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문을 여는 심야식당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사연을 음식을 통해 풀어내는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은 드라마로 세 시즌에 걸쳐 만들어진 데 이어 영화로도 제작됐다.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6년에 걸쳐 <심야식당>의 마스터로 한결같이 자리를 지킨 배우는 고바야시 가오루(63·사진)다. 부드러운 인상과 조용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는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말 대신 정갈한 요리로 말을 건네는 마스터의 모습과 딱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1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서울 논현동 한 호텔에서 만난 고바야시는 뜻밖에도 “만화를 보면서도 큰 감흥이 없었고 내가 마스터가 되리라는 생각도 안 해봤다”며 “출연 제의가 왔을 때도 드라마로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을지 걱정해 주저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마음을 돌린 사람은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심야식당> 연출을 맡아온 마쓰오카 조지 감독이다. 고바야시는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마스터가 아니라 심야식당 자체이며 식당이 위치한 골목,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리는 식당의 문, 문이 열렸을 때 눈에 들어오는 테이블, 그곳에 오르는 음식”이라고 했다. 그러니 만화를 영상화하려면 심야식당의 그림을 가장 현실적으로 잘 재연해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영화 <도쿄타워>로 알려진 마쓰오카 감독이 그 제작진에서 드라마를 찍겠다고 하자 마음이 열렸다는 것이다. <심야식당> 드라마팀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팬층을 양산할 만큼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그대로 영화판 제작에도 합류했다.
마스터는 이 심야식당에서 매일 밤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의 중심이다. 마스터의 옷을 입은 배우 자신이 ‘요리의 힘’을 믿기에 그 중심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먹는다는 것은 생존 본능과 직결되는 일인 동시에 마법처럼 삶의 힘을 만들어주는 일”이라며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고 멋진 음식을 먹으며 만족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약 하나로 모든 영양이 섭취될 수 있더라도 요리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재료를 밑손질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인다는 점을 일본 요리의 특징으로 꼽은 그는 한국에서도 한정식 외에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한번은 부산에서 개고기에 도전한 적도 있는데 맛이 괜찮았다”며 “아귀찜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고바야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국내 영화계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와중에도 예정대로 방한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걱정하기는 했는데 충동적으로 결정했다”며 살짝 웃었다.
<심야식당>은 한국에서도 드라마로 제작중인데, 탤런트 김승우씨가 ‘마스터’를 맡는다. 그는 “대만, 홍콩에 이어 한국에서도 사랑받게 됐으니, 드라마를 함께 찍었던 동료들과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