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그레이의 50가지…’와 ‘비긴 어게인’의 차이?

등록 2015-04-19 15:50

지난해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343만 관객이 찾았으나, 씨제이 씨지브이의 애초 예측은 30만명에 불과했다. 480만명의 관객이 들어 ‘대박’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도 애초 50만명을 예측했었다. 영화관 사업자들은 끊임없이 관객수를 미리 가늠하지만 크게 엇나갈 때도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343만 관객이 찾았으나, 씨제이 씨지브이의 애초 예측은 30만명에 불과했다. 480만명의 관객이 들어 ‘대박’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도 애초 50만명을 예측했었다. 영화관 사업자들은 끊임없이 관객수를 미리 가늠하지만 크게 엇나갈 때도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스크린 배정의 방정식…데이터와 독점 사이

CGV, 상영관 편성 노하우 공개
‘영화 자체·마케팅·변수’ 5:2:3 비율
상영작은 관객추천지수가 결정적
관객수 예측 적중률 70~80% 정도
편성의 공정성·독과점은 여전히 논란
영화인들 사이에선 가슴 아픈 얘기지만, 2013년 개봉한 <미스터 고>의 관객 수는 133만 명에서 멈췄다. 상영관을 편성하는 씨제이 씨지브이(CJ CGV) 쪽은 애초 700만명을 예상했다고 한다. 잘못된 예측으로 영화관 좌석이 텅텅 비었다는 얘기다. 올해 초 개봉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도 36만명이 들어 180만명을 예측한 씨지브이 쪽 기대를 크게 빗나갔다. 애초 300만을 예상했던 지난해 개봉작 <우는 남자>도 겨우 60만명의 관객만 찾았다.

우리나라 1위 영화관 사업자인 씨지브이 쪽이 최근 ‘상영관 편성’의 노하우를 일부 공개했다. 스크린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스크린 배정 기준인 정확한 관객 수 예측은 수익과 직결되는 가장 민감한 문제다.

씨지브이는 개봉작의 경우 ‘비슷한 작품 3편’의 흥행실적 평균을 흥행예측의 출발로 삼고 있다. 이런 정도 영화는 예전에 얼마나 흥행했으니, 이번에는 이럴 것이다고 예측하는 것이다. 여기에 감독과 배우, 예매수량, 업계 관계자와 관객 반응 등의 변수를 집어넣어 숫자를 산정한다.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시내 번화가에는 상업영화를 집중 배치하고, 다른 곳에선 다양성 영화를 일부 섞어주는 등 영화관 입지도 고려한다. 씨지브이 강경호 프로그램팀장은 “영화의 흥행에는 영화 자체의 만듦새가 50%를 결정하고, 마케팅이 20% 정도 작용한다. 나머지 30%는 개봉 당시 다른 영화가 어떤 게 있는지 경쟁상황이 결정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미 상영중인 영화의 스크린 배정은 다른 ‘방정식’을 쓴다. 몇 년 동안 쌓아온 빅데이타를 활용해 상영기간에 따른 흥행 패턴을 적용하고, 새로 어떤 영화가 개봉되는지도 변수로 쓴다. 특히, 순수추천고객지수(NPS)가 결정적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 얼마나 추천하느냐를 재는 것인데, 지수측정 방법은 씨지브이 쪽이 아끼는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꺼렸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작품 편수를 기준으로 관객수 예측 적중률이 70~80% 정도로, 노하우가 쌓이면서 예측력이 높아졌다. 그러나 몇몇 작품은 수십만~수백만명씩 예측치가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2위인 롯데씨네마 쪽도 비슷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개봉 전에는 감독과 배우, 제작비 규모, 유사 규모 영화의 과거 실적, 상영등급 등의 영화 정보를 바탕으로 1차 예측을 한다. 여기에 온-오프 라인의 관객 반응, 경쟁작 현황 등을 고려해 예측치를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롯데 내부의 흥행 분석 시스팀(TSSF 모델) 점수도 변수로 집어넣는다. 영화의 스토리, 소재, 갈등구조, 캐릭터 등 70여개 항목을 수치화해 합산한 것이다. 롯데 쪽은 “티에스에스에프는 롯데만의 노하우로, 얼추 들어맞는다”고 했다.

영화관 사업자들이 한정된 스크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해 영화를 편성한다고 하지만, 편성의 공정성 여부와 독과점 논란은 여전하다. 한 상업영화가 흥행하거나 흥행이 예상되면, 스크린을 도배하기 일쑤다. 자사가 투자한 영화를 ‘편애’해 스크린 수를 늘린다는 의심은 오래된 얘기다. 보고 싶은 ‘작은 영화’를 보는 게 너무 불편하다는 관객이 여전히 많다. 공포영화를 아침 7시 조조영화로 상영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이른바 메이저가 아닌 영화 관계사의 한 대표는 “씨제이 쪽이 비슷한 작품 3편을 뽑는 과정에서 배급사와 상의한다고 하는데, 어떤 작품을 뽑느냐가 결정적이다. 작은 영화사의 경우는 씨제이 쪽의 의견이 우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씨제이 쪽은 최대한 관객 반응을 반영해 스크린 수를 개봉 뒤에 조정한다고 하지만, 처음 판단이 틀려 좋은 영화가 파묻힐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얘기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