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극장가에서 두 편의 수작 영화가 선전중이다. 김우빈·이준호·강하늘 주연의 한국영화 <스물>은 지난달 24일 개봉 이후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 지난달 12일 개봉한 아카데미 3관왕 <위플래쉬>는 120만 관객을 넘기며 장기흥행 체제에 들어갔다. 이번주 <잉여싸롱>에선 청춘의 단면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린 두 영화를 놓고 얘기를 나눴다.
김선영: 청춘영화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시대에 볼 만한 청춘영화가 두 편이나 등장해 반갑다. 더군다나 두 작품 다 그 장르에서 흔히 기대하는 전형성을 탈피한 매력이 있어서 같이 비교해보면 더 재밌다. <스물>에는 청춘영화 특유의 감정과잉 대신 존재 그대로를 긍정하는 시선이 있고, <위플래쉬>는 음악영화의 흥행코드인 하모니, 힐링이 아니라 긴장감을 극한까지 몰고가는 액션 스릴러 같은 쾌감이 있다.
서정민: <스물>에서 동우(이준호)는 최규석 작가의 만화 <울기엔 좀 애매한>에서 따온 캐릭터다. 실제로 “울기엔 좀 애매하지 않나?” 하는 대사도 나온다. 누구나 돌아보면, 스물 언저리에는 고민하고 방황하고 불안해하고 그랬다. 그래도 많은 청춘영화처럼 한강에 뛰어들고 자살을 고민하고 한 경우는 드물다. 고민과 방황을 해도 애매하게 했다. <스물>은 그걸 잘 잡아낸다. “뭐 이러냐? 뭐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 애매해.” 그게 스무살이고 청춘인 것 같다.
이승한: 녹화 중 <위플래쉬> 이야기를 하다 흥분했다. 나눗셈을 뒷자리부터 한다고 내 뺨을 때리고 공공연히 폭언을 하던 초등학교 시절 선생이 떠올라서. 다른 나라 관객이 플래처(J.K. 시먼스)라는 괴물을 보며 넘어야 할 심정적 고통의 허들을, 우리는 애초에 뛰어넘고 시작한다. ‘아, 나도 저런 선생 겪어봤는데’라는 모종의 동류의식 같은 거. 우리의 성장은 왜 그리 폭력적이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