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월트 디즈니가 선보이는 실사영화 <신데렐라>(19일 개봉)는 모두가 아는 바로 그 동화 속 이야기다. 심지어 이번 실사판 <신데렐라>는 공주 이야기를 한바퀴 비틀어 환호를 자아냈던 드림웍스의 <슈렉> 같은 변주 따위도 전혀 없다. 오직 원전의 매력과 ‘권선징악’이라는 교훈적 메시지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데 온 힘을 쏟을 뿐이다. 착한 신데렐라(릴리 제임스)가 계모(케이트 블란쳇)의 구박을 받지만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가지고” 진실된 삶을 살고, 마법사의 도움으로 무도회에 참가해 멋진 왕자(리처드 매든)와 결혼하게 된다는.
식상하다, 어린시절부터 귀가 닳고 입이 닳도록 듣고 읽어온 고전 동화를 뭐하러 돈내고 극장에서 보냐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영화 <신데렐라>는 애니메이션으로만 봐 온 동화 속 마법과 판타지가 실사로 펼쳐지는 환상적 경험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가장 눈을 휘둥그렇게 만드는 장면은 ‘요정대모’(헬레나 본햄 카터)가 요술지팡이를 휘둘러 도마뱀을 시종으로, 거위를 마부로, 늙은 호박을 황금마차로 변화시키는 장면이다. 더불어 재투성이 신데렐라의 드레스도 나비가 살포시 날아앉은 푸른색 드레스로 단번에 변신한다. <말레피센트>에 이어 디즈니의 두번째 실사 영화인 <신데렐라>는 ‘동화 속 마법이 현실에 일어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라는 걸 보여주듯 환상적인 눈요깃거리를 제공한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씨지(CG)효과 덕이다. 웅장한 성 안 무도회, 수줍게 손을 맞잡은 왕자와 신데렐라의 댄스타임도 판타지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5000개의 초를 장식한 거대한 샹들리에, 무도회장으로 연결되는 웅장한 계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미술작품인 듯 감탄을 자아낸다.
신데렐라와 왕자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 ‘유리구두’의 실사판을 궁금해하는 관객도 많을 터. 이번 영화의 개봉을 기념해 지난달 살바토레 페라가모, 지미 추, 스튜어트 와이츠만 등 세계 유명 디자이너 9인이 장인의 손길을 담아 만든 유리구두 9점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살짝 참고하면 상상력에 도움이 되겠다.
소녀 취향을 저격하는 뻔한 로맨스,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가지면 행복이 찾아온다는 고전적 메시지의 단순함을 모두 잊게 만들만한 즐거움은 또 있다. 계모로 등장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고혹적인 외모와 연기다. 너무나 판타지적이어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오직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하는 계모 역할 만큼은 그 나름의 설득력과 타당성이 느껴진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 셈.
앗차! <신데렐라>를 보러갈 땐 절대 상영시간에 늦어서는 안 된다. 본편 영화보다 기대를 모으는 오프닝 <겨울왕국의 열기>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사상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겨울왕국>의 특별편으로, 봄이 찾아온 겨울왕국에서 펼쳐지는 안나의 생일파티를 다룬다. 안나, 엘사, 올라프, 순록 스벤까지 반가운 캐릭터가 총출동한다. 비록 7분짜리 짧은 영상이지만 ‘주객전도’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매력적인 ‘보너스’다.
유선희 기자, 사진 월트디즈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