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인생 30년을 맞는 올해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관객을 찾아온 김혜수가 22일 인터뷰를 하면서, 영화속 장면(오른쪽)을 재연하고 있다.
영화 ‘차이나타운’ 주연
차이나타운 조직 보스역 맡아
악행 저지르는 이들의 ‘엄마’로
모진 삶 드러내려 2~3시간 분장
“무거운 정서탓 두세 달 망설여”
차이나타운 조직 보스역 맡아
악행 저지르는 이들의 ‘엄마’로
모진 삶 드러내려 2~3시간 분장
“무거운 정서탓 두세 달 망설여”
배우 김혜수가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으로 돌아왔다. 2013년 <관상> 이후 2년 만이다. 화투판의 꽃 정마담(<타짜>, 2006), 금고털이(<도둑들>, 2012), 비정규직 미스 김(드라마 <직장의 신>, 2013)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해 온 김혜수, 이번엔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조직의 대모 ‘엄마’로 찾아왔다. 그를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김혜수는 “배우한테 변신이라는 말은 진부하다”고 입을 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강력하면서도 이제껏 만날 수 없었던 캐릭터라는 데 끌렸을 뿐이라고 했다. 다만,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어둡고 무거운 정서가 큰 부담이었단다. 두세 달 망설였지만, 결심했고, 영화가 나왔다.
오직 쓸모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이 영화의 무대다. 이곳을 지배하는 조직의 보스(김혜수)가 있고, 그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식구들이 있다. 피가 튀고, 장기밀매가 이어진다. 지하철역 10번 보관함에 버려진 ‘일영’(김고은)은 자신을 거둬준 엄마한테 쓸모있는 사람이고자 한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차이나타운 바깥의 따뜻한 세상을 만나 크게 흔들린다.
김혜수는 영화 전체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엄마가 어떻게 이곳에 이르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존 자체가 목적인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다. “일영이 기구한 삶을 살고 있지만, 엄마는 그런 일을 몇 배나 겪은 사람이다. 성별과 나이를 떠나 그냥 괴물 같은 한 인간을 표현하려 했다.” 촬영 때마다 2~3시간씩 했던 분장도, 거칠고 모진 삶을 살아낸 여성의 “무너지고 퍼진 몸”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영화는 비록 김혜수와 김고은, 두 여배우를 앞세웠지만 김혜수는 ‘여성영화’라고 부르는 걸 주저했다. 일반적인 의미의 모성애, 또는 여성성을 표현한 게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래도 관객은 영화의 기둥 줄거리인 엄마와 일영의 특별한 인연을 지켜보며 다른 색깔의 모성애를 느낄지 모른다.
<차이나타운>은 김혜수의 영화 인생 30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그는 1986년 <깜보>로 영화에 발을 들였다. 긴 세월 동안 흔들린 적은 없을까? “한번 제대로 있었다”고 했다. 너무 어릴 적부터 연기자로 살아왔고, 어느 순간에 내가 자질이 없는 사람은 아닐까, 더 늦기 전에 방향을 새로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단다. “요란한 은퇴 같은 것 없이, 조용히 아웃(out)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도 배우로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내가 살기 위해선 남을 죽여야 한다는 왜곡된 생존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한 걸음 물러서 있다. 그래서 일영이 끝내 엄마의 운명을 이어받는 것에 불만을 느낄 수도 있겠다. 희망이 없는 폐쇄회로를 보는 느낌이다. 혹자는 영화 <대부>(1972)에서 돈 코를레오네(말런 브랜도)를 막내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이 이어가는 것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일영이 끝내 차이나타운을 떠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김혜수는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이 눈앞에 있어도, 사람들은 보다 익숙한 삶으로 되돌아가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영화는 강력한 캐릭터, 어두운 정서, 높은 수위의 폭력 탓에 일부 관객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 초반 밀도 있는 전개가 중후반 조금 느슨해지기도 하지만, 김혜수와 김고은 등 배우들의 완숙한 연기를 보는 맛은 쏠쏠하다. 29일 개봉.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사진 씨지브이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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