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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디스토피아, 계급 그리고 반란

등록 2015-03-24 19:34수정 2015-03-24 19:34

영화 ‘인서전트’의 한 장면.
영화 ‘인서전트’의 한 장면.
다이버전트 후속편 ‘인서전트’
용기·평화 등으로 나눈 신분사회
태생 저주하던 여주인공의 반란
인류 문명이 무엇 때문인지 멸망하고 높은 벽으로 둘러쳐진 작은 도시 하나만 살아남았다는 설정은, 그러니까 좀 흔하다. 그런 도시는 대부분 칼로 그은 듯 구분되는 계급 질서를 갖고 있다. 디스토피아 미래를 그린 에스에프(SF) 영화의 단골 설정이다.

<인서전트>도 그런 설정에 바탕을 둔 영화이다. 지식·용기·평화·정직·이타심 등 다섯 가지 덕목의 이름으로 신분이 정해지는 계급사회라는 점이 특이하다고 할까. 뻔한 설정이라면, 그런 틀거리 안에 어떤 이야기를 얼마나 충실하게 채워넣느냐에서 승부가 날 것이다. 이야기는 허황되고, 배우의 연기는 붕 떠 있고, 총싸움만 난무하는 에스에프 액션 영화를 그동안 너무 많이 봤다.

다행히 <인서전트>는 나름 속을 채워넣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전편 격인 <다이버전트>가 우리나라 관객들한테서 외면받았다면, 이번 영화는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1편이 2편을 위한 ‘아주 긴 예고편’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는 여주인공 ‘트리스’(셰일린 우들리)가 되살아남으로써 가능했다. 근육질 액션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자신 탓에 사랑하는 부모가 죽은 일로 밤마다 악몽을 꾸는 소녀이다. 자신의 태생을 저주하면서, 엄마 품에 안겨 울고 싶어한다. 그런 트리스가 진정한 용기와 지혜를 배워가면서 드디어 자신을 용서하게 된다. 트리스는 영화의 말미에 말한다. “나는 ‘문제’가 아니라, ‘해결의 열쇠’였어.”

액션 장면의 ‘솔직함’도 이 영화의 덕목이 아닐까. 건물이 날아다니고 빌딩이 무너지며 <스파이더맨>류의 ‘공중 부양 액션’이 이어지는데, 모두 주인공 트리스가 수행하는 ‘시뮬레이션 전쟁’에 불과함을 감독은 처음부터 알려준다. 그래서 사실성을 검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놓여나, 관객은 눈요기만 하면 된다. 이런 변화는 <시간여행자의 아내>와 <레드> 등을 연출한 로베르트 슈벤트케가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있다. 묵직한 인문학적 은유까지는 바랄 건 아니고, 영화가 끝난 뒤 불이 켜지고 다음 데이트 장소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갈 수 있을 듯하다.

영화는 미국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청춘 스타들과 연기파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안녕, 헤이즐>에도 나왔던, 여주인공 셰일린 우들리는 영화 첫 장면에서 단발머리로 변신한다. 중성적인 매력이 더 강조된다. 남자 주인공 시오 제임스는 훈남 영국 배우이고, <타이타닉>(1998)의 케이트 윈즐릿과 <킹콩>(2005)의 나오미 와츠가 극의 흐름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영화는 1988년생 베로니카 로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다이버전트>, <인서전트>, <얼리전트>로 이어지는 청소년 판타지 소설 시리즈로 2013년 미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음 영화 <얼리전트>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 앞에 등장할까. 일단은 2편 <인서전트>에서 전체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된 듯하니, 3편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야 한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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