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타고 113년 거슬러 상상력 여행

SF영화 62편 명장면 4분 동영상으로
우주전쟁 단골…인간과 로봇 사랑도

왼쪽은 1902년작 , 오른쪽은 2013년작 의 한 장면.

SF영화(Science fiction film)는 현재의 우리에게 미래를 생각하도록 이끌어주는 가장 친근한 매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국내에서만 1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인터스텔라> 덕분에, 과학 다큐멘터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소식은 SF영화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SF영화엔 미래에 대한 유토피아적 꿈도 있지만, 미지의 영역에 대한 정체 모를 불안과 우려가 담겨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로는 상상력이 지나쳐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현대 과학기술문명과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지난 110여년간 제작된 SF영화의 특징적인 장면들을 모아놓은 4분짜리 몽타쥬 동영상을 소개합니다. 유럽의 한 사진·영화 전문 웹사이트가 제작한 것인데, 1902년작 <달나라 여행>(Voyage dans la lune)에서 2013년작 <그녀>(Her)에 이르기까지 모두 62편의 영화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일단 감상부터 해보실까요?

포탄에 몸 싣고 달나라로…화성인 침공은 실제처럼 착각도

옛날에 본 장면들이 기억나십니까? 여기에 소개된 영화들은 어디까지나 주관적 기준에 의해 선택된 것들입니다. 동영상 제작자가 개인적으로 최고의 작품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로 골랐답니다. 그렇더라도 SF영화 애호가들에겐 간편하게 SF영화사를 보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줍니다.

동영상 초반부의 흥분한 듯한 목소리는 영화 <시민 케인>으로 우리한테도 잘 알려진 오손 웰스(1915~1985) 감독이 1938년에 제작한 미국 라디오 드라마 ‘우주 전쟁’(The War of the Worlds)의 일부입니다.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드라마의 원작은 ‘과학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1866~1946)의 동명 소설입니다. 당시 핼러윈데이 특집으로 생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오손 웰스는 감독, 각본, 제작, 내레이션을 도맡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실감이 났던지, 당시 이 방송을 들은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합니다.

드라마 청취자들이 실제 화성인과의 전쟁이 일어난 것으로 착각해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기사와 오손 웰스의 라디오 방송 진행 사진이 실린 1938년 10월31일자 . newstimes.com서 재인용

내레이션에 이어 맨처음에 등장하는 영화는 <달나라 여행>이라는 제목의 113년 전 영화입니다. 오드리 헵번이 주연했던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해 더욱 유명해진 로마의 ‘진실의 입’을 연상시키는 달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프랑스의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이 만든 10분 안팎의 단편 흑백 무성영화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 세계 최초의 SF영화로 인정받고 있는 영화이지요. 지구의 과학자들이 포탄에 몸을 싣고 달나라로 날아간 뒤, 달에 사는 원주민과 싸우다 극적으로 탈출해 지구로 돌아온다는 단순한 내용입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두 SF소설-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From the Earth to the Moon)와 허버트 조지 웰스의 <달세계 최초의 사람들>(The First Men in the Moon) -을 토대로 각색한 것이라고 합니다. 스토리 내용과 배우들의 분장이 본격 SF영화보다는 동화적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113년 전에 만들어진 최초의 SF영화, 이번 기회에 한번 감상해 보실까요?

최초의 SF영화 <달나라 여행> 전편 보기

화질을 보정하고 색깔을 입힌 리메이크판을 보려면 여기( http://vimeo.com/user6653442/air-le-voyage-dans-la-lune )를 클릭.>

그 다음에 등장하는 작품 역시 SF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표현주의 작품으로 분류되는 독일 프리츠 랑 감독의 1927년작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입니다. 애초 상영시간이 153분으로, 최초의 장편 SF영화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관객들은 2시간이 넘는 긴 시간에 질려버렸다고 합니다. 당시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간의 이데올로기 투쟁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래도시 메트로폴리스에서 벌어지는 자본가와 노동계급의 갈등과 투쟁을 그린 영화입니다. 특히 이 영화에는 영화 사상 처음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등장합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보여주는 SF영화의 원조격인 작품입니다. 이 영화도 잠시 감상해 보실까요?

최초의 장편 SF영화 <메트로폴리스> 맛보기

영화 전편을 보고 싶으면 여기( http://youtu.be/Za2ALUI97EA )를 클릭.

