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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맛깔난 세가지 고명, 관객 홀렸다

등록 2015-05-05 19:38수정 2015-05-05 19:38

전주영화제를 빛낸 영화들
집행위 지원 ‘삼인삼색’ 출품작
설행·삼례·엘 모비미엔토…
중독·초현실·아르헨 정치 다뤄
신예감독 실험정신 눈길 끌어
첫 야외상영 만석…9일 폐막
개막작 <소년 파르티잔> 상영을 시작으로 지난달 30일 문을 연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삼인삼색’은 관객과 영화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주 프로젝트: 삼인삼색 2015’는 영화제 집행위원회 쪽에서 제작비를 지원하고 영화제 출품은 물론 배급까지 책임지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2000년 영화제 출범 당시부터 해마다 세 편의 단편영화를 묶어 옴니버스식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올해 출품작 세 편에 대해선 3억원의 제작비도 지원했다.

영화 <설행>
영화 <설행>
1일부터 상영된 삼인삼색의 영화 세 편은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객석은 가득 찼고, 영화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먼저 <설행 _ 눈길을 걷다>(감독 김희정)는 삼십대 중반의 알코올중독자(김태훈)가 치료를 위해 수녀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수녀 마리아(박소담)를 만나 조금씩 자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삶에서 ‘중독’은 무엇인지, 대물림은 또 어떻게 우리 삶의 규정할 수 있는지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묻는다. 배우 박소담의 매력을 새로 발견한 것도 성과다. 영화 상영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희정 감독은 “한 남자가 울면서 눈길을 걸어가는 장면을 떠올리고 거기서 영화를 시작했다. 그 길의 끝에 희망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영화 <삼례>
영화 <삼례>
<삼례>(감독 이현정)는 영화감독 지망생이 전북 완주군 삼례읍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시나리오의 완성을 위해 연고가 전혀 없는 삼례를 찾은 그는 희인이라는 신비한 소녀를 만난다. 영화는 현실과 초현실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독특한 이미지를 직조해낸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을 떠올리는 관객도 있을듯 하다. 이현정 감독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점이 뒤틀린 지층처럼 얽혀 있는 이미지를 표현하려 했다. 우리 사회는 초현실적인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진다. 초현실로 현실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엘 모비미엔토>
영화 <엘 모비미엔토>
<엘 모비미엔토>는 아르헨티나의 신예 감독(벤하민 나이스타트·29)의 작품으로, 전체가 아르헨티나의 정치 현실에 대한 은유이다. 1835년 극도의 정치적 무질서가 민중을 괴롭히는 와중에, 세뇨르는 남부 사막지대에 새로운 정치공동체를 수립하려 한다. 그는 주민들에게 질서를 강요하면서 독재자로 서서히 변해간다. 제목은 ‘운동’(movement)을 뜻한다. 감독이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서 대상을 탄 것이 인연이 돼, 삼인삼색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나이스타트 감독은 “영화 제작비를 구하면서 투자자 등의 입맞에 맞춰 애초 구상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세 편의 영화는 신예 감독으로서 실험정신과 영화적 혁신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실과 초현실의 잦은 교차와 몽환적 이미지의 변주는 때로 불친절해 보이지만, 평소 상업영화에서 맛보지 못한 새로운 영화적 체험으로 다가온다. <설행>과 <삼례>의 두 여성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남자와 여자의 만남에 색깔을 입혔고, 삶에 대한 영화적 질문을 이어갔다. 다만 <설행>은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 했다는 느낌이고 <삼례>는 이미지의 나열로 영화적 긴장감이 조금 떨어지는 듯하다. 이들 영화는 이르면 올해 8월께 일반 개봉을 통해 더 많은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고석만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의 기획과 제작, 배급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작지만 모범적인 구조를 제시해 보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잠재력을 갖춘 신예 감독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개막작 <소년 파르티잔> 등 여러 영화가 화제가 됐다. <소년 파르티잔>은 호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데, 세상과 고립된 채 여성과 아이들만 모여 사는 공동체라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소년의 성장과 폭력, 낙원과 지옥 등 여러 차원의 영화 읽기가 가능하고 완성도도 높다.

한국 영화로는 <해에게서 소년에게>(감독 안슬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안국진·주연 이정현), <눈이라도 내렸으면>(감독 장희철), <춘희막이>(감독 박혁지) 등이 전주를 찾은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부분 무거운 주제를 다뤘고 조금 서툴렀지만 정직한 접근이 빛났다. 또 노인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0.5㎜>(감독 안도 모모코)와 유쾌한 음악영화 <미소노 유니버스>(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등 일본 영화들도 사랑을 받았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야외상영을 했다. 1일 밤 전주종합운동장에서 상영된 <트래쉬>(14일 일반 개봉)는 4000석의 객석이 모두 들어찰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전주시민들에게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영화제는 9일까지 이어진다.

전주/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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