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지난 23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하면서 촉발된 파문이 잠정적으로 봉합됐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27일 오후 이 위원장과 만나 면담하고 사퇴 권고를 거둬들인 모양새다.
부산영화제가 이날 내놓은 ‘최근 현안에 대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입장’이라는 자료를 보면, 서병수 시장은 지난 영화제에서 논란이 된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소회와 유감을 표한 뒤 “부산국제영화제가 20회를 맞는 동안 경제 산업적 역할이 미흡했다. 앞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쇄신해야 한다. 쇄신안을 만들어 임원회 등에서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한 뒤 “앞으로 부산시와 보다 긴밀하게 대화하고 소통해서 불필요한 오해나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겠다. 지금까지 부산시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조정하는 절차가 미흡했던 점도 적극 개선하겠고, 시장께서 주문하신대로 여러 고견을 모으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두루 공감할 수 있는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입장 자료에서 “시장의 여러 지적과 말씀을 존중하지만 온전히 납득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대한 신중하고 정중하게 협의해서 공감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두르지 않고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문제점을 겸허하게 수렴해 부산의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부산시민을 모시고 공청회를 열고, 필요하다면 한국 영화계, 문화예술계, 여러 시민사회 등의 고견도 폭넓게 들어 당면 쇄신안과 제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발전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무를 되짚어 보고, 최근 불거진 논란의 여파를 조속히 수습하고 정비해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냉철하게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지금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며 부산영화제 쇄신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특히 향후 이 위원장이 마련할 쇄신안과 관련한 부산시의 태도가 관건이다. 만약 부산시가 프로그램 선정 등에 있어 영화제의 독립성을 저해할 여지가 있는 방안을 요구할 경우 이용관 위원장 사퇴 종용 논란으로 불거졌던 부산시와 영화제의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다.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최근 현안에 대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입장
1월 27일 오후 1시30분 부산시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을 만났습니다. 서병수 부산시장, 김광회 문화관광국장,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와 같이 부산시장 집무실에서 약 20여분동안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시장은 먼저 지난 영화제 때 논란이 된 영화에 대한 소회를 말씀하시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가 20회를 맞는 동안 경제 산업적 역할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쇄신해야 한다고 요구하셨습니다. 또 쇄신안을 만들어서 임원회 등에서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저는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앞으로 부산시와 보다 긴밀하게 대화하고 소통해서 불필요한 오해나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까지 부산시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조정하는 절차가 미흡했던 점도 적극 개선하겠고, 시장께서 주문하신대로 여러 고견을 모으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두루 공감할 수 있는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도 답변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제20회를 맞는 지금까지 영화제 개최와 운영은 물론 영화제의 산업적 기여도를 높이고 이를 부산시의 영화영상산업육성과 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부산시와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왔습니다. 지금에 와서 크게 달라질 이유가 없습니다. 시장의 여러 지적과 말씀을 존중하지만 온전히 납득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대한 신중하고 정중하게 협의해서 공감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히 부산의 지역축제가 아닙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명성과 권위를 가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행사입니다. 이런 영화제의 쇄신안을 허술하게 만들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서두르지 않고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문제점을 겸허하게 수렴해 부산의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부산시민을 모시고 공청회를 열고, 필요하다면 한국 영화계, 문화예술계, 여러 시민사회 등의 고견도 폭넓게 들어 당면 쇄신안과 제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발전방안을 도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분란이 생긴데 대해 부산시민과 한국 영화계에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무를 되짚어 보고, 최근 불거진 논란의 여파를 조속히 수습하고 정비해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냉철하게 직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2015. 1. 27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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