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한겨레 자료사진
오픈넷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저작권법 위반 아냐”
자유청년연합의 김장훈 저작권법 위반 고발 행위 비판
자유청년연합의 김장훈 저작권법 위반 고발 행위 비판
“가수 김장훈의 영화 <테이큰 3> 다운로드는 합법이다.”
가수 김장훈이 집에서 인터넷으로 영화를 내려받아 봤다고 밝혔다가 ‘자유청년연합’이란 곳으로부터 불법 다운로드 혐의로 고발을 당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사단법인 오픈넷이 “김장훈은 저작권법을 위반한 게 아니다. 원한다면 무료 법률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오픈넷은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펴고 있는 전문가 모임으로, 학계·법조계·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오픈넷은 24일 ‘김장훈 고발에 대한 입장’이란 자료를 내어, 김장훈의 행위는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합법 다운로드’라고 밝혔다. 오픈넷은 “저작권법 제30조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에서 혼자서 보기 위해 영화를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바로 이 조항에 해당돼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자유청년연합은 김장훈을 고발하면서 불법 다운로드이기 때문에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오픈넷에 따르면, 이른바 ‘불법 다운로드’가 정말 ‘불법’이 되려면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 2005년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복제물 또는 정당한 권리 없이 배포, 방송, 전송된 복제물을 그 사실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에는 사적 복제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반대에 부딪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본은 2009년에 법을 바꿔 불법 업로드된 음악 또는 영상 저작물을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다운로드하는 행위를 사적 복제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벌칙 조항은 2012년에 와서야 만들어졌다. 독일도 2008년 “명백하게 위법 제작되었거나 공중 전달된 원본”을 이용한 행위는 사적 복제에서 제외했다.
오픈넷은 “김장훈의 <테이큰 3> 다운로드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행법조차 모르는, 무지를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더욱이 2005년 개정안이나 일본 저작권법, 독일 저작권법에 따르더라도 김장훈의 행위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김장훈은 웹하드 ‘큐다운(qdown)’에서 <테이큰 3>를 다운로드했는데, 큐다운은 미래창조과학부에 등록된 부가통신사업자의 웹사이트이고,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성능 평가를 통과한 저작권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큐다운에는 합법 저작물도 많고(방송물은 대부분 제휴 콘텐츠이고, 방송 3사는 웹하드로부터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저작권료를 받아간다), 김장훈은 다운로드 대가를 지급하였기 때문에 불법성에 대한 명백한 인식과 고의가 있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현행 법에서 명백하게 합법으로 규정한 다운로드 행위에 ‘불법’이란 딱지를 붙인 것은 저작권자들이다. 이들의 ‘굿 다운로드 캠페인’(www.gooddownloader.com)은 저작권법 제30조의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를 모조리 불법 취급한다. 심지어 공익광고까지 만들어 합법 행위를 합법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전국민이 죄의식을 갖도록 하고 있다.
오픈넷은 “인터넷을 통한 음악·영화 파일의 유통 문제는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사적 이용을 위한 다운로드가 저작권자에게 피해만 준다는 생각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위스 정부는 국민 3분의 1이 인터넷을 통해 음악·영화·게임을 무단 다운로드하는 문제에 대해 ‘사적 이용을 위한 다운로드는 지금도 합법이고, 앞으로도 합법일 것’이라며, 저작권자가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무단 다운로드로 절약한 돈을 결국에는 문화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오픈넷은 이어 “‘합법’ 다운로드를 ‘불법’ 다운로드로 만들기 위해 복제 원본이 합법일 때에만 사적 이용이 허용되도록 법을 바꾸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가령 누군가 ‘불펌’한 블로그의 시 한 편을 노트에 옮겨 적는 행위가 불법으로 되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저작권법이, ‘저작권 경찰’이 내 공부방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사적 복제 보상금과 같은 매우 정교한 제도가 동반되어야 인터넷상의 사적 다운로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합법을 합법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테이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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