1950년대까지는 저예산 B급…스타워즈 이후 블록버스터 봇물

1분10여초 정도가 흐르면 컬러 영화가 등장하고, 점차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초창기부터 1950년대까지 나온 SF영화들은 주로 저예산 B급 영화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는 SF를 바라보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흐름은 1960년대 들어 미국과 소련간의 우주개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바뀌기 시작합니다. 장면 장면 자체에 공을 들인 수준작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바로 이 때 등장한 것이 스탠리 큐브릭의 1968년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입니다. SF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히는 이 영화는 인간의 진화와 인공지능, 우주시대 등을 두루 다루고 있는데, 최대한 과학적 사실성을 갖추려 애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 후반 <스타 워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쥐라기공원> <아바타> 등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SF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동영상의 마지막에는 2013년 개봉된 <그녀>(Her) 중 두 남녀 주인공이 나누는 간단한 대화가 화면 없이 대사만 나옵니다. 이 영화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작품으로, 주인공 테오도르와 인공지능 운영체제(OS1) 사만다의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인간과 로봇의 사랑이야기인 셈이지요. 영화 예고편을 보시면서 100년 전의 영화와 잠시 비교해 보실까요?

영화 <그녀> 예고편

이 4분짜리 SF영화 몽타쥬 동영상은 배경음악과 함께 감상해야 훨씬 몰입감이 높아지는 듯합니다. 뭔가 긴박한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여러분에게 미래는 기대입니까, 불안입니까? SF영화는 인류의 과학기술문명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상상해보고, 오늘의 인류와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나는 몇편이나 봤을까

아래는 이 4분짜리 동영상에 실린 SF영화 62편의 목록입니다. 여러분은 이 가운데 몇편쯤 보셨나요?

　1902- 달나라 여행(Voyage dans la lune)

　1927-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1929- 달의 여인(Die Frau im Mond)

　1931-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1933-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1936- 악마의 인형(The Devil Doll)

　1951- 지구 최후의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1953-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

　1956- 금지된 세계(Forbidden Planet)

　1956- 신체 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57-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The incredible Shrinking Man)

　1960- 타임머신(The Time Machine)

　1960- 저주받은 도시(The village of the damned)

　1966- 화씨 451(Fahrenheit 451)

　1968- 스페이스 오디세이(A space Odissey)

　1968-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

　1971-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1972- 솔라리스(Solaris)

　1973- 미개의 행성(Fantastic Planet)

　1974- 소일렌트 그린(Soylent Green)

　1977-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스타워즈: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Star Wars: episode IV, a new hope)

　1979- 에일리언(Alien)

　1979- 잠입자(Stalker)

　1980- 스타워즈: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Star Wars: episode V, the empire strikes back)

　1982-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이.티.(E.T.)

　1982- 더 씽(The Thing)

　1982- 트론(Tron)

　1984- 터미네이터(Terminator)

　1985-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1985- 브라질(Brazil)

　1986- 플라이(The Fly)

　1987- 프레데터(Predator)

　1987- 로보캅(Robocop)

　1989- 백 투 더 퓨처2(Back to the future II)

　1990- 토탈 리콜(Total Recall)

　1991- 터미네이터2(Terminator II)

　1993- 쥐라기공원(Jurassic Park)

　1995-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1995- 12 몽키즈(Twelve Monkeys)

　1997- 오픈 유어 아이즈(Abre los ojos)

　1997- 큐브(Cube)

　1997- 가타카(Gattaca)

　1997- 제5원소(The fifht element)

　1999- 매트릭스(The Matrix)

　1999-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hon Malcovich)

　2001- 도니 다코(Donnie Darko)

　2002- 아키라(Akira, 블루레이 리마스터판, 원작은 1988)

　2002-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5-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6-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8- 월-e(Wall-e)

　2009- 아바타(Avatar)

　2009- 디스트릭트-9(District-9)

　2009- 더 문(Moon)

　2009- 왓치맨(Watchmen)

　2010- 인셉션(Inception)

　2011- 슈퍼-에이트(Super-8)

　2013- 스타 트렉 다크니스(Star Trek Into Darkness)

　2013- 그래비티(Gravity)

　2013- Her (음성만 나옴)

곽노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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