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캐릭터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베일벗은 어벤져스2
영화 속 서울 등장 7~8분가량
화면 움직임 빨라 인지 어려워
아이언맨-헐크 ‘맞짱’ 장면 화려
악당 ‘울트론’ 출현 배경 신선해
영화 속 서울 등장 7~8분가량
화면 움직임 빨라 인지 어려워
아이언맨-헐크 ‘맞짱’ 장면 화려
악당 ‘울트론’ 출현 배경 신선해
영화 제작 단계부터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위던)이 21일 베일을 벗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22일 오전 7시’(한국 시각 기준)로 보도 시점을 지정한 국제 엠바고까지 걸고 한 언론시사회였다. 2012년 707만명의 관객이 들었던 <어벤져스>의 속편으로, 일부 장면이 서울에서 촬영된데다 한국 배우 수현이 ‘닥터 헬렌 조’로 출연해 우리 관객들의 ‘특별한’ 기대를 받고 있다. 영화계 내부에선 “당연히 관객 1천만명 이상”이라고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 23일 개봉하는 <어벤져스2>는 언론시사회가 열린 21일 현재 예약률 96%(씨지브이 기준)를 기록하며 일단 흥행을 예고했다.
■ 화려한 시지 액션 영화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중무장했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 호크아이 등 각각 영화 한 편쯤 거뜬히 이끌어갈 마블 영웅들이 똘똘 뭉쳐 기상천외한 액션 장면을 쉼없이 풀어낸다.
전체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액션으로 꼽히는 게 세 덩어리 정도인데, 영화 중반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헐크(마크 러펄로)가 펼치는 액션이 특히 주목을 끈다. 아이언맨과 헐크가 힘을 합쳐 적과 싸우는 게 아니라, 둘이서 ‘맞짱’을 뜬다. 헐크가 이번에 새로 등장한 캐릭터인 ‘스칼릿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로부터 정신을 조종당한 탓이다. 도심지에 건설 중인 고층빌딩이 한 방에 무너질 만큼 두 영웅의 싸움이 장대하다. 하지만 헐크는 특유의 귀여움을 잃지 않았고, 아이언맨은 또다시 우주 궤도에서 지원군을 불러오는 기술적 진보를 선보인다.
천하무적의 영웅들인 만큼 ‘결국 패배하고야 마는 적’과 싸우는 것보다, 이유가 어떠하든 영웅들끼리 싸우는 장면이 더 화려한 건 당연하다. 실제, 액션 장면의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어벤져스 영웅들과 로봇 군단의 ‘패싸움’은 좀 싱겁다. 1편 마지막에 등장하는 오합지졸 외계인이 2편에선 로봇으로 얼굴만 바꾼 때문이다. 적어도 이 대목은 일종의 재방송인 셈이다.
■ 블록버스터에 등장하는 서울 2014년 서울에서 16일 동안 촬영한 만큼 영화 속 서울은 우리 관객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서울은 영화 중반부 7~8분 정도 등장한다. 상암동 위를 어벤져스 비행기가 날고, 세빛섬에는 닥터 헬렌 조의 실험실이 있다. 마포대교 위를 악당의 트럭이 달린다. 서울 강남대로에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는 달리는 트럭 위에서 악당과 겨룬다. 블랙 위도(스칼릿 조핸슨)는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의 뒷골목까지 달린다. 간혹 한글 간판이 보이고, 눈에 익숙한 국산 자동차가 나온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수현의 또렷한 한국말을 듣는 것도 깨알 재미다. 그러나 카메라의 빠른 움직임 때문에 서울의 ‘향기’를 온전히 느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동아시아의 어느 도시라고 해도, 뭐라 반박하기 힘들어 보인다. 수현은 초반부 토르와 러브라인을 형성할 것 같아 기대감을 키우지만, 끝내 별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
■ 느슨한 이야기 이런 종류의 블록버스터로선 ‘운명’이라 할 수밖에 없겠지만, 영화가 선택한 선과 악의 대결 구도는 이번에도 완성도가 떨어진다. 최강의 악당으로 등장하는 ‘울트론’이 사실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가 지구의 안전을 위해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부산물이라는 점이 조금 신선해 보인다. 1편의 외계인의 침공보다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울트론이 “지구의 안전을 위해선 현생 인류가 없어져야 한다”고 하는 건, 최근 개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발렌타인(새뮤얼 잭슨)이 “지구를 위해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하는 주장과 흡사하다. 인류 스스로 인류 멸망을 가져올 핵무기를 만든 경험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려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좀 식상하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으로 관객을 유인하지만, 이밖에 몇 가지 ‘사소한’ 흠결을 가리진 못했다.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비전’(폴 베터니)은 혼란스럽고 캐릭터도 불분명하다. 염력을 사용하는 ‘스칼릿 위치’와 ‘퀵 실버’(에런 테일러존슨)라는 캐릭터는 <엑스맨> 시리즈에서 ‘지원군’을 파견받은 느낌이다. 액션 장면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토론 장면’도 액션을 연결하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에 불과하다. 마무리 장면에선 헐크와 아이언맨, 호크아이 등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영웅들도 피로감 때문인 듯, ‘나 이제 쉬고 싶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1, 2편을 연출한 조스 위던 감독이 3편 연출에서 빠졌는데, 일종의 작별인사로 받아들여진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캐릭터.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하는 캡틴 아메리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캐릭터. 마크 러팔로가 연기하는 헐크.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캐릭터.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호크아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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