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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야구에 미친 내 남자, 누가 좀 말려줘요

등록 2005-10-05 17:36수정 2005-10-06 14:28

야구에 미친 내 남자, 누가 좀 말려줘요-날 미치게 하는 남자
야구에 미친 내 남자, 누가 좀 말려줘요-날 미치게 하는 남자
영화 ‘날 미치게 하는 남자’
나를, 여자를 미치게 만드는 ‘남자’는 크게 두 부류다. 싫은데, 그래서 만나기 싫은데 죽도록 따라붙는 스토커와 좋은데, 그래서 만나기는 하는데 도저히 참기 힘든 결정적인 흠(들)을 가진 남자다. 전자야 사단이 나기 전에 경찰에 신고해 버리면 더 이상 미칠 일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을 진짜로 미치고 펄쩍 뛰게 만드는 부류는 후자다. 좋기는 하지만 여자의 인간성과 인내심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문제적 남자, 맘 같아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차버리고 싶지만 헤어지기엔 또 아쉬운 그 남자, 바로 수많은 여자들의 그 수만큼 많은 남자 애인들.

다 좋은데 결정적 흠 하나
여자의 인내심은 어디까지?

패럴리 형제가 연출한 <날 미치게 만드는 남자>는 그들의 전작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처럼 뜨악한 유머는 없지만, 후자에 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달콤한 연애영화다. 린지(드류 베리모어)는 촉망받는 비즈니스 컨설턴트이면서 예쁜 데다가 착하고 귀엽기까지 한 여성이다. 그리고 아직 목도리가 필요한 추운 겨울, 일에 몰두하느라 사랑을 등한시했던 그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제 눈에 콩깍지라고, 수입이 적은 것만 빼고는 흠잡을 데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고등학교 교사 벤(지미 팰론)이 바로 그 운좋은 남자다.

그리고 따뜻한 봄, 야구시즌이 시작되는 4월이 왔다. 린지도 벤이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라는 것쯤이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승진 인사를 코앞에 두고도 야구장에 함께 가고, 레드삭스에 관한 책까지 탐독할 정도로 성심성의껏 그의 취미생활에 동참한다. 하지만 웬걸. 광팬의 본색을 드러낸 벤은 파울볼에 머리를 맞아 기절한 애인을 두고 그 볼을 주운 옆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히히덕 거릴 정도로 린지를 미치게 하는 레드삭스 광인이었다.

이 영화는 완벽한 린지와 결정적인 흠을 가진 벤의 개별적인 연애 이야기를 지극히 ‘로맨틱 영화스럽게’ 유쾌·발랄·상큼하고 찡하게 풀어나간다. 그러면서 동시에 수많은 남녀 커플들이 겪고 있을 법한 보편적인 고민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레드삭스에 미친 벤의 결정적 흠은, 일반화시켜 보면 결국 ‘남자들이 애인보다 우선시 하는 어떤 것’ 혹은 ‘애인에 대한 남자들의 무심하거나 배려없는 행동’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본 여성 관객들이 저마다 ‘나보다 일이 먼저인 내 남자’, ‘나와의 약속보다 늦잠이나 게임이나 술약속이 중요한 내 남자’를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다.

<날 미치게 만드는 남자>는 또 완벽한 애인을 곁에 두고도 야구에 미쳐 대소변 분간 못하던 철딱서니가 뒤늦게나마 대오각성하고 연인의 품으로 금의환향한다는 점에서 애어른 남자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원작 <피버 피치>가 또다른 애어른 남자의 성장기였던 <어바웃 어 보이>의 원작자 닉 혼비의 소설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그 유쾌하고 뿌듯한 성장통이 절로 느껴질 듯하다. 하지만 앤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도무지 철분 보충이 안 되는 애어른 남자 관객들이 있다면, 학습이 필요할 듯하다. 린지가 벤에게 원했던 것이 ‘레드삭스 평생 회원권을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대부분의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원하는 것도 엄청난 희생이 아니라는 것. 일상 속에서 여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상식적인 배려와 사랑이 남자들의 연애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7일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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