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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재미와 의미 되찾은 ‘공룡의 부활’

등록 2015-06-10 22:24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리뷰] 영화 ‘쥬라기 월드’
유전자 조작·수중공룡 등 볼거리
과학 과신한 인간의 오만함 경고도
1993년 개봉된 <쥬라기 공원>(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유전공학을 통해 멸종된 공룡을 되살려냈다는 기발한 착상과 공룡이 실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장면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크고 작은 공룡박물관이 생겨날 정도로 ‘공룡 열풍’이 불었다.

22년이 지난 2015년 ‘쥬라기 공원’이 새로 문을 열었다. <쥬라기 월드>(감독 콜린 트레보로)가 1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다시금 ‘공룡의 부활’을 알린 것이다. 최근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예전 1970~80년대 영화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에 견줘, 이번 영화는 22년 세월이 흐른 뒤의 상황을 그렸다. 이름도 ‘쥬라기 월드’로 바뀌었다.

영화의 전체 뼈대는 사실 1편의 반복이다. 공룡이 있는 놀이공원에 아이들이 놀러 왔다가 육식공룡의 공격에 위험에 빠지고, 용감한 몇몇 사람이 이들을 구한다는 것이다. 놀이공원 경영책임자인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와 전직 해군 ‘오웬’(크리스 프랫)이 용감한 어른으로 등장한다.

영화의 규모는 한층 커졌고, 현대화됐다. 22년 전 영화에선 공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공룡의 습격으로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2만여명의 관광객이 공원을 찾았다. 공룡의 종류도 크게 늘었다. 육지를 뛰어다닐 뿐만 아니라 하늘을 날고 바다를 헤엄친다. 20m 크기의 수중 공룡 ‘모사사우루스’가 2~3m짜리 식인상어를 한입에 삼키는 초반 장면부터 관객의 눈길을 끈다.

12m 크기의 ‘인도미누스 렉스’의 등장은 영화의 등뼈를 이룬다. 공원 쪽이 더 자극적인 ‘전시 상품’을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좀더 크고 위협적인 공룡을 만들어낸 결과다. 온갖 동물의 유전자가 조합된 뛰어난 지능과 사냥 능력을 갖춘 렉스가 우리를 뚫고 나온 뒤 섬으로 이뤄진 공원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경영책임자인 클레어가 “요즘 아이들은 공룡을 동물원 코끼리 보듯 한다. 더 크고 흥미로운 공룡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대목은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기고백처럼 들린다.

영화는 현실 풍자와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비판도 눌러담았다.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공룡을 만들면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공룡에게 후원기업의 이름을 붙여주는 모습은 오늘날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일 것이다. 한국 기업 삼성이 영화 곳곳에 실제 등장해, 영화 자체도 기업 후원에 힘입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랩터를 새로운 전쟁 무기로 쓰려는 기업의 음모는 인간이 전쟁을 위해 계속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는 현실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저놈들(랩터)을 아프가니스탄에 데려가야 한다”며 무인기(드론)의 대안으로 떠올리는 대목은 서늘함까지 느끼게 한다. 이런 행동은 모든 위험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인데, 영화 중반 이후 인간의 통제력은 어이없이 무너진다. 1편에서 과학(유전공학)을 과신한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했던 세련됨을 잃지 않은 셈이다.

사실, 그동안 ‘쥬라기 시리즈’는 관객들에게 실망감만 줬다. 1997년, 2001년에 2편과 3편이 연달아 개봉됐으나 ‘1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영화계의 오랜 공식을 확인했다. ‘쥬라기 공원’이 이제 완전히 문을 닫았다고 생각했던 어른들을 겨냥한 듯 쥬라기 월드는 티셔츠, 자동차, 먼지를 뒤집어쓴 출입구 등 ‘공원’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를 곳곳에 숨겨뒀다. 잠시 어릴 적 추억에 잠길 수도 있겠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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