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 ‘김중산’ 역을 맡은 유해진.
1978년 유괴사건 실화 영화 ‘극비수사’
‘친구’ 곽경택 감독의 부산 배경 연작
도사 예언으로 유괴아동 찾는 얘기
반전·화려한 액션 없는 범죄 수사물
김윤석 “실화 바탕이라 양념 불필요”
‘친구’ 곽경택 감독의 부산 배경 연작
도사 예언으로 유괴아동 찾는 얘기
반전·화려한 액션 없는 범죄 수사물
김윤석 “실화 바탕이라 양념 불필요”
‘수사물’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건,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선한 쪽이 승리를 거둔다는 구조 때문이 아닐까. 결국 범인은 잡히고, 관객은 안도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형사의 강한 정신력과 남다른 능력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연작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곽경택 감독이 <극비수사>를 갖고 관객을 찾는다. <친구>(2001), <친구2>(2013) 등이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형사가 유괴범을 잡으러 나선다.
1978년 부산에서 한 부잣집 딸아이가 하굣길에 사라진다. 길을 묻는 낯선 아저씨의 차를 탔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는 시작되지만, 유괴범한테선 연락조차 없다. 형사 ‘공길용’(김윤석)은 부모의 거듭된 요청에 관할지역도 아니지만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수사의 공을 다투는 다른 형사들과 부닥치면서도 공 형사는 자신만의 수사력으로 범인과 거리를 좁혀간다. 영화는 197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정아무개(12살) 어린이 유괴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부산 한 수산회사 사장의 딸인 정양은 7달 동안 두차례나 유괴를 당하는 불행을 겪었고, 박정희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는 등 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형사 공길용’과 도사 김중산도 실존 인물이다.
<추격자>(2008)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포주이자 전직 형사를 연기했던 배우 김윤석은 형사로 스크린을 누빈다. 그러나 기존의 추적 스릴러 장르의 일반적인 전개와 달리 사실상 반전이라고 할 게 별로 없다. 흔한 도심 차량 추격전도 없다. 달아나는 범인 차의 운전석 옆에 매달려 수십미터 끌려가는 대목이 유일한 액션 장면이다. 김윤석은 시사회 뒤 기자들을 만나 “반전을 위해 일부러 비틀거나,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액션은 이미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이번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닭백숙처럼 따로 양념을 하지 않아도 됐다”고 말했다.
영화의 다른 한 축에는 도사 ‘김중산’(유해진)이 버티고 있다. 딸아이가 사라지고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지자, 어머니(이정은)와 아이의 고모(장영남)는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아다닌다. 다른 점쟁이들은 모두 아니라는데, 오직 김 도사만이 아이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공 형사만이 아이를 데려올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형사와 도사가 범죄 수사에 동행하게 된다.
실제 유괴사건 당시 김 도사의 예언은 틀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동쪽으로 가고 물가를 찾으라고 하면 범인의 단서가 어김없이 그곳에 있다. 그렇다면 영화는 세상살이가 어려울 때 점집을 찾아보라는 얘기일까. 막상 감독과 주연배우들은 점집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살면서 점은 두번 봤는데 모두 잘 안 맞았다”(곽경택 감독), “점 본 적 없다. 대신, 점을 봐주겠다는 사람은 주변에 많았다”(김윤석), “이번 영화를 하면서 사주팔자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됐다”(유해진). 영화에서 김 도사는 앉아서 구만리를 보는 신통한 능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간절한 기도’의 힘을 강조한다. 세상 모두가 아이가 죽었을 것이라고 할 때, 도사 홀로 아이의 생환을 바란다. 기도가 간절하면 하늘이 감응한다고 강조한다. “소신”이라며, 인생을 건다. 스승과 충돌하고 스승을 극복하는 대목에서 유해진의 묵직한 연기가 빛난다. 유해진은 “단순한 형사 영화라면 범인 추적이 중심이겠지만, 이번엔 아이를 살리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영화는 유괴된 아이의 집안과 형사와 도사의 집안 등 세 가족의 이야기”라고 했다.
영화 후반부에 이르면, 일부 관객은 세월호 참사 당시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아이들이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끝까지 버리지 못했던 그 애절함, ‘희망고문’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78년 사건 당시 유괴된 정양의 어머니는 막판에 몸무게가 4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고 감독은 전했다. 그래도 이 사건은 유괴 33일 만에 아이가 살아 돌아왔다. 영화에선 마지막에 자막으로 처리되지만, 살아 돌아온 아이는 7달 뒤인 다음해 다른 범인에 의해 또 유괴를 당한다. 2차 유괴사건에선 3일 만에 무사히 아이가 돌아왔는데, 1차 범행 유괴범이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달라는 호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영화는 1970년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그만큼 제작비도 치솟았다고 한다. 감독과 배우는 ‘실화의 힘’을 계속 강조한다. 하지만 관객들을 얼마나 끌어당길지는 미지수이다. 2015년을 살면서 왜 37년 전 사건을 들여다봐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18일 개봉.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사진 ㈜쇼박스 제공
형사 ‘공길용’ 역을 맡은 김윤석.
영화 <극비수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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