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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만남과 헤어짐에 관하여…<엘리노어 릭비>와 <나쁜 사랑>

등록 2015-04-07 22:10

<엘리노어 릭비>는 오래된 연인의 헤어짐을 세 가지 변주로 그려냈다. 시선과 기억은 각각 다르지만, 이들은 결국 헤어짐의 아픔을 이겨낸다.  ㈜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엘리노어 릭비>는 오래된 연인의 헤어짐을 세 가지 변주로 그려냈다. 시선과 기억은 각각 다르지만, 이들은 결국 헤어짐의 아픔을 이겨낸다. ㈜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만나고 헤어지는 것 만큼, 사는 데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그린 영화 여러 편이 한꺼번에 우리 곁을 찾는다. 때로 아름답고, 때로 답답함에 한숨이 나온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갈 것이다.

하나의 사랑, 다른 기억
3편의 영화로 개봉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 ‘그 남자’ ‘그 여자’
다른 부제로 남녀의 다른 기억 그려

9일 개봉하는 <엘리노어 릭비>(감독 네드 벤슨)는 엘리노어(제시카 차스테인)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오래된 연인인 듯 보이는 코너(제임스 맥어보이)는 엘리노어를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각자 헤어짐의 고통을 짊어지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영화는 중간중간 이들이 어떻게 만나 예쁜 사랑을 꽃피웠는지 보여준다.

<일리노어 릭비>는 모두 세 편의 독립적인 영화로 사랑을 아름답게 변주한다.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그 여자> 편은 하나의 사랑에 대해 남자와 여자의 시선이 교차하는, 관객들이 익히 보아온 편집이다. 그래서 ‘그 남자 그 여자’(원제 them)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와 <˝ : 그 여자>는 각각 엘리노어와 코너의 시선으로 둘의 만남과 헤어짐을 바라보고 기억한다.

<엘리노어 릭비>는 오래된 연인의 헤어짐을 세 가지 변주로 그려냈다. 시선과 기억은 각각 다르지만, 이들은 결국 헤어짐의 아픔을 이겨낸다.  ㈜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엘리노어 릭비>는 오래된 연인의 헤어짐을 세 가지 변주로 그려냈다. 시선과 기억은 각각 다르지만, 이들은 결국 헤어짐의 아픔을 이겨낸다. ㈜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이를테면 헤어진 상태에서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의 주변 사람과 따로 교감한다. <그 남자>에서 코너는 아버지와, <그 여자>에서 엘리노어는 흑인 대학교수와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다. 막바지에 화해에 이르는 장면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감독은 두 편에서 각각 다른 톤의 조명을 사용해 기억의 색깔이 서로 다름을 표현했다. 사실은 하나지만 기억은 각각이고, ‘진실’이 여러 개일 수 있다. <그 남자 그 여자> 한 편만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남자>와 <그 여자>를 이어 보는 것은 새로운 ‘영화 체험’이 될 것이다.

영화는 또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그 남자>에서 홀로 남은 코너는 엘리노어를 찾아 헤매면서 그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그녀의 떠나감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 여자>에서 엘리노어는 코너를 떠나 새로운 삶에 계속 도전하고, 중단했던 학업 속에 새로 둥지를 튼다. ‘엘리노어 릭비’는 1966년 나온 비틀즈 노래 제목이다. 이 노래가 직접 영화 음악으로 쓰이지는 않았지만 “저 외로운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요”라는 노랫말을 읊조리는 듯한 감성이 수채화 물감처럼 영화 곳곳에 번져 있다.

엇갈린 시간, 나쁜 사랑
프랑스판 사랑과 전쟁 ‘나쁜 사랑’
엇갈린 시간 속에 헤어진 남녀
처형-제부로 재회…사랑하며 신음

<나쁜 사랑>은 어쩌면 꽤 어울렸을 두 사람이 만나지 말아야 할 처지로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수키픽쳐스 제공
<나쁜 사랑>은 어쩌면 꽤 어울렸을 두 사람이 만나지 말아야 할 처지로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수키픽쳐스 제공
영화 <나쁜 사랑>(감독 브누와 쟉코)은 만나서는 안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원래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일 터인데, 우연한 사건이 둘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프랑스 정통 맬로 드라마로, 강한 이야기 흐름과 절제된 연기가 관객의 목을 서서히 조르는 듯하다.

세무공무원 마크(브누와 뽀엘부르드)는 낯선 도시 리옹에서 마지막 열차를 놓친 뒤 우연히 실비(샤를로뜨 갱스부르)를 만난다. 둘은 밤거리를 걸으며, 곧바로 사랑을 느낀다. 다음에 파리의 한 공원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마크한테 사고가 생겨 둘은 엇갈린다. 연락처도 이름도 모르는 상태였다. 실비는 홀로 되돌아 오면서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냥 시작도 없이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마크는 다른 기회에 실비의 동생 소피를 만나 결혼에까지 이른다. 실비는 동생 소피의 결혼식에서 몇 년만에 비로소 마크를 다시 만난다.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절감하지만, 상대편을 밀어내려 안간힘을 쓴다.

식상한 소재임에도 막장 드라마로 굴러떨어지지 않은 것은,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다. 마크와 실비가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사랑의 고통 속에 신음하는 모습이 수려하게 그려진다. 관객은 불안과 공포까지 느낄 것이다.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완벽히’ 절제된 연기로 남성 관객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쉘부르의 우산>(1964)에 출연했던 여배우 까뜨린느 드뇌브가 실비의 엄마를 연기했다. 이른바 ‘프랑스식 멜로’ 취향인 관객에게 딱 맞을 듯하다. 16일 개봉.

헤어짐의 아픔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려면 <코멧>(감독 샘 에스마일)도 있다. 지난달 말 개봉했으나 초반 성적 부진으로 아이피티브이(IPTV)로 자리를 옮겼다. 연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독특한 구성으로 쫓았다.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델(저스틴 롱)과 늘 사랑을 확인 받고 싶어하는 여자 킴벌리(에미 로섬)는 서로 너무나 달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직장 문제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둘은 크게 다툰다. 이제는 끝난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델은 둘이 함께한 6년의 시간을 뒤돌아보고, 킴벌리를 붙잡으러 찾아간다.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영화가 시간을 여러 차례 넘나들면서, 둘의 만남과 헤어짐을 겹쳐보여준다는 것이다. 오래된 연인의 실타래처럼 얽힌 감정선이 이를 통해 몽환적으로 그려진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긴 힘들지만, 사랑을 앓고 있다면 완전히 다르게 느낄 듯하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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