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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오빠는 연극하듯~ 동생은 생활하듯~ ‘꽃남녀’의 다시 온 봄날

등록 2015-03-31 19:37수정 2015-04-01 14:26

연기 경력 40~50년의 배우 박근형(75)과 윤여정(68)이 (감독 강제규)에서 다시 만났다.  등 어르신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흐름의 연장인지, 70대의 달달한 로맨스가 봄날 노란 개나리처럼 활짝 피어난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 경력 40~50년의 배우 박근형(75)과 윤여정(68)이 (감독 강제규)에서 다시 만났다. 등 어르신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흐름의 연장인지, 70대의 달달한 로맨스가 봄날 노란 개나리처럼 활짝 피어난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장수상회’ 박근형과 윤여정
연기 경력 40~50년의 배우 박근형(75)과 윤여정(68)이 <장수상회>(감독 강제규)에서 다시 만났다. <꽃보다 할배> 등 어르신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흐름의 연장인지, 70대의 달달한 로맨스가 봄날 노란 개나리처럼 활짝 피어난다. 주연으로 두 사람이 영화에서 재회한 게 1971년 <장희빈>에서 숙종과 장희빈으로 출연한 이후 40여년 만이란다. 2013년 <고령화 가족>에서 윤여정의 숨겨둔 남자로 박근형이 나왔지만, 조연이었다. 지난 30일 두 배우를 서울시 삼청동 찻집에서 만났다.

노신사 성칠(박근형)은 동네 마트 ‘장수상회’ 직원이다. 속마음은 따뜻하지만 틈만 나면 버럭대고, 융통성 없는 고집불통 할아버지다. 어느 날 옆집으로 금님(윤여정)이 딸(한지민)과 함께 이사를 온다. 성칠은 오해에서 비롯된 실수를 저지르고, 금님은 “사과를 받아야겠어요. 저녁 한 번 사세요”라고 ‘명령’한다. 성칠은 그런 금님에게 끌린다.

성칠은 연애 초보다. 70대 남녀는 고비를 맞기도 하지만, 아름답게 만남을 이어간다. 소년이 소녀를 만나는 듯, 설렘으로 가득하다. 장수상회 사장(조진웅)을 비롯해 동네 사람들은 두 사람의 데이트를 총력 지원한다. 어느 볕 좋은 날, 공원 벤치에 앉아 금님은 말한다. “지금 너무 행복하지 않아요?”

한겹두겹 쌓은 연극의 혼
박 “이제야 배우된 것 같다”

몸의 일부처럼 꾸밈없이
윤 “나는 연기도 나이고 싶다”

설렘 가득한 달달한 로맨스
“너무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걸어온 길이 달라서일까. 박근형과 윤여정은 연기의 색깔이 달랐다. 박근형은 한 겹, 두 겹 쌓아올리다 막바지 터뜨리는 ‘연극 방식’이라면, 윤여정은 연기가 아니라 원래 저런 사람일 듯하다. 이를테면 박근형은 폭발하는 ‘연극 연기’, 윤여정은 ‘생활 연기’라고나 할까. 연기를 바라보는 태도에서도 이런 차이가 드러난다.

박근형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연극학도로 돌아갔다. 50년 동안 연기를 했는데, 이제야 배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릴 때 미리 40일 동안 인물을 연구하듯, 성칠이라는 인물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대중들한테는 텔레비전 드라마로 더 알려져 있지만, 그는 연극배우로 자처했다. “1958년 연극을 처음 시작했어. 텔레비전이나 영화보다 연극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 연극을 잊은 적이 없어.” 그의 연극 사랑은 ‘후학 양성’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향(전북 정읍)에 연기를 하고픈 아이들과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 등이 함께 어우러져 공부하는 ‘서당’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단다. 동네 연극단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 꿈이라고도 했다.

관록의 배우 박근형과 윤여정이 <장수상회>(감독 강제규)에서 70대의 달달한 로멘스를 연기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무르익어 가지만, 영화 후반부에 의외의 비밀이 밝혀지며 극적인 반전이 찾아온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관록의 배우 박근형과 윤여정이 <장수상회>(감독 강제규)에서 70대의 달달한 로멘스를 연기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무르익어 가지만, 영화 후반부에 의외의 비밀이 밝혀지며 극적인 반전이 찾아온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여정은 스크린 밖에선 “연기가 무서운 것 같다”고 말하지만, 막상 영화 안에선 무르익은 연기력을 선보인다. 이 정도 살아왔는데 겪어보지 못한 인생사가 뭐 있겠느냐는 식이다. 그래서인지 연기가 몸의 일부인 듯, 꾸밈이 느껴지지 않는다. ‘새 남자친구’ 성칠을 휘어잡는 모습이 똑 부러지는 할머니 모습 그대로다. 윤여정은 자신의 연기 비결을 “누구의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나는 ‘나’이고 싶다”는 말로 표현했다. ‘너 자신이 되라’(Be yourself!)라는 영어 속담을 좋아한단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면서 내가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까 거듭 생각하고, 다큐멘터리를 특히 많이 본다고 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들은 ‘먼저 갔어’라고 하면서도 울지 않아요. 그런데 배우는 이런 모습을 연기할 때 눈물부터 떨구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

텔레비전 드라마 같던 영화는 중반을 지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간다. 조금씩 쌓아가던 에너지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반전에선 박근형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박근형도 반전이 본격화하는 공원 장면이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무척 궁금했단다. 속도까지 달리하며 여러 번 찍었는데, 영화에선 한 컷만 나왔다고 했다. “강제규 감독이 잘 집어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윤여정은 약간 불만이다. 반전을 예비하면서 전반부에 복합적 감정을 힘겹게 표현했는데, 영화 속에선 자신이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더라는 것이다. 영화가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음에도 ‘황혼의 로맨스’가 강조되면서 “작전상 여러 장면이 잘렸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영화의 끝 장면에 대해서도 다르게 접근했다. 윤여정은 “강 감독이 조절을 잘한 것 같다”고 했고, 박근형은 “짓밟을 때는 가혹하게 짓밟아야 한다”면서 연극의 대단원처럼 비극으로 마무리하길 원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배우는 감독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영화는 강제규 감독의 첫 ‘감동드라마’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1996년 <은행나무침대>로 데뷔한 강 감독은 그동안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 대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선보인 단편 <민우씨 오는 날>은 이번 영화를 넘어오기 위한 징검다리였을 수 있다. 강 감독은 언론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함께 울고 웃고 서로 공감하면서 세대간 갈등을 치유하는 데 일조하는 영화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4월9일 개봉.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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