벌써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월 10~13일 송일곤·송해성·이윤기·정지우·최동훈·구자홍·김지운·노동석 감독과 영화배우 유지태·문소리가 사전에 선택한 영화들을 관객들이 ‘골라서’ 함께 볼 수 있다. 또 거장들의 영화인생을 직접 듣는 마스터클래스의 ‘올해의 마스터’는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이기도 한 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다. 10월8일 낮 1시30분 부산 메가박스 8관에서 열린다.

10주년 영화제 답게 부산영화제의 역사를 되짚는 전시회도 마련됐다. 10월 7~13일 해운대 특별 전시공간에서는 역대 포스터 및 사진이 전시되고 부산영상센터 조형물이 소개된다. 이와 함께 10월 11~13일 웨스틴조선 부산호텔에서 열리는 1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아시아 영화 산업 네트워크, 경계와 탈경계 속의 한국 영화, 전 지구적 프레임에서 본 한국 영화 등 한국영화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영화제의 대미는 국내·외 영화관계자들과 관객 및 부산시민들이 함께 하는 폐막 파티가 장식한다. 10월14일 밤 10시 해운대 요트경기장 내 계측실에서 열린다. 예매 및 자세한 사항은 piff.org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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